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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최옥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4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익산

사망:2018년

최근작
2024년 3월 <소설창작수업>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어떤 책은 나를 위해 꼭 완성해야 할 때가 있다. 주술처럼 이걸 마쳐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고 난 건재할 거야. 나를 위해 썼고 최선을 다해 1라운드를 마친 이들을 위해 썼다. 나도 그들도 모두 무사히 이번 생을 항해하기를. 글쓰기는 시작하기도 어렵고 마무리 짓기도 어렵다. 자기 안의 콘텐츠가 어떻게 원고가 되고 그 원고는 어떻게 책이 되는지 알게 된다면 덜 낙담하고 덜 낭패스럽지 않을까. 에세이로 편하게 읽어도 좋고 매뉴얼로 참고해도 좋다. 이제 빚 하나 갚았다. 내게 이 책을 쓰도록 영감을 준 학생들, 고맙다.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인생을 잘못 산 거 같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그 사람은 인생을 결코 잘못 살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고 훌륭히 해냈다. 그런데 왜 그런 회한의 말을 할까. 현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삶을 채울 나만의 것이 없다. 나 또한 가끔 그 생각을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과거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러기 위해 현재를 점검하는 거다. 그 마음과 실천을 글로 남겨 다짐을 붙잡는 거다. 의미부여! 우리에겐 그게 필요하다. 앞으로의 시간이 헛되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

매창

그녀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 때 움직이는 것은 아름다운 여자로서의 매력과 재능 말고 또 다른 천품이 있었다. 상대의 가장 깊고 진한 곳, 심연을 들여다보고 발견해주는 일. 그리하여 그 사람이 가장 그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녀를 만나면 저마다 제 인생 최고의 시를 짓고 저절로 자유로워졌다. 마침내 오랫동안 모르쇠 했던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릴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된다. 이 책이 사랑을 잃었던 사람,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 사랑에 붙들려 있는 사람의 잠을 축내며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 우리는 너무 오래 사랑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누구와 누구의 만남, 그 뒤의 냉소와 타산, 싸늘한 소문들을 사랑이라 부르며 환호했다. 그 이야기도 물론 사랑이다. 꽃집의 백합이나 장미, 프리지아를 보기 전에는 이 세상의 꽃은 채송화나 과꽃, 맨드라미가 전부인줄 안다. 모든 꽃의 향기를 탐하듯 모든 사랑의 냄새를 맡아야 한다. 그 냄새를 온몸에 묻히고 인간이라는 짐승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 첫걸음이 여기에 있다.

스물다섯 개의 포옹

‘인간은 한때 식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뿌리를 뻗고 얽던 습성이 남아 서로의 팔을 뻗어 안으려는 것 아닐까?’ (……) 뜨겁고도 차가운 도시, 서울에서 마주친 모든 포옹을 그려보고 싶었다.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 이별을 앞둔 남녀, 추위와 배고픔을 피하려는 노숙자, 소년소녀, 술병을 끌어안은 알코올중독자, 중년의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포옹을 양분 삼아 뻗어 올라가는 슬픔이라는 가지를 오래오래 바라본다. 두 사람은 가슴과 배를 밀착시키고 두 팔로 서로를 옥죄며 붙안은 채 몸을 떤다. 둘 사이에 놓인 거리를 단숨에 뛰어넘으려는 듯 필사적이다. 때로, 아니 자주 육체의 결합은 사랑과 욕망의 몸짓이 아니라 고독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외롭다는 말과 안고 싶다는 말이 동의어라고 잠깐 하나가 된 두 개의 육체는 주장한다. 포옹은 인간이 고독을 숙명으로 안고 태어난 서글픈 존재임을 스스로 폭로하는 동작이다. (……)

안녕, 추파춥스 키드

네가 아니라 내가 있었다. 이 방의 또 다른 거주자, 나. 잊지 말아야지. 하하하하……. 나는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다. 너는 그때서야 나를 마주보고 웃어준다. 그래, 다 괜찮다. 하지만 나를 경멸하지는 말아다오. 사소한 이야기를 엄청나게, 엄청난 이야기를 사소하게.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너의 웃음이 훈수한다. 음…… 그러면 되겠네.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의 말' 중에서)

오후 세 시의 사람

작품 하나는 작가 정신의 세포. DNA다. 어떤 수식과 연출로도 흉내 낼 수 없고, 탐색과 노력만으로 이를 수 없을 만큼 지엄하다. 모든 것을 포함하고 모든 것을 떠나 있는 세계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더 지어 나갈지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사진보다 앞서가지 않으려고 사진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오래 들여다보았다. 아마도 작가는 그 한 장을 찍기 위해 나보다 더 오래 피사체를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둘 사이의 오랜 대면을 느낄 수 있었다. 침묵의 대화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말은 대화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형상이 사진의 일부분에 불과하듯이… 사진 너머의 지점까지 읽어 내는 밝은 눈이 많기를 바란다.

위험중독자들

먼 나라의 한 사나이를 생각한다. 우공이라는 이름의 그는 삽으로 흙을 떠서 산을 옮기고자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 떨어져 깜깜해질 때까지 손에서 삽을 놓지 않았다. 삽은 그의 몸의 일부였으며 세 번째 손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산을 옮겼다. 자음과 모음을 한 자씩 손으로 쳐서 책 한 권을 지을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우공처럼 어리석어 보일지 모른다. 우공이 결국 산을 옮겼듯 쓰다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완성되는 날이 온다. 소설가에게 우공의 유전자는 업이 아니라 복이라고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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