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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채영신

출생:196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1년 7월 <개 다섯 마리의 밤>

필래요

이 이야기는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필래요란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속을 떠다니던 이야기들이 그 이름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몇 년 전에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골고다 언덕과 유사한 채석장에서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예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남자 이야기였다. 그 죽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왜 그렇게 죽었을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그가 부활을 믿었든 아니든, 그가 자신을 예수라고 생각했든 아니든, 그의 삶이 견디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웠다는 것. 남자의 죽음에 내가 그토록 천착했던 것도 나 역시,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폭폭하고 팍팍한 시간이었다. 내 마음 속에 티끌만큼이라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주세요, 하나님. 걸으면서도 먹으면서도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다.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기도를 반복했다. 등단하고 7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단편 하나 쓰지 않았던 내가 그 시간에 글을 붙들게 된 걸, 그 역설을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까. 체했을 때 손가락 끝의 혈 자리를 바늘로 따서 피를 내는 것처럼, 꽉 막히고 닫혀있는 나를 위한 응급처방으로 이 글을 쓴 게 아닐까 싶다. 십자가에서 죽은 그 남자를 종이 위로 불러내어 목소리를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나를 위로하는 작업이었다. 내 딸 채록이. 그의 도움과 관심이 없었다면 이 글은 완성될 수 없었다.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수도 없이 초고를 읽으며 피아노에 대한 잘못된 묘사를 바로 잡아주고 조언해주었다. 필래요의 어린 시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떠올릴 수 있어서 이 글을 쓰는 시간이 힘들면서도 참으로 행복했다. 이 글은 그와 둘이 함께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마다 따뜻한 밥을 지어준 오강탁 씨, 고맙습니다. 그 밥 먹고 힘내서 이 글을 썼습니다. 내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이 이 글도 당신의 명민함에 기댄 바가 큽니다. 문준영 팀장님, 주신 따뜻함으로 나를 덥혀 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깊이 머리 숙여 절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출판을 결정해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대표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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