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은희경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9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고창

직업:소설가

기타:숙명여대 국문과,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3년 11월 <타인에게 말 걸기>

이 저자의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로쟈
1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후애(厚...
2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그장소...
3번째
마니아

SNS
//twitter.com/silverytale







  매순간 예상치 않았던 낯선 곳에 당도하는 것이 삶이고, 그곳이 어디든 뿌리를 내려야만 닥쳐오는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음을 말하는 소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소설집으로 돌아온 은희경 작가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고독과 소설에 관한 대화를 전합니다. 인터뷰 진행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도와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책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한 말씀을 먼저 나누고 싶어요. 표지와 참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인 흰 톤과 푸른색 글씨, 반짝이며 떨어지는 꽃 이미지 같은 것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책을 처음 받으셨을 때 감상이 어떠셨나요?

 

 

, 느낌이 좋아요. 책이 예뻐서 호감을 가질 만한 그런 요소가 있지요. 책이 손에 잘 들어오는 것 같고, 제 얘기를 잘 포장해주는 것 같아요. (웃음)

 

 

 

 

 

트위터에서 예약판매 구매 혜택이던 넘버링 사인본에 관해 감사 인사를 보내는 독자도 있더라고요. 책이 나온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텐데요, 근황을 여쭙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터뷰도 많이 하고, 방송 출연도 좀 하고 있어요. 다른 책들보다 좀 반겨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전 책들이 조금 낯설고 했는데, <눈송이>는 좀 익숙한가 봐요.

 

삼천 부 사인을 했는데요, 제가 원래 사인을 되게 빨리 해요. 글씨를 빨리 쓰는 편이라서요. 사인회를 할 때 엄마랑 같이 온 꼬마가 와서 와 작가라서 그런가 빨리 쓴다이런 적도 있거든요그래서 하루면 다 쓰겠지 생각을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일을 끝마치면 여행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그 즐거움으로 에너지도 생기고 하니까요. 책 준비를 다 마치고, 엄마가 팔순이시라 엄마 모시고 캄보디아 여행을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떠나는 날까지 사인을 했어요. 덕분에 작가의 말은 캄보디아에 가서 아이패드로 썼어요. (웃음)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때도 일본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결국 일이 안 끝나서 버스 안에서 교정을 봤어요. 남들이 보면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겠지만 실은 일이 안 끝난 거예요. 그렇게 바쁘게 지냈네요.

 

 

 

 

 

눈송이 연작이라고 이 소설집을 읽을 수 있어요.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개개인의 시간이 느슨하게 얽혀, 멀리서 보면 결국 한 이야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을 뜨개질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눈송이 연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단 하나의 눈송이> 속 이야기들은 연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따로 읽어도 상관은 없어요. 그렇지만 이야기 하나하나가 눈송이라면, 이야기들이 모였을 때 눈발처럼 큰 풍경을 이루는 모습을 상상하긴 했어요.

 

모든 눈송이가 다르듯, 눈송이처럼 하나하나가 독특한 얘기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각각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풍경으로 펼쳐지도록 제 머릿속에서는 구성을 한 거죠. 짜맞추면서 읽을 필요는 없어요. 쓰는데 자유로우면서도,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어서, 저에게 이 형식이 필요했어요.

 

 

 

 

 

<생각의 일요일들>이라는 첫 산문집도 기쁘게 읽었습니다. 오래간만의 소설집에서 만나는 압축적이고 색이 뚜렷한 문장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작업하면서 이 문장이 유독 마음을 끈다고 담아두신 부분이 있었을까요?

 

 

사실 소설을 쓸 때는, 특별히 문장에 신경을 쓴다기보다는 그때 강렬하게 사로잡힌 것이 대해 집중하다 보면 문장이 떠오르곤 해요. 이 문장이 소설에서 정말 중요하다, 이런 건 별로 없어요. 독자들이 많이 반응을 보이면 이게 괜찮았나?’ 거꾸로 그러기도 하고요. 독자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문장을 좋다고 올려주시기도 하고, 소설에서 뺄까 했는데 좋다고 소개해주시기도 하고요. 이 말은 정말 하고 싶어서 했는데, 독자가 알아봐준다고 하면 역시 반갑고요.

 

이 소설집에서 저는 <T아일랜드…….>에서요, “허기와 절망. 그런 감정들은 행복의 변방에서 서로를 알아본 순간 경계를 넘어 조용히 연대한다.”, “스치듯 짧은 포옹을 끝낸 뒤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아마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연대일 것이다.” (116)라는 문장을 좋아해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연대죠. 이번 소설을 따뜻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이 있다면, 이런 연대의 감정 때문이 아닐까 해요. ‘고독의 연대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나만 고독한 게 아니고, 인간의 고독이라는 게 타고난 조건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고독한 사람들끼리의 연대감이 생긴다고 생각을 했어요. 허기나 절망이랄지, 슬픔이랄지, 고독이랄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보고, 서로에게 이방인으로서 짧은 호의 같은 것을 베풀 수 있는, 그런 게 연대라고 저는 얘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독자들이 이 구절을 인상 깊게 보는 것 같아요.

 

(: 제 경우엔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엄마는 인생에 대단한 것은 없고 모두가 고독 속에 죽어갈 거라고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은 견디기 쉬워진다고 한다<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146>)

 

 

 

 

 

소설의 인물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 소설마다 호칭이 달라지지만,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마지막 작품 <금성녀> 즈음엔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게 돼요. 세례명인 루시아, 안나, 요한으로 칭해지던 이들이 엄마로 지칭되고, 유리, 마리로 지칭되던 소녀들이 할머니, ‘이라는 소년이 완규로 호명되는 식인데요, 이렇듯 조금씩 이들의 호칭을 다르게 서술한 이유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인물들을 각 이야기에서 딱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독립적인 얘기로 쓰기 위해서 호칭을 다르게 했어요. 힌트만 두고, 이 사람이 그 사람일수도 있지만,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연작이지만 연작이 아니게 읽어도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고요, 각 소설에서 맡은 역할이 좀 다르니까 같은 인물이라는 걸 강조하지는 않았어요. 개별적인 개인들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고요.

 

읽는 분들 중엔 뜨개질 이야기(<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는 조금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제가 소설을 쓸 때는 이 소설 속 태현이라는 인물을 <금성녀>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이 소설이 서술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소설 속 화자가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신도시라는 공간에서, 화자들은 낯선 공간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프랑스어 회화, 독일 아이들의 동화, 스페인에서 부치는 엽서 같은 것들이요. 실제로 이민을 떠나는 모자도 있고요. 도시-낯섦-떠남이 반복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95년에 작가가 됐는데, 95년에 신도시로 이사를 가서 지금도 계속 살고 있어요. 신혼생활도 신도시에서 시작했고요. 저에게 신도시라는 공간이, 새로 질서를 잡아야 하는 인생의 이미지. 낯선 곳에서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있어요. 신도시에서 18년을 사는 동안에, 편리함을 추구하고, 정이 들만하면 바뀌고, 낡아 버릴 시간도 없이, 계속 새로운 것이 지어지더라고요. 이 공간은 영원히 신도시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겠구나,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곳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게 비극적이거나, 상실인 게 아니고, 그것 역시 인간의 삶의 조건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모두 지금은 뿌리를 내리기보다 떠돌아다니는, 노마드적인 존재잖아요. 신도시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게, 이런 유동적인 이야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고향을 잃었다, 뿌리를 상실했다, 이런 게 아니고 낯선 곳에서 고독하긴 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인상적이었던 부분인데요,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인물들의 자아라는 게 느껴졌어요. “세상에 태어나는 것들은 다 혼자니까. 그 순간 엄마의 뱃속에서 나는 울고 싶어졌다. 그러나 울지는 않았다.” <프랑스어 초급과정 > 태아가 하기엔 너무나 조숙한 대사예요. 반면, 일반적으로 할머니로 뭉뚱그려 지칭되는 <금성녀>의 마리 할머니에게도 입맛이나 사람에 대한 명확한 기호외 취향이 있고요.

 

 

맞아요. 제가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쓰는 것이기도 해요. 모든 인간에게 고유성을 찾아주는 게 문학이 할 일이라는 말에 공감을 해요. 할머니에서 태아까지, 각자의 개별자로서 고유성을 그리고 싶었어요. 가족관계 속에서도 할머니다, 아기다 이런 역할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존재 개인으로서의 고유성을 쓰고 싶었어요.

 

 

 

 

 

<독일아이들만 아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이원이라는 인물은 개성적이면서도 구체적이라 실제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원은 실수가 잦고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에요. 이원의 친구인 유나의 눈에 비친 이원은 자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욕심이며 자존심 같은 게 없는 친구이지만 사실 자신의 마음 속에는 못 외운 게 아니라 헛갈린 것’, ‘들으나마나 모를 것이어서 안 들은 것처럼 행위의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요.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규정되지 않는 인물이이에요.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생각할 때, 그 사람에 대한 규정된 틀이 있잖아요. 저는 타인을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규정된 틀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해요. <타인에게 말 걸기> 같은 것을 쓸 때도, 우리가 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에 관해 썼어요. 그 이야기의 연장선상일 수 있겠죠.

 

이원이라는 인물이 개성적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럴까요? (웃음) 실은 디테일이 다 제 얘기예요. 실수하고, 망가뜨리고, 사고를 일으키는 모습들. 한때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거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에 실수하고, 엉뚱한 일을 하는 걸 숨기려고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것이 나의 고유성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내 나름의 질서가 보편적인 기준하곤 맞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이해하니 달라지더라고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드러내지 않으려고, 실제의 나처럼 엉뚱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둘 때보다 친구도 많이 생기고요 (웃음)

 

이원이라는 인물이 독특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들 모두가 그런 기이한 면을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겠죠. 이해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남을 볼 때 틀에 맞춰 보니까요. 오히려 유나라는 인물이 더 이해하기 쉬운, 상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요, 유나에 비해 이원은 고유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오해하곤 하잖아요. 유나처럼 모두가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원이라는 인물을 조금 애정을 가지고 썼어요.

 

 

 

 

 

소설 속 젊은 세대의 떠돎도 인상 깊게 읽었어요. 2002년 월드컵 즈음 학생이었던 세대라면 대략 제 세대이기도 한데요, 독자로서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들, 한 세대의 이주, 취업준비, 지루한 직장생활, 군입대 같은 이야기가 서술되어 반가웠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어떤 세대니까 (은희경 작가는 1959년생입니다) 내 세대를 대표하는 이야기를 쓰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내가 어떤 세대다 이런 소속감보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살아있는 동시대인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을 해요. 나와 같이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도 있고, 내 위세대의 이야기도 있겠죠.

 

우리 세대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모든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요. 자기 삶의 조건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누구를 판단하거나, 누군가의 입장에서 연관관계를 찾는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닌, 지금 세대의 인생, 부모의 인생, 나의 인생이 같이 들어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이야기가 품은 감정에서 한걸음쯤 비껴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이라는 소설에선 길고 아름다웠던 그 여름 날 한 번도 엄마와 같은 편이 되어주지 않아 미안해서 하는 말이다같은 문장은 무척 마음 아프게 읽히더라고요. 이 소설 속에선 대체로 지나간 시간에 대해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요, 실은 격정적인 사건이었을 텐데,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쓸쓸함 같은 것이 소설 전반에서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부닥쳤던 문제, 휩쓸렸던 문제들. 그 시간들이 지나간 순간 있잖아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문을 닫고 나가려고 하다 다시 돌아볼 때의 내 그림자 같은 것. 소설로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나라는 좁은 세계를 공간적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확장시킬 수도 있겠죠. 시간을 확장시키면 그 무렵 나에게 중요했던 일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 소설 속에서는 언젠가 일어났던 어떤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관통하는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지금 이렇게 몰두하고, 혹은 기뻐하고, 고통 받고 있는 것들. 혹은 고독하고 고립되어 있는, 이런 문제들을 시간의 스펙트럼에 넣어보면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간에서, 시간에서, 문제에서 떨어트리고 바라보는 것. 그런 분위기를 좀 주고 싶었어요.

 

 

 

 

 

<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서, 무명작가의 책을 사는 엄마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듯 더 알려지지 못해 서운한 책이 많을 텐데요, 독자께 정말 읽어보셨으면 하는 작가를 한 명만 소개해주신다면.

 

 

글쎄요. 저도 발굴하고 읽고 그런 독자는 아니고, 알려진 사람 책만 읽는 편이라서요. (웃음요즘 좋아하는 소설가는 미셸 우엘벡이에요. 저는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를 쓰는 사람에게 매혹되는 유형은 아닌 것 같아요. 나도 무언가를 알고 있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나와 비슷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 나보다 반 발짝쯤 먼저 갔을 때 열광하는, 그런 타입인 것 같아요. 점점 저도 독서의 폭이 달라지니까요. 예전에는 밀란 쿤데라를 좋게 읽었고, 최근에는 우엘벡을 재미있게 읽고 있고요. 내가 하려고 하는 얘기를 하는구나, 이런 작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은희경이라는 장르, 은희경이라는 브랜드를 지닌 소설은 계속될 텐데요, <……단 하나의 눈송이>가 은희경 소설이 라는 길에서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요?

 

 

소설을 시작할 때는 내 문학여정, 전체를 두고 이 작품이 무엇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작하진 않아요. 쓸 때는 그때그때 질문에 사로잡히고, 최대한 잘 써보자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죠. 책으로 묶어 나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긴 해요.

 

뭐랄까, 저한테는 두 가지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전 <태연한 인생>이라는 책에서는 약간 극단화되어 나타났죠. 시니컬하고 농담 잘하는 사람, ‘요셉같은 세계가 있고, 정밀하고 사려 깊은, ‘의 세계가 있고요. 그 두 가지 이야기를 다 써본 게 <태연한 인생>이었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의 세계가 좀 더 많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태연한 인생>요셉의 세계는 잘 아는 이야기는 아닌데, 흥미를 갖고 있는 세계에요. <……단 하나의 눈송이>는 어떻게 보면 제가 잘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내가 나 자신과 가장 동일시하는 이야기, 내가 잘 아는 이야기니까요.

 

 

 

 

 

<새의 선물> 이후 약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젊은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 자신을 젊은 작가라고 말하기보다, ‘현재형 작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소설 작가 후기에도 썼듯 (: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간다. 대체로 헤맸다. 익숙한 시간은 온 적이 없다. 늘 배워왔으나 숙련이 되지 않는 성격을 가진 탓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낯설어지는 까닭이다……) 저는 늘 헤매고, 익숙해지는 게 없고, 배워봐야 쌓이지도 않고 그런 느낌을 받는데, 그게 작가에겐 좋은 재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겐 아직도 세계가, 다 알아버린 느낌이 아니에요. 항상, 항상 모르겠어요. 질문이 있어요. 그런 질문들이 내 소설이 되는 거겠죠. 늘 저에겐 낯선 시간들이 오기 때문에, 저 자신에겐 낯선 시간들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 고민과 질문이 소설이 되는 거거든요.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가겠다, 소설을 계속 쓰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뿐,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겠다, 내가 추구하는 소설은 이것이다, 이런 건 별로 없어요. 다만 내가 살아가면서, 도대체가 익숙해지지 않는 이 세계에서 발견하게 되는 질문들에 대해 쓸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젊게 쓰겠다, 연륜 있게 쓰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애초에 그런 구분이 별로 없어요. 후배 소설가들의 소설을 볼 때도 좋다, 나쁘다 이런 생각보다는 각기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나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속 쓸 것 같아요.

 

 

 

 


 

 

 

 

 

 


인터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참여하기

지금까지 총 0 건의 글이 있습니다.


 
다른 저자 인터뷰 보기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