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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수열

성별:남성

출생:1959년, 대한민국 제주시

최근작
2021년 3월 <달보다 먼 곳>

달보다 먼 곳

아직도 산문을 쓰는 일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물며 산문집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는 일은 나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끼적거린 대부분의 산문이 내 안에서 오롯이 움트고 자라나 한 편의 글이 되었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청탁을 받고 마감 시간에 쫓기듯 쓰게 된 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받은 글 청탁의 대부분은 내 유년의 기억이 아스라이 스며 있는 원도심 무근성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제주 4·3항쟁과 관련하여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거나 시를 쓰면서 미처 시라는 그릇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책을 내면서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렇게 책으로 묶을 요량이었다면 애당초 고민은 더욱 깊었어야 했고 생각은 보다 넓었어야 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뚜렷해진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때 그 글을 쓸 수밖에 없을 때의 제주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제주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히려 더 망가진 채 황량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정 해군기지가 그렇고, 성산 제2공항이 그렇고, 대정 송악산 개발이 그렇고, 선흘 동물테마파크가 그렇고…. 무지막지하게 변모해가는 시대에 맞서 제주의 제주다움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생업을 뒤로한 채 동분서주 발품을 팔고 있는 많은 분들의 노고에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엉성한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바른 지적을 해준 삶창의 황규관 시인에게 다시 한 번 빚을 진 기분이다. 바람이 있다면 구순을 훌쩍 넘겨 병약해진 노모가 이 책을 받아 들고 활짝 웃음꽃 피웠으면 좋겠다. 2021년 이른 봄

물에서 온 편지

낫질을 하다가 오른 손아귀가 왼손 검지를 베었다 낫이 무슨 죄인가 아직도 모른다는 거다, 내가 나를 2017년 5월 제주 아라에서

바람의 목례

얼마 전 가까운 벗드고 이덕구 산전을 찾았다 아직 복수초는 피어 있지 않았다. 동자석을 벗 삼은 무덤을 지나 길 아닌 길로 접어든다. 에둘러진 낮은 돌담 벌러진 솥단지 이름 없이 스러진, 아직 순을 틔우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큰절 올리고 상왜떡으로 음복을 한다. 이것들 죄다 마음에 품고 산을 내린다.

빙의

네 번째에서 다섯 번째 시집으로 넘어오는 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한 가지만 꼽으라면 아버지의 죽음이 그것이다. 하여, 이 시집에는 그분의 흔적이 드문드문 박혀있다. 살아생전 아들의 자잘한 글에 돋보기 들이대고 꼼꼼 읽으시곤 했는데……. 부끄러운 이 글에도 눈길 한번 주십사 하면 지나친 욕심일까? 나이가 들수록 내 글의 눈높이가 그분을 닮아간다. 2015년 1월

생각을 훔치다

네 번째‘시인의 말’을 쓴다. ‘시인의 말’이라 써놓고 보니 갑자기 먹먹해진다. 시를 들여놓기도 부끄러운 집인데 말에게도 방 한 칸 내주어야 하는지……. 숲에 드는 나이라지만 숲은커녕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시인은 시로 세상과 맞대면해야 한다는 처음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서적 순결성을 들어 다른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시대에 따라,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에 따라 문학은 예술이면서 또한 무기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무기가 굳이 칼이라야 한다는 고집스러움은 이제 버렸다는 얘기가 되겠다. 칼잡이가 칼을 우선하는 건 당연하지만 칼보다 창이 유용하다면 창을 들어야 할 것이고,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겨야 할 상황이라면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 게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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