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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신형철

출생:1976년

직업: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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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큰글자도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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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19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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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나쁜 책 - 금서기행 
  • 김유태 (지은이) | 글항아리 | 2024년 4월
  • 19,800원 → 17,820 (10%할인), 마일리지 990원 (5% 적립)
  • (6) | 세일즈포인트 : 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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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이 책은 권위적인 국가권력이 불온함을 감지한 책과 평균적인 시민사회가 불편함을 느끼는 책을 모두 다룬다. 그게 중요하다. 이제 불온함의 가치는 생존주의와 부족주의에 의해 무시 혹은 냉대의 대상이 됐고, 불편함의 가치는 때로 타인에 대한 윤리적 섬세함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 그 명분이 약화됐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여전히 이 두 가치를, 그것의 갱신된 버전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좀 특별한 독서 에세이인 정도가 아니라 그런 정치적·문화적 맥락 속으로 뛰어든 결단이다. 성실한 본문을 압도하는 서문의, 저 이글거리는 문장들의 결기를 보라. 김유태는 나쁜 책이 좋은 책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나쁘기 짝이 없는 역작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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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맡겨진 소녀』를 다 읽고 나니 그 빳빳한 양장 커버가 이야기를(특히 그 소중한 결말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소설도 그렇다. ‘키거니언 엔딩’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것의 본질은 무슨 반전 같은 게 아니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감히 기대해도 될까 싶은 일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능성이 서사의 필연성으로 도약하는 지점에서 소설이 끝날 때, 우리는 우리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나를 얻게 된다. 이 작가가 단편 분량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에 나는 불만이 없다. 이런 결말 뒤에, 감히, 어떤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단 말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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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맡겨진 소녀』를 다 읽고 나니 그 빳빳한 양장 커버가 이야기를(특히 그 소중한 결말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소설도 그렇다. ‘키거니언 엔딩’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것의 본질은 무슨 반전 같은 게 아니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감히 기대해도 될까 싶은 일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능성이 서사의 필연성으로 도약하는 지점에서 소설이 끝날 때, 우리는 우리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나를 얻게 된다. 이 작가가 단편 분량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에 나는 불만이 없다. 이런 결말 뒤에, 감히, 어떤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단 말인가.
4.
언젠가 ‘구락부의 문학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멀게는 최인훈의 ‘그레이 구락부’가 있었고, 가깝게는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이 있었으며, 더 가깝게는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있었다. 서진은 다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총체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절묘하게 조응하는 다인종 구락부 ‘언더그라운드’를 문학사에 새로이 등재한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이 소설은 파퓰러하다. 앞의 것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 어렵고 뒤의 것은 아주 적어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야심만만한 이야기꾼의 출사표가 얼얼하다.
5.
십 년 전 광주에 직장을 얻어 막 이삿짐을 풀었을 때 어떤 분이 내게 광주MBC 김인정 기자에 대해 말해주었다. 당연히 그를 알아야 하고, 최대한 빨리 만나야 한다는 듯이. 그분의 취지를, 이후 김인정의 기사를 따라 읽으며 이해했다. 그의 5.18 취재를 보라.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할 것을 한다. 내게 그의 저널리즘은 거의 투쟁처럼 보였다. 그런 나날들의 상처와 보람이 증류된 이 책을 앞에 두고, 나는 십 년 전 그분의 마음으로 되뇐다. ‘우리는 당연히 김인정을 알아야 하고, 최대한 간곡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고통의 재현에 대한 한 언론인의 자기 성찰로만 규정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재현 윤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 언론 환경에 대한 저항적 성찰이기도 한데, 그 환경의 배후 행위자는 뉴스 소비자인 대중과 그들의 욕망이므로, 이 책의 모든 예리한 질문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향해 있다. 김인정은 직업상 할 만한 반성을 한 게 아니라, 성찰하지 않는 대중을 위한 일종의 대속代贖 작업을 했다. 이 책은 정확한 질문들로 현지화된, 《타인의 고통》(2003)의 20주년 기념 속편 같다. 이제 이 책에 의지해 ‘우리’와 싸우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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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여기엔 짐스러운 육체를 이끌고 포복하며 살아가는 고유명사들의 삶이 있고, 그들 곁에서 기어이 어떻게든 희망을 생산해 내려고 하는 한 인간의 행군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이야기들은 누가 준 사람이고 도 받은 사람인지를 구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의 상호 감염과 그 뭉근한 확산의 드라마에 이른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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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우리가 걸린 병은 ‘무의미에 이르는 병’이고 더 짧게 말하면 ‘허무주의’다. 의미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은 정확한 질문을 던졌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빛난다.”
8.
광주에서 7년 반을 근무하는 동안 자주 협업했던 최화영 선생은 유능하고도 다정한 사람이었다. 유능과 다정을 겸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그가 용감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사랑 때문에 가장 용감해진다. 스물 셋일 때 머물렀던 시드니에 마흔이 되어 다시 간 것은, 그래서 ‘스물 셋의 나’를 만나 건강하게 작별하고 ‘마흔의 나’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단독자로서의 자신과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자신을 대등하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여러 간절한 대목들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는 내 것보다 더 용감한 사랑을 가졌구나. 이미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물론 그것은 직장에서의 관례적 호칭일 뿐인데), 이제부터는 좀 더 또렷한 마음으로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선생님, 잘하셨어요. 잘하실 거예요, 선생님.
9.
엄숙할 정도의 다정함, 이 책에서 그런 것을 느끼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가톨릭 교회의 미사 같다고. 시를 음미하고 산문을 이어 읽을 때의 호흡이, 말씀을 독서한 후 사제의 강론을 들을 때와 닮았다고. 시를 떠받들고 권위적으로 해설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아픔을 근심하고 세상의 건강을 바라는 간절함의 깊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중후반부에 이 책의 진면목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거기서 저자의 본바탕이 억제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는 아름다운 핑계이고, 정은귀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10.
소설이라는 이름에 값하려면, 인간의 내면이라는 저 우주가 소설의 무한한 광맥이라는 사실을 비장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한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이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그 불가능한 가능성에 헌신하는 것이 소설가들 아닌가.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인물들이 장기판의 말처럼 도구화되어 소비되는 이야기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소설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 까닭이 아닌가. 한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이 작가가 보여 준 성의는 내 마음을 움직였다.
11.
“남자가 아는 것은 지금 여자에겐 누군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것뿐이었다.” (……) 이 문장을 적을 때 이 작가는 솔직하고 필사적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이 작가가 아는 것도 그것뿐일 테니까. 지금 ‘그들’에겐 누군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들의 말을 들어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대신 전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애쓴 시간 동안 이 일곱 편의 작품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가 바로 그들이니까, 그가 타자이니까. (……) 진정한 작가들은, 이렇게 조금씩, ‘나는 타자다’의 상태를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은 조해진의 과거이고 우리의 미래다.
12.
  • 문명의 바깥으로 - 나희덕 시론집 
  • 나희덕 (지은이) | 창비 | 2023년 4월
  • 20,000원 → 18,000 (10%할인), 마일리지 1,000원 (5% 적립)
  • 세일즈포인트 : 1,911
나희덕의 문학을 직립하게 하는 세개의 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적 인간’과,라고 쓴 다음에 ‘역사적 인간’을 적는 백낙청, ‘생태적 인간’을 적는 김종철, ‘상상력의 인간’을 적는 정현종. 시인은 역사적 현실의 부름에 응답해야 하고, 그러면서 인류의 종(種)적 책임을 성찰해야 하며, 이런 무거운 사명이 시를 제압할 수 없게 탄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이 가치들이 제 안에 조화롭게 용해되도록 한 촉매는 물론 나희덕 자신이고, 그러므로 이 문학의 이름은 ‘나희덕’일 수밖에 없으며, 어느덧 그도 한국 현대시의 한 중력이 되었다. 몇년간 가까이에서 그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으므로 잘 안다. 나는 그처럼 부지런히 공부하는 시인을 본 적이 없고, 그처럼 동료와 제자를 잘 보살피는 교수를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그런 저자를 닮았다. ‘공동체’론에서 ‘인류세’론에 걸친 그의 근년 공부의 결실이 치열하고, 윤동주와 김수영에서 조온윤과 박규현까지, 선후배의 시를 보살핀 시인론들이 자상하다. 이 열정과 정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가 애독하는 아우구스티누스를 빌려 짐작해볼 뿐, 사랑이 그의 진짜 중력이라고. 이제 그 사랑이 ‘문명의 바깥으로’ 우리를 이끈다.
13.
  • 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이야기 
  • 함돈균 (지은이) | 난다 | 2023년 4월
  • 17,000원 → 15,300 (10%할인), 마일리지 850원 (5% 적립)
  • (1) | 세일즈포인트 : 621
비슷한 시기에 등단해서 오랜 시간 함돈균 형의 글을 봐왔다. 나는 어떤 시에 대해 그가 먼저 쓴 글을 본 뒤 내 글을 포기한 적이 있다. 더는 보탤 말이 없을 만큼 내 생각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일이 잦지는 않다. 두 비평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둘이 언제나 같은 판단에 도달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나와 달리 판단할 때도 그 사실 자체가 내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비평가 함돈균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 한편 인간 함돈균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은 거의 존경에 가깝다. 그가 말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 그가 “이런 일이 필요해 보인다,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나면, 곧 그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보게 된다. 그 일이라는 것은 대체로 옳고 어렵고 아름다운 일들이어서, 그가 먼저 저지르고 나면,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그만의 어떤 무뚝뚝한 열기는 따뜻해서 고맙기도 하고 데일까봐 두렵기도 한, 그런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펴내는 책은 뜻밖에도 『사물의 철학』이다. 김선우(2005), 박영택(2012), 장석주(2013), 권혁웅(2014), 로제 폴 드루아(2014) 등이 쓴 사물에 대한 책들과 나란히 꽂힐 만하다. 가끔 비평가는 자신이 ‘세계’라고 말할 때 그 어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공허하다는 느낌에 짓눌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사물’들의 실감 속으로 하강하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 그는 마치 처음인 듯 사물 하나하나를 다시 사용하면서 세계를 근원적으로 경험해보려 노력한다. 이런 책을 쓰는 데 응당 필요한 꼼꼼함과 기발함도 그는 갖고 있지만, 그보다 더 도드라지는 것은 과감함이며, 그것이 이 책의 개성을 이룬다. 이를테면 ‘배달통’의 무의식을 프로이트와, ‘백팩’의 효용을 니체와 궁리하는 대목, 혹은 물티슈에서 ‘나치즘’ 으로, ‘보자기’에서 ‘카리스마’로 휙 넘어가는 대목들이 그렇다. 이처럼 과감한 사유는 고만고만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리둥절한 자극을 준다. 무뚝뚝하게 예리한, 그다운 책이다.
14.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그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모두가 그를 자기편이라고 믿게 만든다. 좀 잊고 산 거 같은데, 원래 이런 게 소설 아닌가. 이 소설을 대상으로 안 뽑을 수는 없을까 고민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심사위원이 뽑은 게 아니다. 이 소설이 자기를 뽑은 것이다.
15.
엘리엇은 자신의 비평이 시 창작 과정의 부산물이어서 그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를 ‘작업실 비평(workshop criticism)’이라 부른 적이 있지만, 소설 쪽에서 긍정적 의미의 작업실 비평을 떠올려 보면 제임스의 「소설이라는 예술」이나 「『한 여인의 초상』 뉴욕판 서문」만큼 영향력 있는 글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너무 늦은 번역이지만(덕분에 적임자를 만나 원문의 섬세함이 보존됐다), 이제라도 나와서 반갑다. 소설도 예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이토록 정교한 수고가 당시에만 필요했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왜 어떤 소설만이 예술이며 다른 것은 아닌지를 분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권위적인 일이라고 믿는 동시대인들이 적지 않다. 제임스에 따르면 소설에선 (플롯이 아니라) 인물이 먼저이고, (도덕이 아니라) 진실이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인생의 진실 쪽으로 부서지듯 나오는 소설. 나는 이 기준을, 인류가 지켜야 할 불씨처럼, 백 수십 년 전의 제임스에게서 건네받는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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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한 사람이 세 개의 목소리를 창조해내고 그것들 사이에 이토록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 내면을 탐사하고 이를 건축적으로 설계해낸 장엄한 시도다. 예술적 자기 분열의 시도이자 내적 사제(師弟) 관계의 발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시인 자신을 설득하고 치유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 수혜자는 독자 모두가 된다. 여기서 글릭의 수상 이유로 거론된 “unmistakable poetic voice”를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국내 보도들은 ‘unmistakable’을 ‘확고한’, ‘뚜렷한’, ‘분명한’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옮겼다. 이것을 ‘실수를-범할 수 있게 하지-않는’이라 옮기는 것까지는 무리더라도 단어 자체는 그런 뜻임을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목소리로 말하더라도 독자를 그 존재들에 대한 오해와 착오로 이끌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놀라운 자기 탐구와 거듭남의 결과임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든다. 시를 두고 ‘위대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드문 순간이 바로 이런 때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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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비평가가 듣고 싶은 찬사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서 그 작품들을 봤어요.” 내가 김혜리에게 하고 싶었으나 아직 못 한 말은 이것이다. “당신처럼 써보고 싶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어요.” 그의 글은 다음 네 요소로 이루어진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첫째, 분석. 분석이란 본래 해체했다가 재구성하는 일이어서 작품에 상처를 입히기 십상인데 그가 우아하게 그 일을 할 때 한 편의 영화는 마치 사지가 절단되어도 웃고 다시 붙으면 더 아름다워지는 마술쇼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둘째, 인용. 그의 말이 지나치게 설득력이 있어 괜히 반대하고 싶어질 때쯤 되면 그는 그가 검토한 해외 인터뷰나 영화평들 중에서 중요한 코멘트를 적재적소에 인용해 독자로 하여금 이 영화의 모든 관계자들이 그의 글을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셋째, 비유. 그가 개념적, 논리적 서술을 훌륭하게 끝낸 후에 정확한 문학적 비유로 제 논지를 경쾌하게 재확인할 때면 그의 글은 매체(영상과 문장) 간 매력 대결의 현장이 되는데 그는 결코 영화를 이기려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지도 않는다. 넷째, 성찰. 그는 영화 서사에 잠복돼 있는 ‘윤리적’ 쟁점에 극히 민감한데 그럴 때마다 특유의 실수 없는 섬세함을 발휘해 현재로서는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것이겠다 싶은 결론을 속삭여주곤 한다.
18.
과연 유진주는 아버지를 죽인 악녀인가? (…) 저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저 질문에 대한 답보다 더 중요한 답을 이끌어낼 다른 질문, 그런 것을 누군가는 찾아 물어야 한다. 성급하게 창궐하는 세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은, 유진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만드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리라. 이것이 이야기의 위력과 무력을 삼십 년 동안 고민한 어느 작가의 답변이다. - 김연수, 「진주의 결말」
1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2,400원 전자책 보기
“일 때문에 메일을 주고받다가 처음 그를 만난 날 나는 ‘송민경’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여서, 나와 동갑인 남자가 그토록 맑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세상 바쁜 판사가 동시대 한국문학을 줄줄 꿰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가 보내온 원고를 읽고 다시 결정적으로 놀란다. 이 밀도 높은 책에는 법학의 본질에 대한 간(間)-학문적 고찰이 있고, 법을 다루는 직업인의 섬세한 자기성찰이 있으며, 그 성찰의 힘으로 사회적 이슈에 개입해 들어가는 시의적절한 지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법관의 일’이면서 동시에 그 이상이다. 이 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관되게 들려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인 우리가 세상의 진실과 관계하는 최선의 형식이 무엇인지를 간곡히 묻는 목소리라서, 이 책이 들려주는 모든 법 이야기들이 결국 ‘사는 법’에 대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자에게만 떠맡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일 아닌가. 지금도 깍듯이 서로 존대하고 있지만 역시 그와 막역해지기는 쉽지 않겠다. 이 책을 읽고 생겨난 깊은 경애의 마음을 억누르지 않는 한 말이다.”
2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1,250원 전자책 보기
심리학자로서는 드물게도 이 책의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을 들여놓고 육성으로 말한다. 미숙했기 때문에 아팠던 시절들을. 그는 강단 위가 아니라 독자인 당신 옆자리에 앉아 있다. 심리학자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산다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 노력할 뿐이라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깊은 곳을 통과한 목소리로 쓰인 모든 책은 문학이다. 그래서 그를 처음 만난 이후로 나는 일방적인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 그것은, 밴드 ‘9와 숫자들’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낮은 몸’ 속에서 ‘높은 마음’을 가져보려 애쓰는, 상처투성이 글쟁이로서의 동질감이다. 심리학책 한 권으로 관계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 책을 한 권씩 갖는다면, 일주일에 한 꼭지씩 읽고 대화를 나누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둘의 관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땐 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건 서로에게, 나는 당신과 정확한 사랑을 실험하려는 사람이지 당신을 포기할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메시지는 사람을 조금 바꿀 수 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와 이 책을 함께 읽기 위해 당신은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
21.
내가 주인공이지만 내가 쓸 수만은 없는 나의 이야기, 그것이 인생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내가 내 인생의 비평가가 되어 그것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는 일, 그럼으로써 그것이 다시 쓰이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자기기만과 자기연민을 동반하기 쉬우므로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하지 않다. 도무지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살아낸 사람에게 허락되어야 할, 그야말로 자구책自救策이어야 하리라. ‘파이’는 그래도 되고 또 그래야 한다. 누구도 그만큼 최선을 다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망망대해를 살아낼 수밖에. 자기기만이나 자기연민 따위에는 지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나만의 ‘리처드 파커’와 함께.
22.
  • 명작 이후의 명작 - 「회색 눈사람」에서 「봄밤」까지, 한국 현대소설 읽기  choice
  • 황종연 (지은이) | 현대문학 | 2022년 3월
  • 20,000원 → 19,000 (5%할인), 마일리지 1,000원 (5% 적립)
  • (2) | 세일즈포인트 : 832
클래식의 어원 클라시스는 함대艦隊라는 뜻이어서 클래식은 함대를 소유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최상위 계급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황종연이 운용하는 레퍼런스의 목록을 볼 때마다 나는 거대한 함대가 진군하는 환영이 보이고, 내가 넘볼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지성의 최상위 계급이 있음을 실감한다. 이 함대를 두고 ‘현학적’ 운운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인데, 왜냐하면 황종연은 “비평은 세상에서 알려지고 사유된 최상의 것을 배우고 퍼뜨리려는 사심 없는 노력”(매슈 아놀드)이라는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언제나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30년간 변함없는 이 압도적인 치열함이 황종연 자신을, 전후세대와 4·19세대 이후 한국 평단의 드문 거인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작품론의 클래식이고, 우리가 올라타야 할 거인의 어깨다.
23.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머니가 아니라, 내용물을 꺼내려 하면 깨지고 마는 도자기여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아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멈추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응모작 중에 이 작품뿐이었다.
24.
언제나 ‘인간적인 것’과 ‘문학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의 교차점에 경이로운 상상력을 적중시키는 얀 마텔의 작업을 따라가는 일이 이제는 거의 의무처럼 느껴진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지혜로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파이 이야기』가 다 읽은 후에야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읽는 중에 이미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다.
25.
  • 무서운 극장 - 산만한 관객 K의 사유하며 영화 보기 
  • 김형중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 14,000원 → 12,600 (10%할인), 마일리지 700원 (5% 적립)
  • (3) | 세일즈포인트 :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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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 센스strong sense, 라고 흄은 말했다. 비평가라면 바로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취미의 기준에 대하여」). ‘센스’라는 말의 의미 폭은 넓다. 기본적으로는 감각적 데이터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가리키지만(‘열 감지 센서’가 그렇듯이), 그 감각적 감지 능력에 힘입으면 더 잘 발휘되는 합리적 판단 능력까지를 뜻할 때도 있다(제인 오스틴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이성과 감성’으로 번역할 때가 그렇듯이). 이 센스의 스펙트럼이 만드는 공간을, 김형중의 재능은 빈자리 없이 꽉 채운다. 이 책의 첫 세 편을 한달음에 읽어보라. 작품의 디테일에 대한 반짝이는 포착(감각적 감지로서의 센스)과 주제의 복합성에 대한 치열한 존중(합리적 판단으로서의 센스)을 이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 겸비한 글은 드물다. 어려운 책을 산사태처럼 많이 읽는다고 센스가 생기지는 않는다. 터진 실밥처럼 각주를 매단다고 센스가 입증되지도 않는다. 공적 난제와 사적 숙제를 일치시켜나가는 간절함, 답은 내 앞의 작품에 있다고 믿는 겸손함, 그러면서도 제 글쓰기 노동에 어떤 후광도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는 ‘호모 루덴스’적 순수함이 그에게 센스를, 그것도 아주 ‘강력한 센스’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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