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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이상국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6년, 대한민국 강원도 양양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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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선물처럼 찾아온 멈춤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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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2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시선집

영동 지방에 밤새 봄눈이 내린 다음 날 느닷없이 날아든 행운을 기쁘게 받아 들었습니다. 도대체 지난겨울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제게 이렇게 신나는 봄이 오는지요. 박재삼 시인은 생전에 꼭 한번 뵈었더라면 하고 꼽는 시인 중에 한 분이지요. 선생의 작품들은 대개가 쉽고 친근한 말로 되어 있으나, 그 중심에 가 닿자면 둘레를 한참씩 서성여야 하는 멋과 은근함이 있습니다. 집안 아저씨처럼 너그러울 것 같은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처럼 꿈에라도 한번 양양(揚揚)해보지는 못하고 제 시는 늘 저 세간의 번잡 속에 과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가 사람을 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궁한 사람의 시가 공교롭다”고 한 선인들의 말처럼 손바닥만 한 그늘조차 잃어버리고는 했습니다. 누구는 제 시가 세상에 이겼기보다 그 반대쪽의 우수가 절실해 보인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선생 같은 절창의 울타리에다 저를 비끄러매는 것은 또 무슨 영광인지요. 누가 어느 시절엔들 기뻐서 시를 쓰겠습니까. 생이 대게 그러하듯 시 또한 그리움과 유랑이 그 근본이 되는 것이겠지요. 수상 소식을 접하고 새삼스럽게 꺼내 든 선생의 작품에서 물그림자처럼 일렁거리는 남도 서정의 정감을 음미하며 선생의 생애와 시가 갑자기 제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황홀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막대한 지원과 격려로 제 시의 곤고함을 물리치며 엄동의 지푸라기를 헤치고 올라오는 마늘 싹처럼 환한 하늘을 바라보겠습니다. 갈 수 없는 북쪽 정주(定州)가 소월과 백석으로 더 그리운 땅이듯 아름다운 삼천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직 시인의 고향으로만 기억되고, 저는 아직 그곳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거기서 육신과 정신을 받은 선배 시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이 상을 받으며, 언젠가 제 노래도 우리 땅 어느 한 자락을 울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그리고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곳에 있을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늘 그리워하겠습니다. - 수상소감

국수가 먹고 싶다

등단 30년 만에 첫 선집을 묶는다. 그것이 육필이어서 의미 있기는 하나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간 다섯 권의 시집을 내놓았으나 그중 마흔 편 정도를 추리기에는 새삼 나의 농사가 빈약했다는 걸 실감한다. 누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고른다면 서너 편도 많다라는 생각에 등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선을 하면서 그냥 지나가거나 다시 내놓고 싶지 않은 것도 없잖은 건 아니나 내 삶과 문학의 역정이 그러하니 가릴 필요가 없는 작품과 함께 독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했다. 내가 바다에서 한 30년 고기를 잡았거나 대장간에서 그만큼 쇠를 두드렸다면 나는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나 나를 세우는 일에 지금보다 훨씬 단단했을 것 같다.

뿔을 적시며

거의 십여년 미시령을 넘어다녔다. 그곳의 사람 사는 마을들과 풍광, 길이 지니고 가는 스스로의 치열함과 고립을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즐겼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 타락을 모르는 나무들과 늘 같이 걸었다. 나는 마치 아침에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저녁에 바닷가로 나오는 바람과 같았다. 길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시 몇편이 남았다. 2012년 2월 설악산 자락에서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네 번째 시집에서 다섯 번째까지 일곱 해가 걸렸다.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과 술이 늘었다. 시는 재미로 만나거나 어울려 즐겨야 좋은데 그것에다 내 존재와 세계를 다 싣고자 하니 서로 힘들다. 그러나 그 일마저 없었더라면 무엇으로 이 썰렁한 세상을 건넜을까 생각하면 시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다. 겨울이 설악처럼 깊다.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어쩌다보니 생이 바람 든 무처럼 허술해지고 가까스로 시만 남았다. 서로 무능하고 미안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나라가 있고 그곳에서 나를 만나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말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시는 나에게 사물의 배후나 삶의 은밀한 거처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나는 늘 길 위에 있거나 말 속에 말을 숨길 줄 모른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나무도 심고 집을 늘리고 싶다. 2021년 3월 미시령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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