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오은영

최근작
2024년 4월 <심심한 날>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어린이는 나이에 따라 사고의 차이가 무척 크다. 고학년들은 깊은 사고가 가능한 반면 저학년일수록 집중 시간도 짧고 사고의 깊이도 얕다. 그래서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시일수록 시적 완성도와 함께 읽는 재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쾌함을 주든지, 뜨거운 감동을 주든지, 운율에 의한 읽는 재미를 주든지…. 이 책에는 저학년이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이 모든 재미를 잘 살려 지은 시들이 많다. 그러면서 시적 완성도 또한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특히 갯마을을 소재로 한 현장감 있는 시들이 많아 다른 시집들과 차별성이 돋보였다. 시집 속의 시들은 갯마을의 거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갯마을의 팍팍한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주기도 한다. 화려한 도시 사람들은 이웃보다 더 많이 갖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지만 작은 생명인 굴들은 갯바위에 다다다다닥 모여 살면서도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어우러져 산다.[굴 마을은 조용해!] 이처럼 갯마을의 자연은 더 없이 평화롭지만 마을 주민의 삶은 팍팍하다. 학교와 생일이 같아도 <학교는 딱 하루라도 쉬는데> 엄마는 쉬지 못한다. 아이들 학용품 값이라도 벌기 위해 <새벽밥 먹고 꽃게잡이 나>가야 한다.[생일] 또 농사꾼 할머니는 밭을 망치는 잡초들을 뽑기 위해 <여름내 허리 꺾이도록 쫓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기어이 닭장 뒤꼍으로, 생강밭 고랑으로 빠져나가는 풀들의 생명력 또한 놀랍다.[풀을 잡자] 게랑 놀고 싶어서 <게, 섰거라!> 외치며 쫓아가는 아이들과 잡으러 오는 줄 알고 <게, 살려요!> 외치며 구멍 집으로 달아나는 게들이 사는 갯벌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면서 역지사지를 일깨워주는 배움터이기도 하다.[내 맘도 모르는 게] 가끔은 정형화된 패턴과 식상한 표현의 시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생명력이 충만한 시집이라고 하겠다.
2.
이야기는 물이다. 고이면 썩는다. 이야기를 모아두기만 한다면 이야기는 생명력을 잃고 사장되고 만다. 이야기는 지식이다. 알고 있는 것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서로 다른 의미의 지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거듭나지 않는 이야기는 푸석한 정보의 편린에 불과하다. 『이야기 귀신』은 이런 이야기의 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옛날에 이야기를 듣고 모으기만 하고 남들에게 들려주지는 않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이야기 주머니에 가둬둔 이야기들은 주머니 속에서 너무나 갑갑한 나머지 아이가 혼례를 올리는 날에 아이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 그런데 아이와는 다르게 늘 가재도구나 동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몸종 아이가 이야기 주머니 속 이야기들의 음모를 엿듣고 아이를 위험에서 구한다. 몸종 아이는 이후 글도 배우고 아이로부터 이야기 주머니도 얻어서 아주 소문난 이야기꾼이 된다.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도 꽤 크다. 아이가 들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적어두는 그림, 몸종 아이가 솥뚜껑, 수저 같은 무생물과 두꺼비, 참새 같은 동물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 등, 많은 장면의 그림들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또한 이 그림책은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이억배 글/그림, 2008년 출판)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몽골 침략의 영향으로 조혼 풍습이 있던 ‘고려시대’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모으는 아이를 남자 아이에서 여자 아이로 바꾼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이 구체화됨에 따라 그림의 묘사에 한결 진실성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가 이야기의 기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야기 귀신』은 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는 몸종 아이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살림으로써 이야기의 전달, 나눔,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과 이로써 이야기 전개가 더욱 극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0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6,600원 전자책 보기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또 스캔들이야’ 하는 시큰둥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책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TV에서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그 여파인 것 같다. 스캔들이란 단어의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란 뜻도 그런 느낌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참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를 일찍 잃은 주인공 다율이는 홀아비인 아빠에 의해 잠깐 동안 고아원에 맡겨졌고, 다른 고아원 아이들과 똑같은 기다리는 얼굴로 아빠를 기다리며 고아원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런 탓에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내야만 했다. 다행히 약속대로 아빠가 데리러 왔지만 새엄마와 함께였다. 다율이의 노력과 달리 새엄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 아빠의 일이 바빠지고, 할 수 없이 새외할머니가 사는 ‘따뜻한 섬’이라는 뜻의 온도에 살게 된다. 다율이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외할머니의 다정함도 맛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섬마을 분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교될 위기에 처한다. 처음으로 따뜻한 정을 갖게 된 온도를 떠나고 싶지 않은 다율이는 폐교 구출 작전을 세운다. 문맹인 섬마을 할머니들을 폐교의 신입생으로 맞아들이는 작전이다. 어쩌면 이런 해결 방법은 판타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해결 방법을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줄 뿐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계획하고, 해결해 나간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에 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의 작은 분교를 합리적 경영차원에서 무조건 폐교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지역 사회를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던져주는 점도 좋았다.
4.
누군가 “내 것인데 나보다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수수께끼를 낸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겨우 궁리해 낸 것이 초인종이었다. 하지만 답은 ‘이름’이었다. 답을 듣는 순간 손뼉이 쳐졌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나를 부를 때 쓰는 것이 내 이름이니까. 그림책 『안돼!』에는 자기 이름이 ‘안돼’인 줄 아는 개가 나온다. 주인집 식구들이 언제나 자기만 보면 ‘안돼!’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이 개는 자기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주인집 식구들이 ‘안돼!’라고 소리친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기를 보기만 하면 ‘안돼’라고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당연히 자기 이름이 ‘안돼’로 생각할 수밖에. 이 개는 식탁에 차려 놓은 음식에 가족들보다 먼저 혀를 대면서 ‘음식이 괜찮은지 먼저 맛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고, 온몸에 흙을 묻히며 땅위를 구르는 것도 ‘가족들을 위해 항상 몸치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 말썽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의 외침은 이 개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안돼!’에서 ‘안돼애’로 또 ‘안돼애애’로 점점 더 길어지고 커진다. 이 개는 그것도 가족들의 사랑이 더 커지는 거라고 여기고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입장이 바뀌니까 한 사건에 대한 이해도 전혀 다르게 바뀐다. 여기에 이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짧은 글, 반복되면서 점점 길어지는 ‘안돼’라는 말,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개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더불어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제 막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 유아들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강요하지 않는 감동까지 주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차다’와 ‘따뜻하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찬밥과 따뜻한 밥, 차가운 웃음과 따뜻한 웃음, 차가운 말과 따뜻한 말, 찬 발과 따뜻한 발, 우리는 어는 쪽에 더 끌릴까? 더운 날만 빼면 대부분 따뜻한 쪽에 끌릴 것이다. 아마도 따뜻한 것들이 우리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이 동시집이 그렇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표제작인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를 보면 찬 돌멩이가 따뜻해지는 순간 우리 마음도 따뜻해진다. 나는 그 집을 지날 때마다 왕왕 짖어대는 똥개를 때리려고 차가운 돌멩이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똥개가 보이지 않자 “개장수한테 팔려 갔나 겨울인데? 병원 갔나 똥개 주제에?” 덜컥 걱정된다. 주머니 속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집 주위에서 머뭇대다보니 찬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미웠던 대상조차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따뜻해진 돌멩이보다 더 따뜻하다. 우리가 하찮아했던 거름이 지닌 힘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썩어 가면서, 뜨겁고 더운 김을 내어 “나무와 풀들을 밀어 올린다.”「거름의 힘」 그런데 하찮은 것이 아무리 큰 힘을 갖고 있다 해도 우리는 가끔 비싸지고 싶다. 동생이랑 다투거나, 오빠랑 싸우다 쥐어 박히면 “싸다 싸” 며 비꼬는 엄마. 하지만 어린이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고, 차갑게 내쏘지 않는다. “나는 어찌하면 좀 비싸지나?”(「싸다 싸」)처럼 해학적 항변을 통해 할 말을 하지만 냉랭한 대립상태로까지 가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내비친다. 또 「미술시간」과 급식시간에 「나도 할 말이 있다」며 권위적인 선생님한테 하는 항변도 대립적이지 않고 유쾌하며 따뜻하다. 요즘 성인 시를 써온 시인의 유명세에 업혀 가려는 동시집이 출간되곤 한다. 그 중엔 동심을 어설프게 건드린 것들이 눈에 띄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은 따뜻하고 유쾌한 동심이 듬뿍 담겨 있어 그런 걱정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초등 전 학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24일 출고 
『시골쥐와 감자튀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 『시골쥐와 서울쥐』를 패러디한 그림책이다. 『시골쥐와 서울쥐』는 시골쥐가 서울쥐에게 놀러왔다가 사람들로부터, 고양이로부터 쫓기느라 음식도 편히 못 먹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결국 시골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비록 화려하지만 마음이 불안한 도시보다는 소박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운 시골을 택하는 시골쥐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은 물질의 풍요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평화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반면, 『시골쥐와 감자튀김』에서 시골쥐가 다시 시골로 돌아간 이유는 자신을 쫓는 사람이나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이상 쥐를 쫓지 않는 고양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무서운 눈초리로 쥐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어야 마땅한 고양이가 콜라나 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 맛에 길들여져서 쥐를 잡으려 하지 않으니 시골쥐는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이어서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서울에 온 후 살이 너무 쪄서 둔해 보이는 몸, 흐리멍덩한 눈, 푸석한 얼굴을 보자 시골쥐는 시골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도시에 더 머물렀다가는 쥐를 쫓는 본성마저 잃어버린 고양이처럼 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이후 시골쥐는 시골로 돌아가 자신의 텃밭에서 자란 풀과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행복하게 산다. 요즈음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은 소아비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는데, 아이들은 햄버거, 피자, 핫도그 등의 인스턴트 음식에 더욱 길들여지고 있다. 이 그림책은 『시골쥐와 서울쥐』의 이야기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건강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준다.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0일 출고 
누구나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탄생은 밝고 가볍게, 죽음은 어둡고 무겁게 느낀다. 그 까닭에 죽음이 동화 주제로 타당하냐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앞날이 창창한 어린 독자에게 죽음을 미리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죽음도 어린이 삶의 일부분이라 여기는 경향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큰 사건이니까. 기르던 애완동물이나 조부, 친구, 그리고 부모의 죽음 등. 캐나다의 아동소설 『아르베』도 죽음을 다룬다. 아빠에게는 눈부시고 엄마에게는 골치 아픈 계절, 봄날에 아르베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동생과 함께 집에 돌아온 아르베는 집 앞에서 흰 천으로 덮인 들것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본다. 동네사람들 모두 아르베와 동생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장례식장에서도 동생과 달리 키가 작아 관 속에 누운 아빠를 볼 수가 없다. 아르베는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 입을 통해서만 아빠의 모습을 듣는다. 봄을 엄마 아빠의 말을 통해 느끼듯 아빠 죽음을 타인을 통해 느낄 뿐 확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모부가 안아 올려 주자 아빠의 죽음은 현실이 된다. 그 순간부터 아르베는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가는 것처럼 느낀다. 아르베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 스콧 케리가 점점 작아져 사라지듯. 이 책은 준비 없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마주친 어린이의 심리 변화를 담담하게 잘 그려주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글과 그림이 동등한 관계로 이어지는 특이한 방식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만화나, 그림책 비슷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도 글 없는 그림이 다섯 장이나 이어진다. 엄마 심리나 아르베 모습이 지워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성은 글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에 비해 독자의 심리적 개입을 폭 넓게 허용한다. 영상문화에 친숙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책으로 권하고 싶다.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수달은 깨끗하고 먹이가 충분한 물에서 살고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라 지역의 오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환경 지표 동물이다. 그러나 예부터 수달의 털은 보온성이 뛰어나 사람들의 사냥 대상이 되어왔고,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이나 물의 오염으로 인해 수달의 수는 점차 줄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수달을 멸종 위기 동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수달이 오던 날』은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수달 연구센터로 옮겨진 생후 두 달 된 새끼 수달에 대한 연구원의 관찰기 형식의 그림책이다. 새끼 수달이 연구원으로 옮겨진 5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성장 기록에는 수달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연구센터 실내에 거주하다가 차차 뒷마당으로, 넓은 연못과 굴이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우유, 피라미를 먹다가 스스로 물에서 송어를 사냥하여 먹는 모습은 수달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에게 수달의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수달의 생태를 단지 사실적으로만 기록한 책은 아니다. 수달의 약 10개월간의 성장 과정이 날짜별로 담겨 있지만 연구원 시점에서 수달에 대해 느끼는 애정 어린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어미 잃은 새끼에 대해 측은해 하는 마음, 건강하게 잘 자라 너른 강으로 헤엄쳐 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또한 어미를 잃고 힘없이 늘어져 있다가 연구원의 보호로 몸집도 커지고 생기를 찾아 장난도 치고 주변에 관심도 갖고 물고기 사냥도 하고 눈밭을 누비며 점차 자연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수달이 부디 자연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책 속 연구원과 한 마음이 되어 기원하게 만든다.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연구센터에서 지내게 된 새끼 수달의 성장 과정을 한편으로는 사실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온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에 대해 지적 호기심과 함께 그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줄 것이다.
9.
우리 민족은 호랑이와 친한 민족이다. 단군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나오고, 민화에는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나온다. 한반도를 토끼가 누운 형상이라고도, 호랑이가 누운 형상이라고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전래동화에도 호랑이가 많이 나온다. 가끔은 어리석게, 가끔은 탐욕스럽게, 가끔은 신선의 충직한 심부름꾼으로. 한반도 어디서나 호랑이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0년을 지나면서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다. 그 사이 나라가 망하고, 일본의 지배를 받고, 전쟁을 거치고, 나라가 두 토막으로 갈라졌다. 혹시 이 땅에서 동물의 왕, 호랑이의 우렁찬 외침이 사라진 탓은 아닐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김탁환 작가 역시 숲을 누비고 바위를 뛰어넘는 한국 호랑이가 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당연히 주인공은 호랑이이다. 일제 강점기 인왕산에서 태어난 아기 호랑이 왕대는 어느 날 일본인에게 잡혀 창경궁에 있는 동물원에 갇히게 되고, 사육사 보조인 재윤이를 만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게 되자 동물원 동물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일본인 사육사들에 의해 모든 동물들이 독살 당하나 왕대는 재윤이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왕대가 살아서 인왕산까지 갔는지, 가다가 죽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독자 몫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 호랑이 멸종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역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역사적 사실, 동물의 생태가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 생태와 역사를 놓치지 않은 탓인지 이야기 결말이 뻔하고, 구조가 단조로운 면이 있지만 현실 비판 동화가 많은 요즘 멸종된 한국 호랑이를 소재로 희망을 그려준 점은 무척 매력적이다. 우리 역사도 알고 상상력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 호랑이를 전래 동화가 아닌 요즘 동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고학년이 읽기에 좋을 듯하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바로 남의 눈길을 받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얼굴색이 다르거나 장애가 있거나 남들에 비해 상당히 키가 크거나 작거나 하면 길 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듯 돌아보곤 한다. 그 눈길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 껌벅이도 남과 다르다. 두꺼비가 되었는데도 꼬리가 안 떨어지고 그대로 붙어 있다. 처음엔 남과 다른 외모로 의기소침했지만 우연히 이야기 짓는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이 꼬리에서 나온다 생각한다. 단점에서 장점을 찾아낸 껌벅이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이웃에게 웃음과 교훈을 주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기 앞에 닥친 슬픔과 외로움도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극복한다. 이야기는 두꺼비들의 이동통로를 가르는 큰 도로 때문에 새 삶터로 못가고 우왕좌왕하던 어린 두꺼비들이 용기를 내어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가는 대이동 장면을 보여주며 감동적으로 끝난다. 할아버지 껌벅이가 해 준 이야기에 힘입은 결과다. 이 책은 책 속의 책,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액자 구조로 되어 있다. 뼈대가 되는 이야기에는 장애를 가진 두꺼비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리고 책 속의 책은 살짝 바뀐 옛이야기들로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바꿔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한 이야기 안에 장애 극복, 죽지 않는 삶의 문제, 환경 고발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꼬리 달린 두꺼비의 캐릭터와 재미있게 바뀐 옛이야기가 그 결점을 잘 덮어 준다. 더불어 먹을 주된 재료로 해서 일부만 선명한 색채의 물감과 크레파스로 처리한 자유 분망한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북돋아주고 있다. 저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겠다.
11.
이 그림책은 ‘집이 가출한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에 기초한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의인화된 집의 이름은 삐딱이다. 아이들이 일곱 명이나 태어나는 동안 집이 점점 낡아지는 바람에 모양도 마음도 비뚤어지면서 붙은 이름이다. 삐딱이는 집이 비좁다며 불만을 하는 가족 곁을 떠나 새 가족을 찾아 나선다. 강물에 휩쓸리기도 하고, 자기에게 아무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삭막한 도심을 지나기도 하고, 깊은 산속에서 산적들로부터 도망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생을 한다. 물론 예상대로, 갖가지 어려움을 맛본 다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지만, 에피소드별로 이야기의 내용과 그림의 표현이 참 재미있다. 마치 옛이야기를 하듯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말투며, 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가족이 자기에게 불만인 한, 자기도 미련 없다는 듯 의기양양 새 가족을 찾아 가출하고, 몸집 큰 집에게 자기가 버리고 나온 가족의 집이 될 테면 되라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막상 큰 집이 옛 가족의 집이 된 것을 알게 되자 허둥대는 삐딱이는 어린이들도 공감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다. 이에 덧붙여, 종이로 사물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만들고 사진으로 찍어 만든 장면들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정감 어린 느낌을 준다. 창문과 문 모양으로 표현해 낸 삐딱이의 다양한 표정, 오른발, 왼발을 차례로 내밀며 걷는 모습,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삐딱이의 모습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 큰 집이 이미 옛 식구들의 집이 되어버린 다음에야 삐딱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난감해진 상황에서 삐딱이가 이층집으로 올라앉는 마지막 장면은 행복한 결말인 동시에 지혜로운 해결책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모험을 겪고 돌아왔기에 한층 성장했을 삐딱이 그림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린이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하므로 어린이들에게 읽고 보는 재미와 함께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지나갔다’에는 늘 아쉬운 감정이 섞여 있다. 되돌릴 수 없고, 기억 너머로 잊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우리 문화유산을 바로 알기 위한 책들이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아마도 잊혀질지 모르는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을 어린이들에게 기억시켜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책은 지식 정보물로 한지에 관한 정보를 재미있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이야기에 담고 있다. 3145년에 살던 유물 관리 요원으로 행동과 말이 느려 굼벵이라 불리는 고길동과 역사 전문 꼬마로봇 코어가 명령에 따라 미래에는 사라져버린 한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을 한다. 송나라에서부터 몽골과 일본,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까지의 과거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종이의 역사와 종류 등에 대해 많은 지식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전통 한지의 역사, 한지의 우수성,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 그래도 여러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계승·진화되는 오늘날 한지의 모습까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만화가 곁들여 있고, 다양한 사진과 한지를 이용한 창조적 작품들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세계기록 유산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것은 천년이 가도 썩지 않는 한지가 조상들의 훌륭한 정신문화를 잘 기록하고 보존해 준 덕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고길동이 전통 한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전통 한지의 매력에 빠져든 것처럼 어린이들도 전통 한지의 매력을 깨달아 그 우수성을 발전· 보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13.
최근 창작 그림책 중에는 부모와 대치된 아이의 속마음을 담거나, 부모의 불합리한 처사에 불만을 표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 늘고 있다. 이런 그림책들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림책 속 아이와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경우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므로, 이는 좋은 추세라 할 수 있다.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또한 아이의 시점에서 가족의 못마땅한 점들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몸에 나쁜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면서 늘 커피를 마시는 엄마,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이유를 대며 아이가 원하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아빠, 자기 물건은 손대지 못하게 하면서 동생의 물건은 멋대로 만지는 언니, 이렇게 아이의 편에서 본 가족은 모두 자기 위주고 아이의 요구나 마음에는 무관심하다. 그림책 속 아이는 결국 가족을 떠나 평소 자신이 갖고 싶던 것, 하고 싶던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혼자 살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곧 이어 떠오른 생각들, ‘장수풍뎅이 밥은 누가 주나, 아빠 장난은 누가 받아 주나, 엄마 커피에 설탕은 누가 넣어주나’ 등, 가족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떠오르자 아이는 가족의 허물을 덮어주기로 한다. 대신, 한 번만 더 그러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다’라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림책 속 부모나 언니와 마찬가지로 평소 아전인수의 말만 일삼고 자신에게는 무신경한 나의 엄마, 나의 아빠, 나의 형제·자매에 대해서. 그리고 어린이들이 잘 쓰는 과장된 말,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를 비롯하여 유머 넘치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그림책 속 주황색 털실은 글 내용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함) 김진화의 그림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14.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 흔히 ‘괜찮아’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그 말에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는다. 이 책의 제목에도 ‘괜찮아’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괜찮아, 3반”은 주인공 ‘아카오’가 선생님이 되어 처음 맡은 반 학생들에게 자주 해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3반 아이들 뿐 아니라 작가 자신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증 장애우인 ‘아카오’는 “일반적으로 이렇다”라는 세상의 판단에 반기를 든다. 자기 스스로가 일반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5학년 3반도 일반적이지 못한 일 년을 보낸다. 학년 초엔 긴장하고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지만 곧 익숙해지고, 누구에게나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물을 무서워하면 그 순간 ‘나’는 일반적이지 못한 아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결국 친구들마다 서로 다른 좋은 점이 있으며 그래서 ‘더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한다. 대중 매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남과 다른’ 것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남과 다른’ 친구에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친구들을 향해 ‘괜찮아, 힘내’ 하며 자연스럽게 손 내미는 법을 가르쳐 준다. 비장애우 작가가 쓴 장애우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고민, 의지, 태도 등이 과장된 것 같아 거부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팔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우, 오토다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괜찮아, 힘내’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거구나’ 하며 더 큰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된다.
15.
이 그림책은 우선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아주 많다. 아이는 목욕 중에 거북으로부터 지하 100층에서 열리는 잔치에 초대받아 지하 1층에서 100층까지 내려가면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1층부터 10층에는 토끼의 집, 11층부터 20층에는 너구리의 집, 21층부터 30층에는 매미 애벌레의 집, 이런 식으로 열 개 층 단위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의 집이 그려져 있다. 각 층에는 해당 동물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찌나 자세한지 비록 상상 이야기지만 실제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동물들의 일상사에는 놀이하는 모습이 많이 포함되는 등 아이들의 생활상과 닮아 있어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하다. 거북과 경주하는 꿈을 꾸는 토끼의 모습이나 장래 매미가 돼서의 생활을 비디오를 통해 시청하는 매미 애벌레의 모습은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동물들이 거북 할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은 처음 볼 때는 눈에 잘 안 띄지만 뒷부분에 거북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을 건네는 동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선물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확인하게 된다. 동물들의 집 모양도 아주 다양하여 다음 장에는 어떤 구조의 집이 나타날지 기대하게 한다. 돌벽으로 된 너구리 집, 나무뿌리로 된 매미 애벌레 집, 공룡뼈에 둘러싸여 있는 도마뱀 집 등은 동물의 특성과 이야기 내용을 적절하게 반영한 그림이다. 또한 책장을 위로 넘기면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책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읽게 되어 있는 형식은 주인공 쿠가 지하 100층까지 계속 내려가면서 동물들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은 수 세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별 어려움 없이 셀 줄 알게 될 것이다.
16.
어린이 책을 만들거나 선정할 때 종종 빠지기 쉬운 유혹 중 하나가 교훈성이다. 독자가 어리다고 책의 계몽성을 지나치게 앞세우다보면 재미없는 책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그림책은 교훈과 재미를 비교적 잘 버무린 그림책이다. 우선 표지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깜깜한 밤을 배경으로 플래시를 든 채 뭔가 궁리하듯 눈동자를 굴리며 서 있는 아이, 복면 쓴 얼굴을 기초로 디자인한 ‘몰래’라는 글씨가 담겨 있는 표지를 보면, 아이가 밤중에 아빠와 할머니 몰래 뭔가 일을 꾸미는 이야기 같아 호기심이 생긴다. 이어지는 본 텍스트에서는 마치 탐정 이야기를 하듯 긴장감을 자아내며 재미를 더해간다. 어느 날부터 폐지만 보면 차에 잔뜩 싣는 아빠, 밤 10시만 되면 밖으로 나갔다가 12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아빠, 한편 불만스럽기도 하고 한편 궁금하기도 한 민지는 이런 아빠의 뒤를 밟는다. 그러나 민지가 아빠 ‘몰래’ 차에 탔다가 들킨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재미 모드에서 감동과 교훈 모드로 바뀐다. 아빠는 그 동안 폐지 모으는 어느 할머니 댁에 자신이 모은 폐지를 밤마다 그 할머니 ‘몰래’ 가져다 놓았던 것이고, 그렇게 한 이유는 어린 시절, 폐품을 팔아 용돈을 주시던 자신의 할머니를 부끄럽게 여겼던 데 대한 속죄의 마음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서 어린 독자들이 아빠의 이야기, 아빠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할머니를 돕는 방법을 제안하는 등 아빠의 선행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민지의 모습에 아이들은 공감할 것이며, 할머니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누룽지 사탕을 문에 매달아 둔 장면 또한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평소 아이들의 관심 너머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읽어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