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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전동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경주

직업: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24년 8월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거룩한 허기

아파트 앞을 지나는 택시 안 여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담배를 피워 물 수밖에 없었다. 북한산으로 가는 동안 흘낏 본 그 모습이 메아리처럼 자꾸 가슴 속을 드나들곤 했다. 환한 햇볕 속 보현봉을 바라보며 차디찬 밤의 마룻바닥에 이마를 대고 절을 올리던 봉쇄수도원 수사(修士)를 생각했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경주 대릉원 고분동네가 가끔 생각난다. 천마총이 발굴되면서 마을은 지상에서 지워졌고, 나는 대구로 서울로 부산으로 떠돌게 되었지만, 이따금 내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소년은 그곳의 사람들과 흙냄새, 오래된 한옥들과 마당의 연꽃무늬 돌들, 무덤 위로 떠오르는 달빛과 짐승 울음소리, 새벽의 흰 물그릇…… 그 어둑하고 신비한 삶의 풍경을 더듬더듬 불러내곤 한다. 말을 의심하면서도 말을 구하고 또 의지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징검돌을 놓는다. 징검돌일까? 2019년 5월

오래 비어 있는 길

차디찬 강물 속에 발을 담그는 것 같다.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는 첫 시집의 시편들을 다시 불러보는 일은. 그러나 어쩌랴. 이 풍경 속 어딘가에 부끄러운 대로 나의 진심이 스며 있을 테니, 애틋함을 지울 수는 없겠다. 미운 모습이나 원본을 살려 담으려 했고, 시 한 편은 제외했다. 2023년 11월 전동균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초록의 숲길을 걸으면서도 마음은 때로 눈 덮인 산, 헐벗은 겨울나무들을 향해 걸어가곤 했다. 그 아래 환영처럼 서 있는 한 사람에게로. 이면지에 쓴 단독자의 고백들. 말이 멀어지고 있다. 2024년 7월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몸과 마음의, 그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밀려오던 물결들. 때로는 폭우 속에 밤을 지새우며 내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막막한 어둠 속에 선 한 점 찌 위로 무수히 떠올랐다 사라지던 것들은... 幻夢과도 같은 시간들을 지나 움막 하나를 엮는다. 간절한 것은 끝내 말해지지 않는 가난이 오래도록 나를 부끄럽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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