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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번역

이름:서애경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기타: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졸업

최근작
2023년 1월 <악당 11호>

서애경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어린이책, 청소년책, 성인책을 두루 기획하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외국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고맙습니다 선생님》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 《책이 좋은 걸 어떡해》 《내일은 달라질 거야》 등이 있습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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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나와 너> - 2010년 4월  더보기

호기심쟁이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아이는 우리 집에 놀러오면 신발을 벗기가 무섭게 서랍 속 검사에 들어갑니다. 닫힌 서랍이 아이들을 매혹하는 힘은 얼마나 강렬한지요! 아이가 돌아가고 나면 어김없이 체스 말이라든지, 온습도계라든지, 산악용 나침반 등속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머니칼이 달린 열쇠 꾸러미 같은 다급한 물건이 없어질 때면,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깨워 없어진 물건의 행방을 물어야 합니다. 호기심이 한창 큰 아이들의 말썽에 골탕을 먹는 어른들에게 안심이 될 만한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 옛이야기인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지요.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는 많은 작가와 화가들에 의해 새롭게 쓰여 지기도 하고 그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옛이야기를 재해석한 그림책은 독자들에게 산뜻한 웃음을 선사하는 패러디 스타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를 새롭게 해석한 앤서니 브라운의 는 그런 패러디 그림책들과는 맥락이 좀 다릅니다. 옛이야기의 텍스트에서 벗어나면서도, ‘아이들에게 삶의 역경을 대면케 하는’ 옛이야기의 본질로 다시 충실하게 돌아가는 방식이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보자마자 깔깔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부닥치고 있는 내면의 문제들을 골똘하게 파고 들어가 보도록 합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고, 생각하면 할수록 새롭게 생각할 거리가 생기는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답습니다. 표지를 보면, 곰 세 마리가 단란하게 가족사진을 찍는 듯 포즈를 취하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배경이 좁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동주택가입니다. 금발머리가 공동주택가 앞을 걷고 있습니다. 내가 산책길에서 길만 건너면 만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살고 있는 금발머리. 나와 너 사이는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너무 멉니다.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벽이 괴물같이 나와 너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유혹하는 장치인 마법의 풍선을 날려 보내 금발머리를 곰 세 마리네 집에 초대함으로써, 나와 너 사이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만나게 합니다. 양지에 사는 아이 곰의 이야기와 음지에 사는 금발머리의 이야기는 화사한 색깔을 주조로 한 톤과 흑백을 주조로 한 톤으로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흑백 톤으로 그려지는 금발머리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금발머리는 싱글맘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가공품 가게 진열창에서 서성이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 어쩌면 금발머리가 오늘 아침을 먹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요. 그렇다면 금발머리는 가엾은 아이일까요? 알맞게 식은 죽 그릇이 아침 식탁에서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 곰은 행복하고요? 아이 곰의 집에서는 아무도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걸요. 그렇다면 어쩌면 가족 안에서도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 곰도 불행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금발머리가 엄마를 만나 둘이 꼭 끌어안고 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이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답을 얻은 듯합니다. 한 가지 더, 앤서니 브라운은 금발머리가 왜 남의 죽 그릇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을까를 해명해 줌으로써 금발머리를 변호합니다. 옛이야기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를 읽어 주면 금발머리가 나쁜 짓을 했으니까 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조카 같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에서 “배고픈 아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친구가 나쁜 짓을 저지르면 까닭이 분명히 잇을 거야 하고 말입니다. 그림책을 덮고도, 묵직한 놀라움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금발머리가 어떻게 되었을지 안부를 궁금해 하는 아이 곰을 보면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자시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내면을 확장하는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금발머리네 집으로 아이 곰을 초대해 둘이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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