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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강화길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6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전주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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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짐작‘의 전말 : 누구도 타인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추천18,댓글0) 뒷북소녀   2018-11-26 10:13

잘못된 '짐작'의 전말 : 누구도 타인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단편소설 「손」, 강화길, 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후보작

   퍽, 하는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었나. 나는 몸을 돌려 다시 걸었다. 대문 앞에 다가섰다. 퍽, 소리가 또 들렸다. 커다란 돌덩이 같은 것이 벽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였다. 나는 곧장 뒤로 돌았다. 무언가 있었다. 짧고 얇은 어떤 것이 골목길 뒤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산한 느낌이 가슴 안 쪽을 찌르며 내려왔다. 나는 서둘러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강화길 「손」, 59쪽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남편이 인도네시아로 파견 근무를 떠나자 어린 민아를 데리고 시어머니가 있는 시골로 내려옵니다. 혼자서 딸까지 어떻게 키울까 걱정이었는데, 시어머니가 민아를 봐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담임교사였고 학생 수는 일곱이 전부입니다. 시골 학교라고 해서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마을 이장의 손자인 용권이와 옆집 미자네 손자 대진이도 '나'의 학생입니다. '5학년이지만 학교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서글서글 잘생긴 소년'인 용권이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데, 용권이를 종종 괴롭힙니다. 분명 용권이의 주도로 아이들이 대진이를 괴롭히고 있는데, 대진이는 말이 없고 '나'에게는 심증이 있지만 확실하게 현장을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딱 한번 용권이가 대진이를 밀어 넘어뜨리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용권이가 먼저 '나'에게 실수라고 말하고 용권이에게 사과합니다. '나'는 용권이가 영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늘 당하기만 하고 아무 말도 없는 대진이가 답답하기도 합니다.

   한편, 시어머니가 옆집 미자네가 이장님 이야기를 자꾸 이상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일 때문에 미자네가 이장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이장이 갑자기 뒤에서 미자네를 끌어안았고, 이 이야기를 미자네는 거들먹거리며 시어머니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어머니가 평소 이장님을 좋게 생각하고 있어서 미자네가 거들먹거린 것으로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소문나면 이장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덧붙입니다.
   '나'는 이번 사건도 그렇고, 대진이의 일도 있고 해서 미자네를 방문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사실을 할머니인 미자네에게는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자네 역시 용권이가 공부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라며, 심지어 착하다고 칭찬만 합니다. 아이들이 착하다고 말하는 것은 미자네 뿐만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도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애들이 문제가 많아요. 그래도 우리 마을 애들이 아주 착해요.아시죠?"(75쪽)

   이 마을에서는 이장의 주도로 농한기에 날을 잡아 된장을 만드는 사업을 합니다. 그 날은 '손'이 없는 날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 손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마을에서의 첫해, 나는 시어머니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어머님, 손이 뭔가요?"
   그녀가 대답했다. "악귀다, 악귀.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을 해코지하고 방해하는 년. 그년이 없는 날 귀한 해콩을 삶는 거다." 강화길 「손」, 62쪽

   이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조금씩 불안해집니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나는지 알 수 없는 '퍽, 퍽' 소리. 밤마다 대문을 철커덩 흔드는 어떤 것. 이 모든 것이 혹시 '손'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자신에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는 용권이가 내는 소리일까요?

   드디어 '손'이 없는 날이 되어 마을은 새벽부터 메주를 삶느라 바쁩니다. '나'도 어린 민아를 데리고 나와 못하는 일이지만 돕는 시늉을 합니다. 그런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용권이와 귓속말을 하던 민아가 사라집니다. '나'는 미친듯이 민아를 찾습니다. 지금 당장 찾지 않으면 마치 누군가가 민아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은 심정으로 말입니다. 겨우 용권이를 찾았는데, 용권이와 함께 있던 대진이는 할머니와 함께 민아가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나'는 대진이가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한채 말해서 거짓말일거라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울고 있는 민아를 미자네가 달래며 데리고 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미자네를 찾아 미자네까지 가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알 수 있다고 한 것처럼, 이 마을에는 정말 문제가 많은 아이와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요?
   그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깨닫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그녀의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유독 '나'만 그토록 불길하게 따라다녔던 '퍽, 퍽'하는 소리. 무언가 부딪치고 터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두들겨 맞는 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아궁이에 밀어넣은 마른 대나무 더미에서 나는 소리'(83쪽)였습니다. 대나무 가지의 빈 구멍이 아궁이 속에서 폭죽처럼 터지면서 나는 소리였는데, 그녀처럼 도시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일 겁니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용권이와 대진이는 사이가 좋았고 이장과 미자네도 스스럼 없는 사이였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내뱉었던 그 말은, 아이들을 벌주기 위해 저녁까지 학교에 붙들어 놨던 날 그녀가 학부모들에게 했던 말인데, 학부모들이 비꼬아 그녀에게 다시 들려준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 중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무슨 방법이든 찾아내리라는 것을. 내 화를 풀기 위해, 그리하여 내 앞에 누구를 내보낼지 결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읍내의 학원 갈 시간을 빼서라도, 곧장 집에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서라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주말에도 만나서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은 결코 대화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왜냐하면 나는 담임교사였고, 학생 수는 겨우 일곱 명이었다. 그런 건 그냥 알 수 있는 거였다. 저녁까지 아이들을 남겼던 날, 학부모에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요즘 애들이 문제가 많아요. 그래도 우리 마을 애들이 아주 착해요. 아시죠?" 강화길 「손」, 86쪽

   '나'는 자신을 '학생들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담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며 감춰진 것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겨우 일곱 명 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의 담임이니까요. 시어머니와 미자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전하는 말의 늬앙스나 이야기의 전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썩은 내가 어디서 흘러 들어오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 방구석의 냄새일까. 집 안 전체에 스며든 냄새일까. 마을 전체에 가라앉은 냄새일까. 아니면, 내 몸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일까. 문득 가만히 생각하니 그랬다. 손이 왜 매일같이 모두를 방해하는지, 전부를 망치고 싶어 하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는 양손에 얼굴을 천천히 묻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그 냄새를 맡았다. 이제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마땅한 일이었다. 강화길 「손」, 86~87쪽

   '나'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듣던 우리는 '나'와 같은 의심을 하게 되지만, 마지막엔 깨닫게 됩니다. 마을의 평화를 깨고 문제를 일으켜 해코지를 한 건 결국 '나'였다는 것을, 사실은 '나'가 '손'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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