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생각할 때마다 애정과 혐오를 동시에 느낀다. 이를테면 탐정이 펼치는 추리는 사랑하지만 그가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뻐기는 건 역겹다고 말할 수도 있고, 세심하게 증거를 배치한 작가의 노력은 사랑하지만 그가 쳐놓은 함정들은 증오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추리소설을 읽는 경험은 사랑하지만 그런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은 경멸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할 때의 내 마음의 배경에 대한 간단한 스케치다. 즉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동시에 추리소설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상태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