명시적으로 뚜렷이 드러난 바는 없지만, 내 안목으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김수영이 하이데거 존재 사유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이데거에 대한 그의 관심은 등단 초기 얼마간을 제외하고는 시작 활동의 전 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되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김수영은 자신의 평소 생각이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관점과 상당 부분 유사함을 발견하고, 그것에 강렬하게 이끌렸던 것으로 보였다.
... 이 책은 그런 구도 위에서, 그 당시 내가 가졌던 막연한 의문과 느낌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고 현실화해 나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나는 하이데거 식의 존재 사유가 김수영 문학을 해명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하나의 유력한 방법론임에는 틀림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동안, 나는 김수영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하이데거 존재 사유의 기본 원리들에 대해 한차례 꼼꼼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