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젤라즈니(Roger Joseph Zelazny)
네뷸러 상을 세 번 수상하고 휴고 상을 여섯 번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196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하여 향후 30여 년에 걸쳐 환상문학계에 찬란한 궤적을 남긴 불세출의 작가다.
1937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에는 신화와 전설 등을 탐독하며 폭넓은 문학적 안목을 갖췄고, 열세 살 때는 이미 단편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프로이트와 융에 흥미를 느끼고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핀리 포스터 시인 상 수상을 계기로 영문학으로 진로를 바꿔 셰익스피어, 휘트먼, 만, 릴케, 랭보 등에 심취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콜롬비아 대학의 비교문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제임스 1세 시대의 영국 연극을 주제로 한 석사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19세기 프랑스와 영국, 미국의 신화와 고전, 그리고 탐정 소설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현대와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간 이전의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많이 그리고 있다.
과학적 사유를 시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독창적인 재능을 가졌다. 졸업 후 1962년에 데뷔작 <수난극>을 선보인 뒤로 그의 이러한 재능은 빛을 발했는데,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신화와 환상, SF를 융합시킨 지적인 중단편들을 발표하여 평론가와 독자 양쪽으로부터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매끄럽게 잘 짜인 구성, 현학과 아이러니를 오가는 강렬한 신화적 상징을 사용하여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작으로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신들의 사회>, <앰버 연대기>, <내 이름은 콘래드> 등의 장편소설과, 네뷸러 상을 수상한 중편 <형성하는 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