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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하재연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5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10월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라디오 데이즈

먼 나라를 찾아가다 귀찮아진 계절들이 거기 머물렀다. 지구 어느 편에 있는지 잘 모르는 나라들의 길고 뜨거운 이름들이 좋았다. 뾰족하고 높은 성을 탈출하던 소녀의 파란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창밖으로 치렁하게 늘어뜨려진 머리카락, 그건 소녀나 마귀할멈과는 상관없이 살아 움직이며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난 정말로 그 그림을 보았던 걸까. 두고 온 눈동자를 찾으러 돌아가면 먼지를 묻히고 굴러다니던 속눈썹이 반짝, 눈을 떴다가는 책꽂이 사이로 숨어버렸다. 눈 속에 무릎까지 소복소복 파묻히며 책장이 넘어갔다. 창틀이 정말로 여러 개였다. 한 개의 창문으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쬘 때 다른 세 개의 창문에서는 별이 떴다. 그곳을 눈 내리는 만화가게라고 부른다. 주석 달지 못한 여러 개의 이름들, 내 시에 섞여 들어와 찰흙처럼 몸을 만들어주었다. 이름 따위는 상관없이 내 살이 그 살들과 섞여 기분 좋게 물렁물렁해지기를 바란다. 처음과 끝이 어디부터 어디쯤인지, 새로 시작된 건 언제인지 기억한다면 많은 것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여권과 비자 없이 국경을 넘어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는 나라, 도시, 마을에 대한 글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상상이 현실에서는 시적이고 정치적인 메타포가 된다. 이 상상과 정치 사이, 또는 그걸 넘어 내가 가고 싶은 나라의 이름을 언제쯤인가는 써볼 수 있을까.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눈을 비벼도 캄캄한 눈으로 내게서 돋아난 두 개의 손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시인의 산문 불이 꺼지면 순식간에 달라지는 세계. 나타났다 사라지는 너의 얼굴. 나는 오늘 물고기의 혀를 처음 발견했다.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잊어먹은 이들이 다른 환한 세계에서 그들의 이름을 가지고 산다. 열 개의 발톱처럼. 내게서 잘려나간 것들이 생명을 잃어버리기를, 빈다. 네 숨소리를 지우는 다른 숨소리.

우주적인 안녕

말해본 적 없는 이야기들에 물음표를 그리며 사라지는 아이와 다 듣지 못한 말들을 등에 포개고 멀어지던 어머니의 뒷모습에 이 시들을 둔다. 따라가는 발자국처럼.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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