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처럼, 학문과 삶의 세계에서도 분화의 과정이 무섭게 이루어져 대화의 장이 상실된 지 오래다. 삶과 예술과 학문과 종교와 철학과 문학과 과학은 결코 뗄 수 없다. 그런데 논문에서보다 에세이에서 자유럽게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서 시공의 경계가 사라지고 아름다움에서 삶의 구원을 모색할 수 있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다른 분야와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과 확대가 이루어졌고, 그러한 내 나름의 체험과정이 이 책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나의 내면세계의 정신적 편력에는 종착역이 없다.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다. 다시 경주에서, 전과는 다른 햇살에 자연과 예술을 새로이 체험하며 글을 쓰고 있으니 이 또한 나의 큰 복이 아닌가.
“진리를 귀로만 듣지 말고, 눈으로도 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문자언어로 설법하셨으나 조형언어로도 설법했음을 아무도 몰랐으니 불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석가여래는 설법하지 못했어도 승려 장인은 불상이나 불화 등 일체의 문양으로 석가여래가 미처 말하지 못한 또 다른 진리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나라 석탑은 건축물이면서 그 안에 금강석 같이 빛나는 공예품과 세계에서 가장 오랜 목판인쇄물인 경전을 비롯하여, 훌륭한 서예를 보여주는 필사본의 경전 그리고 석탑 표면에 조각된 부조상 등 한곳에 응집된 복합적인 조형미술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런 탑인 만큼 우리나라 탑에서는 불교의 사상 및 미술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최근 조사된 자료와 이에 따른 새로운 연구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어서 과거의 어느 책보다도 참신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이제 나의 신앙이 되었다. 아름다움은 하늘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돌이켜 보면, 예술품을 학문으로 연구하면서 예술과 학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나의 욕심과 야망을 다 채울 수 있었다. 그 사이에서 갈등도 컸었지만, 그만큼 기쁨도 컸다. 지금 처음으로 되돌아온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