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깊어지지 않는 바다를 경이롭게 바라보다 돌아 나온 적이 있다.
오늘 다시 깊어지지 않는 곳에 서 있다.
이민이란 늘 그늘에 있는 삶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햇볕을 쬘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그늘을 벗어나고 싶지만 발은 무겁다.
해를 가리는 나무 밑에서 그래도 견디어지는 것은
그늘 아래 드는 빛에도 어린나무는 제법 초록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얕은 물로 큰 고기들은 헤엄쳐 들어오지 않지만 모래 아래 숨을 쉬고 있듯이
어느새 깊어지지 않는 바다에 익숙해졌는지 시드니, 서울 어느 쪽으로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