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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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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쉬었다 가요, 려군>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소설 속 ‘흑비단 뱀’도 때를 알고 꿈틀거리는 걸까? 한국인은 누구나 분단으로 인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그것에 관한 일종의 증상보고서다. 분단병病이 뼛속까지 스며있는 등장인물 각각의 행동은 내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분노한 것들이다. 시인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언론 자유’의 그날을 고대했다. 「김일성 만세」는 4.19 직후 쓴 시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 보냈지만 발표되지 못했다. 58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날이 온 것이다. 하지만 시 속 만세구호를 넘어 자유롭게, 장난스럽게라도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는가는 아직도 불안하다. 초판이 출간된 2013년 12월 19일은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주년 되는 날이었다. ‘부정선거’ 문제로 정권의 정통성이 최대 위기에 처했고 ‘종북몰이’도 극심했다. 자동기술법처럼 이 둘의 자동-관련성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에게 공통 증상으로 나타난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던 당시, 이 원고가 순조롭게 책으로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ISBN까지도 관계부처와 다투지 않고는 발급받기가 힘들었다. 출판사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김영철은 처음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서 대중 판매용이 아닌 아트북으로 발간할 것을 제안했다. ‘북아트’book art는 문학과 예술이 결합한 형태다. 금기에 맞서서 이런 획기적인 발상을 한 그의 손길 덕분에 아름다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새삼 감사드린다. 이 책에 아트작업을 한 정승훈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공식적인 자리로는 처음으로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출간이 되고서 예술애호가들이 알음알음으로 구입했다. 그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가뭄에 콩 나듯 찾았다. 그런데 최근엔 구입 문의가 내 귀에 들려온다. 지금 서점에서 팔지 않을 것이니 출판사 재고 남은 걸 알아보겠다고만 했다. 초판 출판사는 디자인업무 일환으로 이 아트북을 발행했기 때문에 수요에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느닷없이 고목에 움트는 듯한 이런 징조로 인해 소설이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남북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이 목전에 와 있다! 분단이 해체되고 평화와 번영의 봄, 통일의 봄이 오고 있다. 세시풍속에 삼짇날은 봄을 알리는 명절이다. 삼짇날은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땅위로 나온다는 날이다. 소설 속 ‘흑비단 뱀’도 분단이 해체되는 때를 알고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이 뱀(소설)이 꿈틀거린다. 시의적절하게도 도서출판 말에선 대중용 서적으로 재출간하자고 한다. 금년 경천동지할 봄기운에 힘입어 개정판을 내기로 하였다. 나 역시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이니,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개정판을 내면서

쉬었다 가요, 려군

“내가 독립운동가 박진순 소설을 쓰다 말고 조국을 쓴 이유” ‘박진순’ 작업을 중단하고 ‘조국’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구절이 소설 속에 나온다. 사실, 두 사건 사이엔 백 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지만 그 마타도어의 구조는 반복되고 있다. 박진순이 속한 ‘한인사회당’은 (금기와 싸워 이룩한 연구 성과로) 학계에선 복권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마타도어(그 조작과 거짓)의 내용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학계의 성과가 대중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을 겨냥해 소설을 쓰던 중이었다. 마타도어가 ‘조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묻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한인사회당이 정당하게 평가됐다면 현재 조국 사태는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일본이 역사 범죄를 인정했다면 당연히 사죄와 평화협력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조국 사태는 역사의 누적이요 결과다. 이 마타도어의 구조는 대체 어떤 것이기에 반복되는가?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한다. 총성이 울려 퍼졌다. 1922년 2월 8일 수요일 오후 1시였다. 상하이 북쪽 외각의 번화한 교차로에서 머리가 벗겨진 중년사내가 총알 12발을 맞고 쓰러졌다. 폭죽이 터지고 떠들썩한 춘절 분위기 속에서 자행된 테러였다. 교차로 오거리를 지나는 철로를 따라 범인들은 사라졌다. 피살자는 한인사회당의 비서장 김립이었다. 박진순과 함께 레닌한테서 받은 금화 40만 루블을 상하이로 운반하는 중이었다. 김립은 독립운동과 한국, 중국, 일본, 몽골의 사회주의운동을 위해서 그 돈을 사용하려 했고, 그 때문에 피살당했다. 암살범은 거액의 자금을 노린, 상해임시정부 경무국의 경호원들이었다.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오늘날에도 김립은 ‘공금횡 령범’ ‘주색잡기’ ‘불법토지매입’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관련 학자들은 그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김립이 당한 마타도어의 진실이 역사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국에 대한 것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마타도어다. 이 중 기소를 포함한 검찰권 남용과 이를 지원하는 광란의 언론, 좌익소아병에 걸린 지식인, 그리고 자한당의 협잡 들은 1백 년 전 ‘한인사회당’을 말살하려 한 일본 헌병, 친일 언론, (좌익소아병에 걸려 계급해방을 민족해방보다 중시하던) 이르쿠츠크파 공산당, 이승만의 극우들이 행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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