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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기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3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4월 <오늘 햇살은 순금>

가장 따뜻한 책

견고한 아름다움에 닿을 수 있을까? 어떤 언어도 닿지 않은 사유의 덩이들 혹은 그 조각들, 나는 견고한 말, 견고한 책을 동경한다. 그러나 견고한 말이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읽히기를 희망한다. 나는 풀과 나무만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 생각하는 마음이 내 안에 들어와 등불이 된다. 오늘도 지붕 위로 엽서만 한 저녁이 내린다. 그러나 시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적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어두울수록 밝은 노래를 부르려 했다. 나를 스쳐간 바람과 강물은 이미 나를 잊었겠지만 나는 그 강물과 바람의 이름 불러 시를 쓴다. 그것들이 내 시의 모세혈관이요, 내 사색의 목록임을 어쩌랴. 쓸쓸할 때 부를 사람 이름, 풀꽃 이름 남아 있는 걸 보니 다시 온 천년에도 시를 쓰며 살려나 보다.

별까지는 가야 한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다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누가 공중에서 그를 붙들었나. 제 몸 더러워질까 봐 흙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꽃 피고 새 우는 이 땅이 좋아 예순세 해, 이 땅에 살고 있다. 마음의 무늬로 시를 짜면서……

산산수수화화초초

이 시를 쓰는 세 해 동안 나는 부유하는 영혼을 데리고 이 땅을 살다 간 천 년 전 사람들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걷거나 차를 타며, 내 발길 닿는 가항街巷, 자주 눈이 멎은 가람과 뫼, 유유수 점점산, 촌촌가 인인생流流水 點點山 村村家 人人生의 면면과 그 세밀화를 그려 보려했다. 나. 제, 려. 조(羅濟麗朝)인의 삶의 모습을 읽어내려 했다. 거기엔 지나간 천년이 각양각색으로 꽃피어 있었다. 그 가운데도 나는 나 · 려대(羅.麗代)의 삶에 착목했다. 지금까지 손에 밴 내 시의 관습을 깨뜨리고 싶었다. 뼈를 바꾸고 태를 벗고 싶었다. 예견할 수 없는 불안과 희망이 섞바뀌었다. 인습을 벗어나 새 삶의 얼굴을 보고자했다. 먼지 낀 전적을 뒤적이며 한 편 쓰는데 한 달이 걸린 작품도 있었다. 고어체의 구절이 이해를 방해할까봐 뒤편에 <부록>과 <시인의 편지>를 붙여 편의를 도모했다. 시를 통해 만난 선대인들과의 천 년 대화를 세상에 내어놓는 마음 두렵고 설렌다. 무술戊戌 성하盛夏 청도 낙산 寓居에서

손수건에 싼 편지

명품을 만드는 일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다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서린 기쁨과 우수를 빌어 이 글을 썼다. 쓰다보니 이 글은 '현승'이나 '금란'의 글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의 글임을 느낀다. 이 한 편의 소심록을 작품의 이름으로 내어놓은 이유가 그런 데 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땅 위에는 물이 흘러 간다. 내일도 모래도 구름과 물은 제 길을 따라 흐를 것이다...

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

독자 여러분, 이 세상 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 시를 쓴 시인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시인과 말을 하고 그 시인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그 시인은 다시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나는 것입니다. 작고한 시인의 경우도 그렇지만 아직 살아 있는 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시인을 우리가 다 만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시를 통해 그 시인과 만나는 것입니다.

영원 아래서 잠시

세상의 나의 교실이고 사람살이가 나의 교과서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이 세계, 어느 외딴곳에 아름다움을 심는 사람, 슬픔을 가꾸어 기쁨을 꽃피우는 사람, 그들과 함께 살고 싶어 나는 오늘도 시를 쓴다.

책갈피에 내리는 저녁

햇빛이 오래 머물다 간 자리마다 꽃이 피어납니다. 저녁이 와서 햇빛이 몸을 감추면 별빛이 그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이 시간을 하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침을 지나 저녁에 닿습니다. 우리가 낮 동안 걸어온 발자국에 빛이 스러지고 풀들이 머금은 향기가 산과 강물과 들판에 남습니다. 나는 이러한 시간들이 누구의 가슴에 닿아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삶이 한없이 즐겁기만 한 사람도 없지만 삶이 그만 내려놓고 싶어 한숨짓는 사람도 없기를 바랍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으로 돌아가 이슬에 손을 씻는 사람의 마음을 한 줄의 시로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들과 여기에 있는 시들이 당신의 슬픔과 아픔을 잠시라도 씻어주는 이슬비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제1부는 이와 같은 마음으로 제가 여러 곳에서 독자들과 대화하거나 강연한 내용입니다. 제가 그분들보다 많이 알아서 단壇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작고 소담한 이야기이지만 그분들과 함께, 그분들의 표정을 읽고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서 행한 말의 봉지입니다. 제2부는 제가 시를 읽다가 생각한 몇 분의 시에 대한 ‘생각 주머니’이고 제3부는 오래 전에 『시로 여는 세상』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저의 소심록(素心錄)의 일부입니다. ‘파르나시앙’은 유럽 낭만주의 다음에 온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경향을 가진 시의 유파를 이르는 명칭입니다. 흔히들 ‘고답파(高踏派)’라 부르는데 조금은 고전적인 규범을 준수하려는 유럽 시파의 별칭입니다. 저도 갈 수만 있으면 고답파의 길을 가고 싶어 택한 글의 제목입니다. 고맙게도 이 책을 손에 잡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의 하루, 그 분의 낮과 밤이 아침 햇빛에 머리를 감은 풀잎처럼 신선하고 향기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이 제 시의 바람이라고 생각해 주면 더할 수 없이 고맙겠습니다. 글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서문

흰 꽃 만지는 시간

출생, 등단, 직업, 주소, 이 이종의 성분들이 생애의 디딤돌이자 고삐였다. 현실 너머로 가려는 타래 많은 꿈은 언제나 이런 고삐와 길항했다. 미지에 사로잡힌 영혼을 붙들고 이 시대의 빈혈인 아름다움 몇 포기 꽃 피우려 시간을 쓰다듬으며 시를 썼다. 내 노래이고 내 비탄인, 내 고백이고 내 앙탈인 시편들, 그 낟가리들이 내 걸어온 날의 지울 수 없는 비망(備忘)이다. 햇빛 밝은 날은 옷소매에 꽃 향이 묻기도 했고 맨 땅을 가다가 취우(驟雨)를 만나기도 했지만 그리움 한 벌로 나는 일생을 버텼다. 숨은 차지만 시인이 걷는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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