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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이근화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6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4월 <코의 영광>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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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일 년에 한두 번씩 고찬규 시인을 만난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인정과 선의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안도감이 시인을 만나면 잔잔히 밀려온다. 근래 시인의 일상과 작품이 자못 궁금했는데 이번 시집에서 조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벌레와 잎사귀 너머 허공을 보고 있었던 거다(「허공은 힘이 세다」). 돌과 돌이 만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거다(「돌」). 그런데 그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평온한 것 같지 않다. ‘말[言]’과 ‘말[馬]’ 사이, 그는 세상이 이렇게밖에 굴러가지 않는 것에 대해 치미는 분노와 치욕을 풀어 놓는다. ‘얼룩말’ 시편에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충돌 양상에 그는 얼굴이 붉어졌다, 일그러졌다 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보여 주었던 미소가 전부는 아니었던 거다. 강물에 빠진 토마토를 생각하는 밤에(「토마토를 위한 변명」) 그의 마음도 꽤 뒤척였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쓰다 말고 목울대가 뜨거울 때가 있다”(「미투 유투 우분투」)는 고백에서 보이는 부끄러움은 어른의 것이다. 생각을 이어 가며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어른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위기가 아닐까. 그 위기에 맞서 시인은 노래 아닌 노래를, 말 없는 말을 상상한다. 거대한 빙벽을 마주하고 서서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던 나를 만나 침묵의 노래를 듣는다”(「빙벽」)고 했다. 진정 사람을 움직이는 말은 요란하거나 교묘하지 않다. 시인은 고요와 침묵 안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새로운 말을 발견하고자 한다. 자신을 다른 이들과 연결시키는 말, 사람을 살리고 함께 숨 쉬는 말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영혼 없이 ‘말’ 달리는 세계에서 침묵의 진언을 찾는 일이 시인의 몫만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 시기를 함께 건너고 있는 것이 아닐까.
2.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를 읽으면 여중생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쪼그만 아이들 같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룰이 있고, 다 자기 생각과 계획이 있다. 어른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혹은 쉽게 묵살되곤 하는 그들만의 생활이 있다. 현직 교사인 최설 시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모처럼 받은 귀한 선물 같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8일 출고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짧게 생각하고 오래 움직이는 그녀, 가쿠타 미츠요! 가쿠타 미츠요의 경쾌한 에세이를 읽으며 조금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녀의 재밌는 질문들을 마주하고는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을 채워야 하며, 자신을 어떻게 다시 바라봐야 하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게 되는 법을 배웠다고나 할까. 일상적 고민의 자리에 내 전부를 내주지 않는 현명함을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식당의 ‘시게루’를 향해 날아드는 욕설 때문에 몹시 불편해하는 그녀의 모습이나, 만화영화 속 ‘후네’의 무관심법에 매료당했다는 그녀의 고백은 이상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며 용기 있게 사는 일은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잽, 잽을 날리며 작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카운터펀치를 날리려다가 좌절하고, 의심과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고독하게 죽어가지만 잘 만들어진 고독의 상태를 유지하며 지나치게 우울한 생각에 빠져 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멍하니 떠돌다가도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다. 여름 해변에서 그녀는 말한다. “뒤를 돌아보는 것도 아니고 앞쪽을 응시하는 것도 아닌, 지금 통과하는 사물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맞는 일이겠지.” 복싱을 배울 때 죽어라 체력 단련을 하고 나서도 스텝을 먼저,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처럼 삶에서도 펀치는 가장 나중에, 카운터보다는 잽, 잽을! 길게 울 일들이 너무 많은 삶이지만 잠깐씩은 웃어도 좋지 않을까. 가쿠타 미츠요가 그녀의 방식대로 살며 쓰는 글들은 씩씩한 ‘그녀들’의 삶을 예비해준다는 점에서 반갑고 고맙다.
4.
정다운 시인은 기억을 헤집는 고단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되묻는 입술을 통해 일상은 속속들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그러나 이 드러냄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죄를 묻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시는 삶을 재구성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픈 말들을 감내하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시인의 고집을 끝까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조일 때도 있고, 비아냥거림이나 욕설일 때도 있다. 어떤 말들은 외면당하거나 누군가의 귓가에 맴돌다 희미해지기도 한다. 침묵에 갇힌 말들조차도 놓지 못한 채 뜨거운 정념과 책임의 윤리와 포기할 수 없는 사랑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출렁거림’이랄까. 멈추지 않는 이 움직임이야말로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 위한 방법처럼 보인다. 내일의 희망 같은 건 믿지도 않으면서 힘겨움을 짊어진 채 엄살떨거나 핑곗거리를 찾지 않고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을 거라는 조심스러운 전망 위에 자신을 끊임없이 다시 세워 보는 것. 폭력과 허위와 위선에 맞닥뜨린 순간마다 인간의 종에 대한 염증과 환멸을 어쩌지 못하겠지만 정다운 시인은 ‘누덕누덕’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조금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만들어 가는 삶을 불러내기 위한 몸짓이 시집 곳곳에 아프게 박혀 있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한 개인 안에 이야기들이 어떻게 꾸려지며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슬픔의 힘을 만들어 가는지 목격하게 된다. 그것을 사랑의 한 방식이자, 시의 존재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랑은 위로보다는 예의가 필요한 것 같다. 예의를 갖춰 열렬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5.
누구나 자연의 시간 위에 서 있지만 아무도 그 시간을 그대로 살지 않는다. 황학주 시인은 이제 “저절로 살구 떨어지는 시간”에 들어섰다. 그러나 영혼은 집이 필요없고 떠도는 영혼의 가장 친한 벗은 시인이어서 “혼자만의 땅거미 무늬”를 찾아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나와 당신이 ‘넘어진’ 시간이 그곳에 있어 문득 고개를 들고 잠깐씩 빛이 들기 때문일까. 사랑과 죽음에 대한 기록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새의 그림자를 키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란’의 해안 절벽이 그러하듯. 차가운 육감의 세계가 여기에 펼쳐진다. 고향과 타지, 여행지의 풍경들이 뜨겁게 살아난다. 그림자가 무럭무럭 자라 그에게 슬픔과 고독을 되돌려줄지라도 끝까지 가보기 위해 그는 조용하게 발걸음을 딛는다. 감자꽃이 “감자의 안쪽으로 가만히 옮겨”지듯이. 감자의 안쪽을 파는 일. 그래서 다시 허무와 정적을 건너는 시인의 어깨는 숭고하다. 희망이 최면에 불과하더라도 그는 매번 사랑과 죽음의 무늬를 생의 이쪽에 부려놓는다. 고드름은 처마가 아니라 허공에 매달리는 것. “자유를 춥게 배우며/그 몸 얼음 난간이 되어” 겨울을 또다른 겨울로 이어주는 것. 우리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허무와 정적을 깨고 미풍이 분다. 바람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나 언어에 새겨진 무늬가 차고 아름답다. 그 무늬를 더듬어가는 일은 ‘당신들’을 닮아가는 일일 것이다. 궁벽한 곳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서 있는 당신들에게 배운 것이 사랑이므로. 언젠가 나의 슬픔과 고독 역시 당신들의 그것에 잇대어 가만히 눈을 감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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