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열세 살〉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오늘처럼 고요히》 《잃어버린 이름에게》 《누구도 울지 않는 밤》, 경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등이 있다.
두번째 단편집 『오늘처럼 고요히』 이후, 6년간 발표한 단편들 중에서 『잃어버린 이름에게』에 실은 작품들과 「갑사에서 울다」라는 단편을 제외한 열 편을 추렸다.
열 편의 소설을 모으는 동안 글을 못 쓰던 시절이 있었다. 아프기도 했다. 이제껏 믿었던 세계에 대해 의심을 품었고, 그동안 써온 내 소설을 부정하는 일도 겪었다. 생각해보면 소설가라면 한 번쯤 겪어야 하는 마땅한 통과의례였다. 그 고비를 넘기면서 지어온 소설들이니 각별하나,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의혹 없이 내 소설을 읽어와준 손정혜와 윤규미, 허물 많은 소설을 보듬어준 김미정 선생님, 세번째 단편집으로 묶일 수 있도록 애써준 문학과지성사와 이주이 편집자, 무엇보다도 김이설의 소설을 기다려준 독자분들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린다. 기다리는 글을 쓰는 일. 살게 하는 힘이 되었다.
정말 쓰고 싶은 소설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울지 않는 밤에 관한 이야기. 그런 소설을 내놓을 때까지, 써보겠다. 여하튼 쓰겠다.
2023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