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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채현선

직업:소설가

최근작
2018년 7월 <시린 발>

채현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칸소스테가」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마리 오 정원』, 8인 테마소설집 『1995』가 있다.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5차’에 장편소설 『별들에게 물어봐』(『207마일』로 개제)를 연재했으며, ‘7인의 작가전 7차’에 네 편의 단편소설 모음 『이야기 해줄까』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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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207마일> - 2017년 11월  더보기

이별과 이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무엇이든 떠나보낼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을 때 비로소 놓는다. 조금이나마 후회를 덜 한다는 것을 알기에 오랫동안 놓지 못했고 놓지 않았다. 이 소설은 첫 장편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왔다. 쓰고 싶은 마음은 심장 속에서 작은 새싹으로 돋아나 무섭게 무성해진 수풀이 되었다. 어떤 일이든 그것의 방법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 생각한다. 나는 빨리, 많이 쓰지 못하지만 이 소설의 방에 앉아 있으면 크게 두렵거나 불행하지 않았다. 문장 하나를 쓰고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것에 머물러 잠드는 밤이 많았다. 그렇게 눈금을 조금씩 미래로 옮기는 일이 즐거웠다. 소설 쓰며 일상을 사는 소설가의 이름이 되기까지 긴 시간 에둘러 왔다. 지금의 나는 책상에 앉아 문장을 쓰고 그런 일이 최고의 사치임을 안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대기가 되는 만월의 생, 그 길 위에서 무릎 꺾이지 않고 부르는 문장의 노래, 어쩌면 그것이 내가 도달하고 싶은 세계인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에는 자전거 페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며 밤의 꽃과 나무와 하늘과 별을 바라보느라 내가 페달을 밟고 있다는 걸 잊기도 한다. 무심히 다리를 움직이고 핸들을 틀고 앞만 보고 나아가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일. 그러나 나는 끝내 페달이 되지 못할 것이다. 매번의 이야기 속에서 자주 불행하고 절망하며 때로는 분노하고 슬프며 황망한 문장을 온몸으로 감각하느라 끝없이 나 자신을 괴롭힐 거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여 생의 뜨거운 흐름 속에서 열심히 때론 나태하게 순간을 견디며 그저 헤엄칠 뿐이다. 물의 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파닥거리는 다만 지느러미인 것으로. 바람에 빛이 커튼이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 내가 어떤 이름이나 얼굴이어도 변함없는 온기로 등을 쓸어준 가족, 사랑한다. 이제 이 소설의 이별과 이별할 수 있겠다. 감사하다. 멀리 높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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