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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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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원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8년, 대한민국 경기도 화성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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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시를 위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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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종이의 역사>고행으로 시작해 부정으로 끝나는 나와의 대면 (추천2,댓글0) 헬레니즘   2019-02-07 12:06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방법들. 단순히 거울로 확인하는 방법부터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쓴 일기, 혹은 일생에 대한 일대기를 다루는 자서전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린다면 자화상이 될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다. 대상에 대한 해석의 초점을 주체인 나에게로 돌려 일종의 메타사고를 통해서 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해석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작업일 것이다. 많은 화가들에게는 자화상이 있고 많은 작가들에게는 자전소설이 있다. 자화상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자기 고백이며 자기반성일 수 있다. 그러나 이원의 살가죽이 벗겨진 자화상은 제목이 주는 기괴한 분위기와 함께 자신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자화상의 일반적인 범주 외에 있다. 과연 살가죽이 벗겨진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살가죽을 나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단지 살가죽이 덧씌워진 나의 이면에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가. 시의 제목으로 질문의 연쇄가 시작되는 것이다

.

1연은 1행으로 되어 있다. ‘검은 빛에 갇힌그러나 주어와 동사로 구성된 문장, 혹은 명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명사가 아니다. 수식 어구뿐이기 때문에 수식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수식대상은 2연에서 이어진다. ‘길들하루. 2연의 분위기는 검은 빛의 수식을 받아 이어가기 때문에 어둡다. 1행의 제 스스로 몸을 구부려 돌아가고 있는 것에서 편하게 빠른 길로 가는 것과 대비되어 고행의 느낌을 준다. 이어서 하루벽을 밀고 가는 것이다. 벽은 밀리지 않는다. 예정된 실패의 행동들이 하루의 과업인 것이다. 3행에서는 한 여름에 모포를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형국이라고 묘사하며 일부러 고생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2연의 행동들, 돌아가거나 벽을 밀고 가거나 땀을 흘리는 것은 특별한 산출물이 없는 고생 정도로 보인다. 이 시의 제목이 자화상이었던 것을 염두 하면 2연에 그려진 고행은 자기반성을 위한 선행 단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2연에 등장하는 물 빠진 뻘의 배는 바다로 나갈 수 없는 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바다 멀리 까지 보인다.’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는 한계만을 확인하게 한다. 나를 배로, 바다를 세계로 치환할 때 내가 세계로 진입하는 데 있어서의 좌절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1연에서 나의 자기반성적 고행을 시작으로 2연에서는 세계로 진출하지 못하는 나를 묘사하고 있다. 3행에서 지칭하는 여기는 죽은 사람, 산 사람이 모두 보이는 공간이다. ‘여기는 시 안에서 물 빠진 뻘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떠난 자들과 남겨진 자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층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

3연은 하나의 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이 들끓어 밖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안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이 의도한 살가죽이 벗겨진 자화상에 가장 근접한 시적 언술이 된다고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말로 진정한 자아가 될 것이다

.

4연은 자기반성의 결과인데 다소 파격적이다.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것이라는 다짐에서 인간에 대한 메타사고가 인간에 대한 부정에 이르는 모순을 확인하게 된다. 이어지는 2행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나는 내가 사람인지조차 모를 것이다라고 끝까지 부정한다. 자기반성의 의도로 시작한 자화상의 결론이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마무리되면서 이 시의 대상은 애초에 나라는 소박한 차원에서의 자화상이 아니라 인류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

자기 해석의 결과는 의도와 달리 강한 자기 부정성을 내포한다. 자기 해석의 과정은 자기 부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부정된 자아 역시 다양하게 해석된 자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쩌면 자기 부정을 통해 자기를 비운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허상들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아마 살가죽은 우리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나라고 믿고 있던 허상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자화상을 통한 나와의 대면 과정은 고통스럽고 자기 한계를 확인하는 괴로운 과정이지만 그 결과로서의 자기 부정은 더욱 결연하여 진실로서 믿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연을 읽었을 때의 울림은 강렬한 시적 분위기를 성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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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종이의 역사>고행으로 시작해 부정으로 끝나는 나와의 대면헬레니즘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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