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예술학 전공 부교수다. 매체와 지각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통해 동시대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비평해왔다. 저서로는 『광기, 예술, 글쓰기』, 『현대독일미학. 감각, 기억, 사유의변증법』, 『본다는 것』 등이 있으며,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프리드리히 키틀러 『축음기, 영화, 타자기』,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사진에 관한 에세이』, 보리스 그로이스 『새로움에 대하여』 등을 번역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광인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초월의 가능성을 통해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기투한 존재다. 광인은, 온갖 물질적 조건과 제약을 지닌 주어진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거기에 자기 자신을 적응시키는 대신,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초월’의 잠재성을 한껏 발휘해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기투한 존재다. 광인은 그 세계 속에서, 그러한 자아의식을 가지고 세계를 감지하고, 사유하고, 너무나도 일관되게 행동한다. 우리의 삶이 결여한 이 일관성이야말로 우리에게 결핍된,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광인을 낯설게 만드는 진귀한 미덕일 것이다. 내가 이러한 광인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광인이 만들어낸 세계야말로, 우리가 경험했으나 포기해버린, 우리가 사유했으나 행위하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광인은 우리가 여러 이유로 더 발휘하지 못했던 ‘초월’의 잠재성을, 소위 정상성의 세계에서 일관적이지 못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단념하고, 그에 따라 살기를 접어야 했던 사유와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