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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김탁환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8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해 (전갈자리)

직업:대학교수 소설가

기타: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최근작
2023년 9월 <[세트] 사랑과 혁명 1~3 세트 - 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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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림무정 - 전2권

『밀림무정』은 이 삶의 버팀목이 된 소중한 작품입니다. 독자들을 영하 30도에 이르는 겨울 개마고원에 가두고 싶었고, 그 개마고원에서 홀로 백두산 호랑이와 만나는 순간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밤 다시 그 문장들을 만지노라니, 골짜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광과 기운이 찾아들어 어제와 오늘을 구별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를 또 쓰라고 『밀림무정』이 제게 명령하는 듯합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다시 설산을, 이야기에 굶주린 호랑이처럼 오르겠습니다. 어흥!

[세트] 사랑과 혁명 1~3 세트 - 전3권

곡성 교우촌은 한양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자리 잡은 믿음의 마을이다. 낯설고 물선 곳까지 간 사람들은 어떻게 은밀히 마을을 꾸리고,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까. 섬진강 들녘으로 내려온 뒤, 옥터 옆에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정해박해 때 붙잡혀 온 천주교인들이 갇혀 고문받던 감옥 자리엔 곡성 성당이 세워졌다. 성당 바로 옆, 텃밭이 백 평이나 되는 마당집을 얻은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기도하지 않아도 기도하는 마음이다. 기르고 숨고 흐르는 마음을, 이렇게 매일 내 문장으로 옮기며 4년을 보냈다. 옥터 옆 텃밭에서 은총 고구마를 거두며『사랑과 혁명』을 세상에 내놓는다. 열매를 씨앗으로 삼아,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독자들도 저마다의 마을에서 평범하고 거룩한 날들을 꾸렸으면 좋겠다.

[큰글자도서] 밀림무정 1

『밀림무정』은 이 삶의 버팀목이 된 소중한 작품입니다. 독자들을 영하 30도에 이르는 겨울 개마고원에 가두고 싶었고, 그 개마고원에서 홀로 백두산 호랑이와 만나는 순간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밤 다시 그 문장들을 만지노라니, 골짜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광과 기운이 찾아들어 어제와 오늘을 구별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를 또 쓰라고 『밀림무정』이 제게 명령하는 듯합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다시 설산을, 이야기에 굶주린 호랑이처럼 오르겠습니다. 어흥! - 「개정판 출간에 부쳐」 중에서

[큰글자도서] 밀림무정 2

『밀림무정』은 이 삶의 버팀목이 된 소중한 작품입니다. 독자들을 영하 30도에 이르는 겨울 개마고원에 가두고 싶었고, 그 개마고원에서 홀로 백두산 호랑이와 만나는 순간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밤 다시 그 문장들을 만지노라니, 골짜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광과 기운이 찾아들어 어제와 오늘을 구별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를 또 쓰라고 『밀림무정』이 제게 명령하는 듯합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다시 설산을, 이야기에 굶주린 호랑이처럼 오르겠습니다. 어흥! - 「개정판 출간에 부쳐」 중에서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 들녘에서 한 해를 보냈다. 하나하나 만나고 사귈 때마다 잊지 않으려 기록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집필실에서 쓴 소설보다 두세 배 많은 글을 들녘을 걷거나 강가에 서서 끼적였다.『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역시 그렇게 얻은 기록이다. 초보의 실수담들이 한 해 만에 사라질 리 없다. 습작 시절을 지나 장편 작가로 이번 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리지 않았던가. 농사도 책방도 마을살이도 섬진강과 들녘의 일부로 사는 것도 역시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야 시작했으니 늦었다는 사람도 있겠고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보라 격려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올해도 늦지 않게 제철 농사를 짓고 싶고, 그러려면 자연의 흐름을 살펴 제철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 한다. 귀향 첫해, 맑은 물맛과 진한 흙내를 내 문장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김탁환의 쉐이크

이야기꾼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벽을 허물고 세상을 만나는 것이고, 그 만남을 이야기하면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내가 당신을 아낀다는 뜻이죠.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내가 당신의 목소리로 빚는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내가 당신에게 아직 띄울 편지가 남았다는 뜻이죠.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나를 위해 당신이 준비한 시간으로 기꺼이 돌아간다는 뜻이죠. 저는 그 이야기 나라의 행복을 믿습니다

김탁환의 원고지

호랑이처럼 홀로 떠도는 작가에게 창작일기란 날마다 몰래 치른 백병전의 흉터이자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쑥스러운 선물이리라.

나, 황진이

황진이의 마음으로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 미적 성취를 살피고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고 잊도록 강요된 삶의 결이 하나씩 되살아날 때마다, 이 회고의 기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설가 김탁환의 글이 아니라 16세기를 살았던 시인 황진이의 고백으로 변했습니다. 이 안에는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한 인간의 눈물겨운 투쟁과 무거운 성찰이 있습니다. 한 발 제껴 디딜 곳조차 없는 외길에서 그녀가 뱉은 말들이 쩌릿쩌릿 귀를 울립니다. 그녀의 노래는 강할 뿐 아니라 아름답습니다.

나, 황진이

『나, 황진이』는 여성 1인칭으로 쓴 첫 장편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숙해 가는 예술가를 그리고 싶었다. 집필 전에 검토한 황진이에 관한 소설들은 그녀가 가장 빛나던 시절만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40대 이후 세파를 겪고 나서 화담 서경덕 문하에 들어가고, ‘황진이 살롱’의 중심으로 활약하던 시기를 주목했다. 16세기 중엽 무렵부터 서경덕, 김인후, 이황, 조식 등 전국에서 학파가 생겨났지만, 여성을 동학(同學)으로 받아들인 곳은 서경덕 학파가 유일하다. 『나, 황진이』에선 어리거나 젊은 황진이가 아니라 늙은 황진이의 때로는 넉넉하고 때로는 회한에 찬 시선으로 인생과 예술과 학문을 논한다.

나, 황진이 - 주석판

황진이의 마음으로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 미적 성취를 살피고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고 잊도록 강요된 삶의 결이 하나씩 되살아날 때마다, 이 회고의 기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설가 김탁환의 글이 아니라 16세기를 살았던 시인 황진이의 고백으로 변했습니다. 이 안에는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한 인간의 눈물겨운 투쟁과 무거운 성찰이 있습니다. 한 발 제껴 디딜 곳조차 없는 외길에서 그녀가 뱉은 말들이 쩌릿쩌릿 귀를 울립니다. 그녀의 노래는 강할 뿐 아니라 아름답습니다.

노서아 가비

발자크에게, 뿌쉬낀에게, 고종에게, 하여 당신에게 커피는 무엇인지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곳에서부터 전부라는 곳까지, <노서아 가비>는 그 답을 찾아가는 소설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쉬운 듯 어려운 질문 하나 부여잡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입니다. 재주 많은 누군가는 자신만의 커피를 손수 만들어 지난 생의 증거로 삼겠지만, 저처럼 어리석은 이야기꾼은 있을 법하지 않은 커피에 관한 작은 이야기 하나 펼쳐 보일 따름입니다. 검은 액체의 사소하지만 집요한 유혹을 다루기엔 작은 이야기가 썩 잘 어울리는 것도 같습니다.

누가 내 애인을 사랑했을까

치욕이 사랑의 다른 이름임을 새삼 느낍니다. 이렇게 내 영혼의 청춘들을 변론해봅니다. 그들의 죽음이 무죄이듯이 그들의 변신 또한 탓할 수 없다고, 새로운 얼굴, 새로운 남자,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것이 어떻게 잘못이겠습니까. 그들의 행동을 모두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을 이해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인생의 알리바이 하나쯤은 지니고 있게 마련이데 그것마저 필요 없는 인간들도 있나 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더욱 치명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후기' 중에서)

눈먼 시계공 1

융합, 우정, 미래로 향한 글쓰기 <백탑파 시리즈>를 준비하고 집필하면서 30대를 보냈다. 10년 동안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넓고 깊은 공부! 그들은 농학, 수학, 천문학과 문학, 역사,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꽃이든 비둘기든 무예든 차별 없이 관심을 쏟았다. 최근 들어 융합 교육이니 ‘다빈치 형 인간’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지만, 200년도 훨씬 전 이 땅에 살다 간 백탑파야말로 다양한 ‘앎’을 누비며 삶의 근본 문제들을 천착한 선각자들이었다. 또 하나는 각별한 우정!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 김홍도, 김영! 이 눈부신 천재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서로를 시기 질투하지 않고 힘을 합쳐 정조 시절의 문화 부흥을 일으켰다. 나이와 신분의 차이를 너무나도 가볍게 뛰어넘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고, 경쟁보다는 더불어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환경에서 자라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재승 교수님과 나는 정말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별이 없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과학과 이별하였고, 내신 성적과 학력고사 점수에 따라 석차를 매기는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뒤,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가 되었고, 마흔 살을 넘겼다. 늦었지만, 이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나는 바뀌고 싶었다! 4년 남짓 내게 익숙한 것들을 두고 낯선 곳으로 갔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미적분을 만나고 확률 통계에 울고 공학자와 점심을 먹고 과학자와 자정을 넘겨 토론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공부할 것이 더 많아질 때의 아득함이여! 아득함은 아득함대로 두고 조금씩이나마 ‘이과’라고 통틀어 멀리하던 문화와 사귈 기회를 얻었다. 자연대나 공대 출신의 제자들을 지도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하고, ‘창조의 비밀’이라고 숨겨 왔던 예술가들의 창작 방법들을 객관화하여 논문을 쓰느라 낑낑대기도 했다. 희한한 이름의 ‘랩(LAB)’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다가 놀라운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이 ‘과거’의 문제를 연구하여 ‘현재’의 개선책을 찾는다면, 과학자나 공학자의 시선은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10년 후에 상용화될 전기 자동차, 20년 후에 시판될 약, 30년 후의 유비쿼터스 도시, 50년 후의 우주선! 그 비밀을 알고 나서부턴 나는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혹자는 나를 ‘역사 소설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 호칭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냥 소설가이고, 내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백, 연의, 추리, 여행기, 판타지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역사라고 두루뭉수리 덮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본질이 ‘시간’에 있다고 믿으며, 그 시간의 다양한 층위에서 몽상하기를 즐기는 이들을 ‘역사 소설가’라고 부른다면, 앞으로도 크게 괘념치 않을 작정이다.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DISCO(Digital Storytelling and Cognition)’ 랩에서, 그 새벽에 이런 몽상이 춤을 추었다. 과거만 역사가 아니라 미래도 역사다.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선 과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왕 역사 소설가란 소릴 듣고 있으니, 어디 미래 역사 소설을 써 볼까? 과학이 지닌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나보다 먼저 발견한 이가 정재승 교수님이다. 일찍이 과학으로 콘서트를 꿈꾸셨으니까. 함께 과학 소설을 쓰자는 데는 쉽게 합의했지만, 집필에 돌입하기까진 1년을 더 준비해야 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다른 일들이 많았고, 과학을 좋아하는 소설가와 소설을 좋아하는 과학자의 공동 집필이 어떤 식으로 가능한지 선례가 없기도 했다. 다행히 그 1년은 함께 랩을 꾸려 가며 생활 속에서 서로를 알아 나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가슴엔 #눈먼 시계공##이란 작품이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시간만 나면 서로 은밀히 속삭였다. 빨리 시작해야 되는데요. 언제가 가장 좋을까요? 그러다가 신문 일일 연재의 기회가 왔고 우린 겁도 없이 이 기회를 붙잡았다. 집필은 즐거움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채워 나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단어 문장 문단 단위로 ‘융합’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 좋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문명의 이기들을 적극 이용했다. 국내외 출장 중에도 우리는 낮밤 없이 연락하며 함께 몽상을 키우고 이야기를 다듬었다. 우리가 큰 문제없이 연재를 마친 것은 서로의 일상을 이해한 뒤 집필에 임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만을 위해 모였다면 소설가는 과학자를, 과학자는 소설가를 괴물 보듯 했으리라. 그러나 정 교수님은 내가 마음껏 몽상의 날개를 펴도록 내버려 두었고, 또 나 역시 정교수님의 합리적인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여 고치고 또 고쳤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단 하나에 인문학적 교양과 과학적 지식이 멋지게 뒤섞인 여름밤에는, ‘아, 박지원과 김영, 이덕무와 백동수도 나처럼 즐거워한 밤이 있었겠구나!’ 여기기도 했다. 벗으로 인해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 또 나로 인해 벗이 한계를 넘는다는 것.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으랴. 벗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중요한 스승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눈먼 시계공>이 완성될 때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따듯한 격려를 받았다. 몽상을 멋진 그림으로 옮긴 김한민 작가 덕분에 소설이 더욱 풍성해졌다. 멋진 그래픽 노블, 기대할게요.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SF 소설을 만들어 보라고 적극 권유하신 이광형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자료 조사를 도와준 DISCO 랩 학생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스친다. 얘들아! 흩어져 봤자 이야기‘판’ 위가 아니겠어? 다시 만나 함께 이야기 만들 날이 꼭 올 게다. 이원태 이엑스스타 영화 사업 본부장도 첫 구상에 동참하여 힘을 보탰다. 나는 이 작품을 끝으로 KAIST를 퇴직하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학교는 떠났지만, 그 곳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탁월한 과학자들과의 협업은 계속 이어 가려 한다. 졸업 작품을 낸 심정이다. 이제 첫 삽을 떴을 뿐이다. 도전하고 싶은 ‘과학’ 이야기가 많다.

눈먼 시계공 2

융합, 우정, 미래로 향한 글쓰기 <백탑파 시리즈>를 준비하고 집필하면서 30대를 보냈다. 10년 동안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넓고 깊은 공부! 그들은 농학, 수학, 천문학과 문학, 역사,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꽃이든 비둘기든 무예든 차별 없이 관심을 쏟았다. 최근 들어 융합 교육이니 ‘다빈치 형 인간’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지만, 200년도 훨씬 전 이 땅에 살다 간 백탑파야말로 다양한 ‘앎’을 누비며 삶의 근본 문제들을 천착한 선각자들이었다. 또 하나는 각별한 우정!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 김홍도, 김영! 이 눈부신 천재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서로를 시기 질투하지 않고 힘을 합쳐 정조 시절의 문화 부흥을 일으켰다. 나이와 신분의 차이를 너무나도 가볍게 뛰어넘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고, 경쟁보다는 더불어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환경에서 자라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재승 교수님과 나는 정말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별이 없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과학과 이별하였고, 내신 성적과 학력고사 점수에 따라 석차를 매기는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뒤,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가 되었고, 마흔 살을 넘겼다. 늦었지만, 이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나는 바뀌고 싶었다! 4년 남짓 내게 익숙한 것들을 두고 낯선 곳으로 갔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미적분을 만나고 확률 통계에 울고 공학자와 점심을 먹고 과학자와 자정을 넘겨 토론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공부할 것이 더 많아질 때의 아득함이여! 아득함은 아득함대로 두고 조금씩이나마 ‘이과’라고 통틀어 멀리하던 문화와 사귈 기회를 얻었다. 자연대나 공대 출신의 제자들을 지도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하고, ‘창조의 비밀’이라고 숨겨 왔던 예술가들의 창작 방법들을 객관화하여 논문을 쓰느라 낑낑대기도 했다. 희한한 이름의 ‘랩(LAB)’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다가 놀라운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이 ‘과거’의 문제를 연구하여 ‘현재’의 개선책을 찾는다면, 과학자나 공학자의 시선은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10년 후에 상용화될 전기 자동차, 20년 후에 시판될 약, 30년 후의 유비쿼터스 도시, 50년 후의 우주선! 그 비밀을 알고 나서부턴 나는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혹자는 나를 ‘역사 소설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 호칭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냥 소설가이고, 내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백, 연의, 추리, 여행기, 판타지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역사라고 두루뭉수리 덮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본질이 ‘시간’에 있다고 믿으며, 그 시간의 다양한 층위에서 몽상하기를 즐기는 이들을 ‘역사 소설가’라고 부른다면, 앞으로도 크게 괘념치 않을 작정이다.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DISCO(Digital Storytelling and Cognition)’ 랩에서, 그 새벽에 이런 몽상이 춤을 추었다. 과거만 역사가 아니라 미래도 역사다.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선 과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왕 역사 소설가란 소릴 듣고 있으니, 어디 미래 역사 소설을 써 볼까? 과학이 지닌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나보다 먼저 발견한 이가 정재승 교수님이다. 일찍이 과학으로 콘서트를 꿈꾸셨으니까. 함께 과학 소설을 쓰자는 데는 쉽게 합의했지만, 집필에 돌입하기까진 1년을 더 준비해야 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다른 일들이 많았고, 과학을 좋아하는 소설가와 소설을 좋아하는 과학자의 공동 집필이 어떤 식으로 가능한지 선례가 없기도 했다. 다행히 그 1년은 함께 랩을 꾸려 가며 생활 속에서 서로를 알아 나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가슴엔 #눈먼 시계공##이란 작품이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시간만 나면 서로 은밀히 속삭였다. 빨리 시작해야 되는데요. 언제가 가장 좋을까요? 그러다가 신문 일일 연재의 기회가 왔고 우린 겁도 없이 이 기회를 붙잡았다. 집필은 즐거움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채워 나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단어 문장 문단 단위로 ‘융합’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 좋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문명의 이기들을 적극 이용했다. 국내외 출장 중에도 우리는 낮밤 없이 연락하며 함께 몽상을 키우고 이야기를 다듬었다. 우리가 큰 문제없이 연재를 마친 것은 서로의 일상을 이해한 뒤 집필에 임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만을 위해 모였다면 소설가는 과학자를, 과학자는 소설가를 괴물 보듯 했으리라. 그러나 정 교수님은 내가 마음껏 몽상의 날개를 펴도록 내버려 두었고, 또 나 역시 정교수님의 합리적인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여 고치고 또 고쳤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단 하나에 인문학적 교양과 과학적 지식이 멋지게 뒤섞인 여름밤에는, ‘아, 박지원과 김영, 이덕무와 백동수도 나처럼 즐거워한 밤이 있었겠구나!’ 여기기도 했다. 벗으로 인해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 또 나로 인해 벗이 한계를 넘는다는 것.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으랴. 벗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중요한 스승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눈먼 시계공>이 완성될 때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따듯한 격려를 받았다. 몽상을 멋진 그림으로 옮긴 김한민 작가 덕분에 소설이 더욱 풍성해졌다. 멋진 그래픽 노블, 기대할게요.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SF 소설을 만들어 보라고 적극 권유하신 이광형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자료 조사를 도와준 DISCO 랩 학생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스친다. 얘들아! 흩어져 봤자 이야기‘판’ 위가 아니겠어? 다시 만나 함께 이야기 만들 날이 꼭 올 게다. 이원태 이엑스스타 영화 사업 본부장도 첫 구상에 동참하여 힘을 보탰다. 나는 이 작품을 끝으로 KAIST를 퇴직하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학교는 떠났지만, 그 곳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탁월한 과학자들과의 협업은 계속 이어 가려 한다. 졸업 작품을 낸 심정이다. 이제 첫 삽을 떴을 뿐이다. 도전하고 싶은 ‘과학’ 이야기가 많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질문을 삼키자 눈물이 고였다. 고마운 일이다. 이번 생에선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날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만인에서 만물로 ‘당신’을 확장하면 이 만남이 더욱 귀하다. 그 사람을, 그 노을을, 그 길을, 그 책을,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나는 내가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맘이 묻는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 직관이나 격언이나 수식은 가짜다. 비유이면서 사실인 세계가 소설의 육체이므로, 오래 낯선 곳에 가 머물렀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고, 당신의 이야기에 나도 물들었다. 습지의 나무 위로 떠오른 봄 별 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2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질문을 삼키자 눈물이 고였다. 고마운 일이다. 이번 생에선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날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만인에서 만물로 ‘당신’을 확장하면 이 만남이 더욱 귀하다. 그 사람을, 그 노을을, 그 길을, 그 책을,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나는 내가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맘이 묻는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 직관이나 격언이나 수식은 가짜다. 비유이면서 사실인 세계가 소설의 육체이므로, 오래 낯선 곳에 가 머물렀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고, 당신의 이야기에 나도 물들었다. 습지의 나무 위로 떠오른 봄 별 밤.

대소설의 시대 1

『대소설의 시대』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것은 김진과 이명방을 비롯한 남자들이지만, 걸작을 원하고 베끼고 쓰고 읽는 이는 모두 여자들이다. 『사씨남정기』의 김만중, 『창선감의록』의 조성기처럼 남자 작가가 쓰고 여자 독자가 읽던 구도는, 곧 여자 작가가 쓰고 여자 독자가 필사하여 읽는 구조로 바뀌었다. 위로는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에서부터 아래로는 소설을 필사하는 궁녀에 이르기까지, 궁궐과 사대부 가문과 세책방을 가리지 않고, 순수 소설 애호가들이 넘쳐났다. 여기서 ‘순수’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그들에겐 소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존여비의 세상,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못하는 사회에서, 소설을 통해 그들만의 상상을 펼쳐나갔다. 함께 모여 베끼고 읽고 논하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소설을 즐기는 모임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작가가 탄생한 텃밭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려면 나이나 직업 그리고 생활뿐만 아니라, 그가 상상하는 세계까지 파악해야 한다. 18세기 이 땅의 여자들은 무엇을 상상했을까. 그녀들의 손때 묻은 장편/대하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그 상상의 진경을 맛볼 수 있다. 천상과 지상, 현실과 꿈, 결혼 이전과 이후, 가문의 안과 밖, 젊음과 늙음, 옳음과 그름,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

대소설의 시대 2

『대소설의 시대』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것은 김진과 이명방을 비롯한 남자들이지만, 걸작을 원하고 베끼고 쓰고 읽는 이는 모두 여자들이다. 『사씨남정기』의 김만중, 『창선감의록』의 조성기처럼 남자 작가가 쓰고 여자 독자가 읽던 구도는, 곧 여자 작가가 쓰고 여자 독자가 필사하여 읽는 구조로 바뀌었다. 위로는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에서부터 아래로는 소설을 필사하는 궁녀에 이르기까지, 궁궐과 사대부 가문과 세책방을 가리지 않고, 순수 소설 애호가들이 넘쳐났다. 여기서 ‘순수’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그들에겐 소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존여비의 세상,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못하는 사회에서, 소설을 통해 그들만의 상상을 펼쳐나갔다. 함께 모여 베끼고 읽고 논하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소설을 즐기는 모임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작가가 탄생한 텃밭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려면 나이나 직업 그리고 생활뿐만 아니라, 그가 상상하는 세계까지 파악해야 한다. 18세기 이 땅의 여자들은 무엇을 상상했을까. 그녀들의 손때 묻은 장편/대하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그 상상의 진경을 맛볼 수 있다. 천상과 지상, 현실과 꿈, 결혼 이전과 이후, 가문의 안과 밖, 젊음과 늙음, 옳음과 그름,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

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 작가란 무언가를 뒤적이고 무언가를 끼적이는 자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짧은 비평가 생활을 접고 작가로 들어섰을 때,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이 책 꼭 읽지 마세요!" 라는 글은 단 한 편도 짓지 않고, "이 책 꼭 읽으세요!" 라는 글만 남기겠다고. ('작가의 말' 중에서)

리심 - 상

<리심>을 탈고한 지금 매우 지치며 더욱 희망차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20년 동안 내가 배우고 익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 개화기를 담기 위해서는 중세와 근대, 전통과 외세, 계몽과 신비, 동학과 서학, 낭독과 묵독, 제국과 식민지를 풍부하게 살펴야 한다. 어느 쪽도 무시하거나 예단하지 않고 양달은 양달대로 응달은 응달대로 역사가 부여한 저마다의 몫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했다.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는 좌충우돌 3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설이다. 감히 주장하건대, 이 소설을 쓰기 전 김탁환과 쓴 후 김탁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골방의 몽상과 취재의 생생함을 아우르는 '취재형 작가'로 불혹의 10년을 활활 태우겠다. 아직도 내겐 젖은 장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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