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신성하게 여겨 온 물건들에 유별나게 애착을 갖는 편이다.
그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 끔찍한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래 입었던 옷이나 가방, 신발 등과 헤어져야 할 때, 오래 살았던 집을 떠나야 할 때도 겁쟁이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가벼운 통증마저 느낀다. 그런 내가 나를 질책하거나 비웃거나 서글프게 한다.
오래전에 쓰인, 지난 여러 해 동안 거의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소설은 지금까지 지니고 있었던 몇 안 되는 물건들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마치 어딘가에 몹시 중요한 물건을 잊고, 두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가장 깊숙한 데까지 들어가 빛들로만 남아 있는 소설들임에…….
2017년도 『한국소설』, 『월간문학』, 『펜문학』에서 발표되었던 단편 소설 세 편을, 중편소설로 수정해서 하나로 묶어 조심스럽게 세상에 내 보낸다.
3년 전에 쓰인 소설임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해체되지 않고 탄탄하게 읽히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