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여행
낯선 장소에서 모국어라는 갑옷을 입지 않은 나를,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를, 마치 어린아이나 촌뜨기로 돌아간 것 같은 나를 발견한다. 결국, 길게는 20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 달 치 생활비를 며칠 만에 탕진하고 낯선 숙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눈물을 흘리고 사기꾼과 호객꾼에게 당하고 온종일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걸어 다니는 이 모든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통해 내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찾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 그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보너스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