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태어났다. 수필을 일상과 철학 사이, 정관(靜觀)의 의자에 앉히고 싶어 하는 그는 소소하고 자지레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편적 진실을 예리하게 벼려진 감각적 문체로, 성찰의 깊이로 재해석한다. ‘나는 쓴다’에서 ‘나를 쓰다’로, 글쓰기의 정체성을 조바꿈하는 수필을 삶의 공격적 허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치유의 문학으로,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는 통섭의 인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윤오영문학상의 첫 수상자이며, 현대수필문학상, PEN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수필집으로 『흰 꽃 향기』, 『꼬리를 꿈꾸다』, 『손바닥 수필』, 『꿈꾸는 보라』, 『사이에 대하여』 등이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다
목숨의 사소함에 부질 없어 한다
일상의 지리멸렬에 쓸쓸해하다가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함께 사랑하는
허무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인 당신
빛나거나 눈부시지 않아도
향기로, 여운으로 남고 싶은 당신께
오늘은 그냥
흐려지는 시간 속의 기억과 욕망
크고 작은 후회
빛 바랜 은유
시답잖은 필력
한 줌 남은 마지막 열정까지
그렇게 다 털어 좌판 위에 벌여놓고
손들어 깨끗이 투항하고 싶다
살아온 시간만큼
깊어지지도, 가벼워지지도 못하였지만
초록이 눈부신 이 계절엔
한 그루 꽃 진 찔레나무로 서서
초록물이나 실컷 들여보고 싶다
푸르게 숨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