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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어린이/유아
해외저자 > 사진/그림

이름: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

성별:여성

국적:유럽 > 동유럽 > 폴란드

출생:1960년, 폴란드 토루인

기타: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전공.

최근작
2024년 1월 <(논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 14권세트 / 라가치상수상자 / 2024년 안데르센상 최종후보 / 어린이창작그림책 / 세계창작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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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의 그림책은 한국에서 기획되어 한국에서 초판이 출간된다. 낯선 나라의 신비로운 일러스트레이터가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무척이나 이색적인 작품 활동과 출판 과정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그림책 작가로 데뷔시키는 역할을 한 번역가 이지원 씨, 그리고 애정어린 노력으로 그녀의 책을 만든 출판사들. 열정적인 한국의 조력자들을 통해 차츰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구조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일러스트, 한없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그 안에 탄탄히 자리잡고 있는 논리, 다름의 무한한 가능성이 마법처럼 그림책 위에 펼쳐진다. 그리고 2011년 봄이 시작될 무렵, 국내작가 김희경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공동작업한 <마음의 집>의 볼로냐 라가찌 상을 수상은,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그를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신작 <여자아이의 왕국>과 함께 한국의 독자들을 찾은, 한국이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2011년 9월 23일 알라딘 독자들에게 건넨 이야기들.

(통역 : 설재인 / 사진 : 창비, 알라딘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승혜)

 

 

알라딘 I 한국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한국에서 새로운 가을을 맞는 기분이 어떤지.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가을이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한 번은 5월, 다른 한 번은 12월이었다. 먼저 5월에는 한국에 머무는 내내 비가 왔었고, 12월에는 너무 추웠다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시원한 공기와 산뜻한 바람 때문에 기분이 좋고, 모든 게 초록색이라서 너무 예쁘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라딘 I 초경을 시작한 날부터 여자아이는 자기 왕국의 주인이 된다는 비유를 담고 있는 신작, <여자아이의 왕국>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비밀스럽고도 개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경을 끝내는 시기가 나에게 오면서, 월경을 할 수 있었던 기간 자체에 대해 그리움이 쌓이게 되었다. 월경을 겪던 그 기간을 책에 함축적으로 담고 싶었다. 내게 월경이 있었던 시간은 40년 정도다." 

알라딘 I <여자아이의 왕국>의 모티브가 된 초경을 한국에서는 사춘기의 시작과도 연결 짓곤 하는데 자신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이켜본다면.

"내가 열살 때 초경이 왔다. 초경, 월경이라는 건 나에게는 아프고 고통스럽기만한 순간들이었다. 어떤 기쁨조차 느낄 수 없었다. 아, 나도 이제 여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그냥 아이로 남고만 싶었다. 사춘기라고 하는 기간에 가슴이 자라고 월경을 해야하고, 그렇게 여자가 되는 준비를 하는 과정. 그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아팠다. 정신적으로는 아이인데, 몸만 속도를 앞질러 자라는 것이 굉장히 이상했다. 열살 아이의 생각으로는. 어깨가 잔뜩 굽은 자세로 걷게 되고, 자신 있게 가슴을 펴고 다닐 수 없었다. 그랬던 만큼 그 시간은, 사춘기라는 시간은 행복하지 않았다. 여자가 된다는 준비 기간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춘기는 내게 아팠던 기간으로 기억된다."

알라딘 I 한글의 간결한 논리성에 매료되어 <생각하는 ㄱㄴㄷ>과 같은 한글 그림책을 작업하기도 했는데, 한글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내가 생각하는 한글의 매력이란.  

"한국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논장 출판사에서 나온 <생각하는 ㄱㄴㄷ>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논장에서 처음 제의를 주셨을 때는 내가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나에게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한글을 하나도 모르고 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 써 본 적도 없는데. 이런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한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렇지만 출판사에서는 이런 나를 믿어주었고,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그렇게 출판사의 도움으로 한글을 처음 보게 되었다. 한글이 가진 뜻을 전혀 모르다보니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다 더 폭넓은 해석을 가지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한글이란, 굉장히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짜여진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건축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조각처럼 정확히 맞춰지는 그런 느낌이 굉장히 아름답게 여겨졌다."  

           

알라딘 I <반이나 차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서, 두 사람이 한 가지 사실을 바라보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내용의 상대주의의 개념을 자주 다뤄왔다. 다리미 자국, 발자국, 연필이 온갖 형태로 변신하는, <문제가 생겼어요>-<학교 가는 길>-<생각 연필>로 이어지는 상상 그림책 시리즈도 이 개념의 발전 내지 변형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주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상대주의는 내가 굉장히 즐겨 쓰는 개념이다. 모든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노느냐, 하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마음의 집>에 등장하는 '마음' 또한 그 중의 하나다. <문제가 생겼어요>란 작품에서는 다리미 자국이 배가 되었다가 다시 섬으로 바뀌며 계속 변화를 거듭한다. 다리미 자국이란 것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문제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가능성을 나는 계속해서 그림책을 통해 말하려 한다. 테마는 항상 하나(상대주의)에서 시작하지만, 나오는 책은 제각각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을 띤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것이 내 작품 활동의 목표이고 과제이다. 상대주의 개념이 가장 이상적으로 드러나 있는 나의 작품으로는 <시간의 네 방향>을 꼽고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책에 이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자아이의 왕국>도 마찬가지다." 

 

알라딘 I 네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직접 만들면서 그림책 창작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작품을 알고 있는지. 

"나의 가족에게, 새로운 책이 나오는 날은 항상 새로운 기념일 같은 날이다. 모두가 함께 모여 책을 펼쳐 보고, 각자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 예쁘다! 감탄하고 신기해한다. 마치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그래서 새로운 책, 제일 최근에 출간된 <여자아이의 왕국>이 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책일 것 같다. (웃음)"

알라딘 I 아이들은 태어나서 일정한 나이가 되기 전까지 부모님 또는 어른들이 권해주는 책을 읽게 마련인데,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읽힐 책을 선택했는지.  

"내가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구입하던 시기의 폴란드는 굉장히 암흑기였다. 지금도 폴란드 그림책 시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때에는 거의 시장이 없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책방에 가더라도 언제나 다른 부모들과 똑같은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양이 워낙 적고, 공급이 잘 되지 않았고,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부모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 전에는 달랐다. 내가 태어났던 해가 1960년, 어린 아이였던 내가 항상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자랐던 시기가 1970년대였다. 이때가 바로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전성기였다. 이 전성기는 1980년대까지만 지속되었다. 이후로는 공급이 되어도, 자유롭게 살 수 없었다. 나 자신은 그렇게 항상 예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볼 수 있었는데 정작 나의 아이들에게는 공급조차 되지 않았다. 언젠가 두 시간이 넘도록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책을 구해 아이들에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의 아이들과 똑같은 세대의 학생들은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모두 같다. 그 정도로 그림책 공급이 극단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림책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예쁜 일러스트레이션 하나라도 더 찾아내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이란 매체를 아이들 곁에 항상 가까이 하려고 애를 썼다." 

알라딘 I 대학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우선 강의는 그림책 작업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작가로서 글과 그림을 함께 담긴 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강의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글과 그림 자체가 워낙 스스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형태이다 보니, 이 두 가지가 같이 있는 것,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글과 그림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강조하는 편이다."

알라딘 I <마음의 집>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가 '마음의 집은 가끔 주인이 바뀌곤 한단다'라는 문장이었다. 이렇게 바뀌는 마음의 주인들 가운데, 나의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주인이 있다면. 

"마음의 주인은 항상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은 나의 두 번째 남편이다. 처음 부부의 연을 맺었을 때, 내 마음의 주인은 첫 번째 남편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뭔가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났고,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기면서 나는 그를 떠나게 되었다. 첫 번째 남편이 떠나고 난 내 마음의 빈 자리에는 나 자신이 들어왔다. 내 스스로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었다. 결혼을 두 번 하고 새로 태어난 나 자신이. 그 시기가 굉장히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혼할 당시 이미 나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이제는 나의 주인이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I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좋아하는 알라딘의 독자분들께 전하는 마지막 인사. 

"우선 너무나도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내가 낯선 문화권에서 온 낯선 사람,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점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그림책이 세계를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림책을 좀 더 사랑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서, 그림책이라는 예술 작품을 통해 세계를 좀 더 풍요롭게,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살기 좋은 상태로 만들 수 있도록 그림책을 더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탁자 위에 놓인 <마음의 집>에 눈길을 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책 자체가 항상 기쁘다. 그리고 내 첫 번째 남편이 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마음의 집>은 내 첫 남편에 관한 책이기도 하니까. (웃음) 폴란드에서는 아직까지 출간되지 않았으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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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바로가기레이저휙휙  2011-10-10 16:58
좋은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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