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일본에 산 체험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런 식으로 일본어를 코치해 준 사람이 있었다면 나도 6일만에 일본어를 정복했을 것이다. 6일이라니? 사기 아니냐고 시비 거는 깐깐한 양반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일단 내용을 본 뒤엔 꼬리를 팍 내렸다.
먹고, 놀고, 사고, 팔고, 뭔가 느끼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고, 읽고,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으면 더 이상 어떤 일본어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 책은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면서 하는 일본어다. 노는방식은 야구게임 하듯이 한 판 하는 걸로 진행되고 있다. 1회부터 초반은 자신감 만들기에 주력하고, 후반에 가면 그동안의 게임에서 승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굳히기, 끝내기로 경기가 마감된다. 여러분은 중반전에 가요, 드라마, 영화, 비디오 게임으로 신나게 놀면서 홈런을 날려대고 멋진 수비플레이를 벌이시라.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자기 것으로 소화하도록 하라는 거다. 적극적이지 않으면 뭐든 다 그렇지만, 남의 나라 말을 하는 건 더더욱 힘들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에게 약간의 돈 되는 설명을 해드리고 싶다. 은행에서 돈 찾는 데에도 비밀번호가 있지만 버는 데에도 비밀번호가 있다. 케쉬카드의 비밀번호는 4자리 숫자이지만 돈 버는 비밀번호는 단2개의 문자. '인간'이라는 거다. 돈이 보이는 인간을 읽으시라. 역사에서, 현세에서, 우리 주위에서...
'똥'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아직 누가 용감하게 '똥'이란 제목으로 책을 안 써서 그렇지 대중들에게 '돈' 이상으로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이 책의 결과가 좋으면 올 겨울쯤엔 출판계에서도 돈붐이 불지 모른다. 외국의 '똥' 책들이 번역되고 의사 분들이나 이쪽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서 많은 책이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그래야 된다.
내가 1991년 2월 12일날 일본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했으니 2000년이 되면 딱 10년이다. 수억 투자했다. 일본에서 살아보는 수업료로 10년과 수억을 들여 생생하게 만든 물건이 바로 이 '일본에서 살아보기'다. 그러니 앞으로 살아보러 올 분들은 인생에서 한 10년쯤 왕창 벌고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 인생 10년을 세이브할 황금 같은 지면이다. 이런 정보 내가 아니면 누가 9천원 받고 가르쳐 주랴.
수억 들여 배운 일본 처세술을 털어놓았으니 읽고 또 읽고, 생활하면서 교본으로 삼으시면 다른 경쟁자보다 목표를 훨씬 빨리, 확실하게 달성할 것이다.
프랑스에 가면 죽이는 프랑스 요리야 먹을 수 있지만 죽여주는 일식 요리는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 가면 전국 어느 곳이라도 동네 단위로 맛있고 싼 프랑스 요릿집이 존재한다. 동서양의 요리가 맛있고 싸게 대중적으로 공존하는 곳, 그래서 미식가들이 행복의 나날을 구가하는 곳, 그곳이 바로 일본이란 나라다.
난 우리관광객들도 특히 언젠가 음식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음식 왕국인 일본에 갈 때만은 제발 어디서 뭘 먹을지를 미리 계획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 여행의 큰 낙으로, 그리고 일본 음식 연구를 통한 돈 벌이로, 이 책이 여러분에게 행복을 한 트럭씩 선물할 것을 확신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긴장과 관심이 식어버리기엔 너무 이르다. 일단 일본 문화의 실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부딪혀서 얻어야 한다. 그런 혹독한 시간이 지나야 우린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좋지 않은가. 세계 시장의 가격 경쟁에서 일본보다 유리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시간을 투자하면서 일본 대중문화를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분투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틀림없이 일본을 휩쓰는 한국의 캐릭터와 노래와 영화들로 일본 열도를 뒤덮을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