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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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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시절과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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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소설가 한강을 (추천4,댓글4)    2010-04-02 12:51


문학과지성사 낭독의 밤
 

일시 : 2010년 4월 1일 늦은 7시 30분
장소 : 홍대 살롱드 팩토리


 

 

 



 

 


위태로운 삶의 경계에 서 있는 그와 그녀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삶의 뼈 속 깊이, 아주 깊은 바람이 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린 희망을 가질지도 모른다.
적어도 바람에 날려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1.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낭독은 말이죠.

갈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아침에 부랴부랴 책을 챙겨오긴 했지만 혼자 가기가 조금은 머쓱하기도 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부질없었다. 내 몸이, 내 두 발은 홍대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삼십 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실 많은 이들이 이미 도착을 해서 조용히 책을 들춰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를, 우연찮게 이 카페에서 만나게 되어 놀라움과 더불어 왠지 낭독의 시간이, 지금 이 시간을 통해서 더없이 행복해질 거란 예감이 짙어오기 시작했다.

보통 작가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부랴부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내가 봤던 몇몇 상황들) 아주 일찍 작가님은 행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웹진 <문장>을 통해서 잠시 진행자로 머무셨던 작가 한강의 목소리를 통해서 무척이나 꼼꼼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낭독의 시간’을 위해서 하나하나 마이크의 볼륨도 맞춰보고 몇 구절 낭독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점점 기대에 부풀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작가님과 눈이 마주쳤지만 조금 부끄럽기도(?)해서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스러웠다. 어쨌든 시간이 다 되어 같은 시간 같은 책을 들고 마주 앉아, 카페를 가득 메운 독자들은 『바람이 분다, 가라』를 펼쳤다.


 

 

2. 4월 1일 만우절 날, 거짓말 같은 낭독의 시간.

그녀는 너무나 예뻤고, 목소리는 정말 문장을 낭독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만가만히 듣고 있으면 책을 펼쳐서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기 보다는 그냥 조용히 두 눈을 감고 듣고 싶게 만든다.

작가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낭독을 이렇게 길게 한 적은 처음일 듯 싶다. 나 또한 낭독회를 다양하게 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장편소설의 소제목의 부분별로 전부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들으면서 뒤로 갈수록 내가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어떤 싱어송라이터에게 왜 노래를 부르냐고 하면 자기가 쓴 노래를, 가사를 가장 잘 부를 사람은 쓴 자기 자신 뿐이라고 했다. 이 말이 문득 떠오른 건 내가 낭독을 통해서 내린 결론과 같을 것이다. 작가 한강이 쓴 문장을 작가 스스로 단어와 단어사이를 살리는 건 작가가 가장 온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분부분 읽어나가면서 중간중간에 오늘 날씨에 대해서, 이 소설을 쓰기까지의 일화 등등 덧붙이는 작가의 모습에서 소설의 더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소설을 더 진짜 소설 같이, 진짜 단어 하나하나가 심장에 박힐 정도로 작가님의 목소리는 『바람이 분다, 가라』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3. 소설가 한강이 들려주는 『바람이 분다, 가라』사이사이.

『바람이 분다, 가라』란 소설은, 결국엔 그래서 한강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장편소설의 부분만 읽었다고 해도 1에서부터 10까지 소제목이 붙어 있는 이 소설 낭독은 참으로 만만지 않은 일이었다. 작가가 쉼 없이 무려 한 시간을 넘게 낭독만 진행했다. 단 세 번만, 그것도 아주 조금 물로 입만 채웠을 뿐 그녀는 끊임없이 단어들을 내뱉었다.

그 낭독 사이사이에 작가는 조금은 소설의 뒷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독자들에게 소소한 인사를 하며, 책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 꿈에 대한 이야기, 소설을 원고지 천 매 가량을 쓰고 잠시 1년의 공백 뒤에 다시 600매를 더 썼던 이야기. 그리고 <파란 돌>.

 


4. 그녀에게 궁금했던 점들.

문학과 지성사에서 멋지게 만들어준 ‘낭독의 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작가의 낭독의 시간을 온전히 작가에게 줘 낭독을 할 때 온통 작가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질문은 사회자가 나와서 그 시간을 채워줘 분리된 듯 하면서도 매끄러운 시간을 만들어준 게 다른 출판사에서의 낭독회와 다른 점이라 생각이 든다.

내가 학부를 다니면서 한 때 문학평론가를 꿈꿨던(아쉽게도 대학원을 가지 않는 바람에 무산) 그 시절에, 내가 정말정말 뵙고 싶었던 김형중 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재치와 유머가 있으신 분인 줄 미처 몰랐다(역시 비평가답게 날카로운 질문을 해주셨지만 사실 너무 어려웠다). 소설 속 인주에 대한 책을 쓰게 되면서 서로 엇갈리는 강석원, 정희가 준비하는 책을 그들의 글쓰기로 분류해 질문하셨고, 작가님은 질문이 너무 어렵다면서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하셨다.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서 독자 세 분만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소설 속 심장이 뛰는 소리라며 ‘빠담빠담’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프랑스 샹송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에서 쓰게 된 거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했다.

나 또한 가장 궁금했고 묻고 싶었던 질문 중 하나가, 한강 작가님의 시를 과연 읽어볼 수 있을까 였다. 단행본으로. 시집이 나온다면?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오른다. 작가님은 대학 시절에 100편정도 시를 썼는데 20대의 그 흔적들을 모조리 없앴다고 하셨고 지금도 서른 편정도 시를 써 놓은 게 있다고 하셨다. 아마도 또 10년 동안 그 정도 써 50편이 될 때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 놓으셨다. 
 



5. 결국 한강이었다.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소설가라는 참으로 불편한 직업이다. 평생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게 숙명이다. 그녀가 4년 동안 소설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고 괴로웠다는 말이 내 맘을 베기에 충분했다. 나 또한 문학을 통한 삶이 얼마나 힘들고, 작가로 살아가는 자들의 삶을 얼마나 뒤흔드는지 잘 안다. 그렇지만 어려워도 소설 쓰기를 계속 할 거라는 작가 한강은 결국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밖에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아주 오랜 시간 소설가 한강을 기다린 독자들에게 잠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린 또다시 그녀의 문장을 기다리게 될 테니.


 

 

덧붙이는 말들.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글’로만 대신합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졸린 눈 부비며 오자마자 책상에 앉았네요.
좋은 밤 만들어주신 ‘문학과지성사’와 ‘알라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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