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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김행숙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2년 5월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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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두개의 손이 있다. 내 마음 저 깊은 심연을 “거꾸로 뒤집어 흔드는 손”(「서식」). 그리고 밤의 심장에 자장가의 리듬을 얹었다 떼고 얹었다 떼기를 하염없이 반복하는 손. 서로 다른 영혼에서 나온 것 같은 이 두개의 손이 협력하여 파도처럼 쓰고, 쓰고, 쓰는 글이 여기 있다. 이 두개의 손으로 내가 나를 밀어내고 내가 나를 끌어안는 존재의 해변에서 눈송이처럼 써내려가는 글. 이 두개의 손으로 “여자를 넓히고 여자를 부수고 여자를 밀고 나가 그 이후의 이후에”(「빗댈 수 없는 마음」) 쓰는 글. 이제 우리는 ‘그 이후에서 이후까지’를 ‘후숙(後熟)’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후숙의 시간을 시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신의 과수원에서 떨어진 열매 하나를 줍게 된다. 그 아이는 과실을 바로 먹지 않고 책상 위에 물음표처럼 올려놓고 그 이후의 시간을 두개의 손으로 살피고 돌보았다.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그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빗댈 수 없는 마음」) 선언하였으니, 이제 당신에게로 건너가려 하는 것이다.
2.
그의 글은 희망의 ‘내용’을 서술하지 않는다. 차라리 희망의 ‘형식’을 발생시킨다. 문자 그대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수영이 사랑했던 단어, ‘모험’. 그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뜨거워진다. 나는 다시 또 그의 글을 펼쳐 놓을 것이다.
3.
우주의 저 검은 피부를 뜨겁고 날카롭게 가르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유성우처럼, 손미의 ‘시-공장’은 주야로 가동되고 있다. 작별의 공장은 존재의 폭력적인 실험실이다. 상실의 시, 애도의 시, 사랑의 시가 난폭하게 당신을 두드릴 때, 꾹꾹 밟아 두었던 당신의 심장에서도 ‘시-공장’의 굴뚝들이 삐죽삐죽 솟아난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 당신은 여기 살아 있다. 당신은 살아 있어서 아프다.
4.
우주의 저 검은 피부를 뜨겁고 날카롭게 가르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유성우처럼, 손미의 ‘시-공장’은 주야로 가동되고 있다. 작별의 공장은 존재의 폭력적인 실험실이다. 상실의 시, 애도의 시, 사랑의 시가 난폭하게 당신을 두드릴 때, 꾹꾹 밟아 두었던 당신의 심장에서도 ‘시-공장’의 굴뚝들이 삐죽삐죽 솟아난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 당신은 여기 살아 있다. 당신은 살아 있어서 아프다.
5.
  • 캣콜링 -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253 
  • 이소호 (지은이) | 민음사 | 2018년 12월
  • 12,000원 → 10,800 (10%할인), 마일리지 600원 (5% 적립)
  • (18) | 세일즈포인트 : 6,487
스스로를 맹랑하게 조롱하면서 허위의 옷을 찢고, 날카로운 아이러니의 칼 속으로 투신하여 기꺼이 찔린다.
6.
어느날 이 세계에서 당신이 사라졌다. 인생을 그 이전과 그 이후로 가르는 당신의 죽음 속에서 폐허의 주체는 탄생한다. 이 시집은 그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폐허의 주체’가 써내려간 ‘이후의 시’다. 시인은 사랑의 대상을 잃어버린 주체, 슬픔 속으로 가장 깊이 눈을 감은 주체, 그리하여 슬픔 속에서 가장 환하게 눈을 뜨는 주체다. 죽음의 구멍을 경유하여 비로소 세계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우주의 암흑물질이 살갗을 스친다. 죽은 자들은 햇빛이 되어 강물에서 반짝이고 우주먼지로 떠다니다가 내 책상 위에 내려앉는다. 죽은 자들은 ‘온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날 배웅해준”(시인의 말) 아버지가 돌아오고, 봄날 참혹하게 떠나보낸 아이들이 온다. “나는 죽은 사람 산 사람 다 같이 살아가는 이 시집 속을 한걸음도 나가지 않기로 한다.”('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 왜냐하면 “죽은 사람 산 사람 다 같이 살아가는” 이 시집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김중일의 ‘애도의 시’는 존재의 가슴을 찢고 세계의 지평선을 뜯어낸 숭고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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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지금 김수영은 현장에서 시인들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동료다. 김수영은 현재다. 시와 현실이 뜨거운 질문들을 쏟아 낼 때마다 그 자리에 김수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 현장에 김수영의 ‘말’이 들끓었고 ‘시’가 날뛰었다. 우리는 밤새워 토론했고 새벽이 지나도록 평온해지지 않았다. 김수영은 펄펄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김수영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김수영!
8.
지금 김수영은 현장에서 시인들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동료다. 김수영은 현재다. 시와 현실이 뜨거운 질문들을 쏟아 낼 때마다 그 자리에 김수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 현장에 김수영의 ‘말’이 들끓었고 ‘시’가 날뛰었다. 우리는 밤새워 토론했고 새벽이 지나도록 평온해지지 않았다. 김수영은 펄펄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김수영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김수영!
9.
지금 김수영은 현장에서 시인들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동료다. 김수영은 현재다. 시와 현실이 뜨거운 질문들을 쏟아 낼 때마다 그 자리에 김수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 현장에 김수영의 ‘말’이 들끓었고 ‘시’가 날뛰었다. 우리는 밤새워 토론했고 새벽이 지나도록 평온해지지 않았다. 김수영은 펄펄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김수영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김수영!
10.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말하는 시. 안미옥의 시에는 삼켜진, 쟁여진, 그리하여 심연으로 내려가는 굴을 파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층 한층 탑을 쌓아올리는 그런 말, 들끓는 침묵의 언어가 함께한다. 그녀의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그 문을 “아직 두드리는 사람”의 언어가 안미옥의 시다. 언어에 표정이 있다면 안미옥의 언어는 “숨을 참는 얼굴”. 그리하여 안미옥의 첫 시집을 읽는 우리는 이제 “볼 수 없던 것을 보려고 할 때”의, 들리지 않던 것을 들으려 할 때의 그 얼굴이다. 작고 부드럽고 연한 마음, 그 마음의 언어는, 그 언어의 피부는 고통과 슬픔에 더 힘껏 약해지고자 한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어떤 자세를 안미옥의 첫 시집은 이룩한다. 그녀의 시집을 읽는 내내 나를 떠나지 않았던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푸른 새벽빛 속에 기도하는 자세를 이룬 검은 실루엣. 그것은 단정하고 간절하고 환하고 슬펐다. 그 검은 실루엣으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 당신을 향해 바야흐로 온다.
11.
안미린의 작품들은 부드럽게 거칠고, 거칠게 부드럽다. 그는 언어를 아껴 다듬을 줄 알고, 아끼지 않고 내던질 줄도 안다. 시를 만드는 힘과 시를 쏟는 힘 사이에서 그는 시를 쓴다. 가는 사유하는 감각과 감각하는 사유를 보여 준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6,300원 전자책 보기
물과 거울에 비친 세계가 아니라, 물과 거울이 쏟아 낸 세계. 시인이 시를 붙든 것이 아니라, 시가 시인을 점령해 버린 형국. 죽음의 한가운데서 에로스의 꽃이 핀다. 강정은 혼쭐이 났겠다. 정신이 없었겠다. 강정은 강정이 아니었겠다. 강정은 “삶도 죽음도 이미 다 겪은 건강한 노인”이었다가, “여자라 여긴 모든 형상과도 다른 여자”였다가, 그 모든 것이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가…… 지금은 기진하여 강정으로 돌아와 뻗었는가. 강정은 강정이 아닌 먼 길을 달려 강정에 거의 닿았으니, 시집 뒤에 드러누운 자는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사자, 새끼 사슴, 순결한 아기 강정이다. 시가 강정을 낳았다.
1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잠 없이 꿈을 꾸는 사내가 있었다. 언제나 꿈은 잠보다 먼저 와서 늦게까지 머물렀다. 밖에서 누군가 외쳤다. “밖으로 나오게. 자네에게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그러자 사내는 이 세계에 대한 반항처럼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보십시오. 당신이 초콜릿처럼 핥고 있는 세상은 토사물과 같습니다.” 사내가 세계의 거울을 들고 나왔다. 이상(李箱)하고 이상(異常)하고 이상(以上)한 거울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시단에는 ‘세월호 이후의 시’라고 이름붙일 만한 그런 흐름이 생성되었다. 슬픔의 몸뚱이가 시적 공명 장치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중일의 '눈썹이라는 가장자리'는 시의 ‘온몸’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울음이 파도처럼 모두 밀려간 끝에서 시인은 ‘눈썹’을 발견한다. 고요한 ‘눈썹’에는 온몸의 진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눈썹이 다 지워져버린 죽음의 얼굴이 떠오를 때, 그런 눈썹이 홀씨처럼 바람에 불려올 때, 이 시인은 “눈썹 한 짝처럼 방 가장자리에 모로 누워 뒤척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온몸’이 ‘눈썹’이 ‘된다’. 이 ‘눈썹’을 우리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2015년 올해의 좋은 시상’은 김중일의 '눈썹이라는 가장자리'에 주어졌다. 나의 박수가 “일렁이는 눈썹”처럼 그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6,300원 전자책 보기
선생이여, 그대 저녁의 정원은 등불 밑의 시(詩)처럼 오늘도 쓰고 내일도 읽는 연못을 가졌습니다. 낮이 밤을 만나러 오고, 순간의 환(幻)이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의 물결을 끌어당겨 환한 무늬를 이루어 놓습니다. 침묵의 파문 같은, 침묵의 종루(鐘樓)에서 퍼지는…… 여덟 겹, 아홉 겹, 열 겹의 울림 속에 내내 귀가 젖었습니다. 일파(一波)가 만파(萬波)였습니다. 이 시의 종각(鐘閣)에서 열 번을 흔들리면, 세상의 어느 적막한 해변에서도 파도의 끝은 끝끝내 떨리는 입술들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이 입술 구멍이 끝내 “막장까지 비춰 내는 푸름”이었습니다.
16.
  • 6 - 성동혁 시집 민음의 시 204 
  • 성동혁 (지은이)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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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 세일즈포인트 : 4,041
성동혁의 작품들은 그냥 ‘맑은’ 언어가 아니라 존재의 비극 속에서 ‘맑아진’ 언어를 획득하고 있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맑은 슬픔은 재생(再生)의 약효를 가진 액체처럼 슬픔의 얼룩을 지운다. 얼룩을 환한 부분으로 밝히는 그의 언어는 얼룩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얼룩을 가장 천진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생겨난다. 그의 시의 서랍을 열면 서랍이 길 것이란 예감을 하게 된다. 그것은 그가 실존적 슬픔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로 끌고 가려는 시적 의지와 새로운 시작을 매번 해낼 수 있는 어린이의 내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조금 망설이고 있는 듯도 하지만, ‘투명한 서정’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적 힘과 매혹이 그의 시에서 이미 발아하기 시작했다고 나는 느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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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문체의 수준에 도달한 황홀한 비문.
18.
성(聖)과 성(性). 김상혁은 그 사이를 건너갈 영혼의 계단이나 구원의 사다리를 미적으로 건설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고양되지도, 저 세계에서 이 세계로 버림받지도 않는다. 그것은 한 몸의 적나라한 문제이고, 온몸의 뜨거운 실재적인 사건이다. 그것은 김상혁의 시가 드러내는 ‘신앙의 체위’, 그것은 얼굴을 어둠에 묻은 ‘신앙의 후배위’로 엎드리며 일어선다. 그 동작에서 숭고와 비밀과 기쁨과 고통과 빛과 그늘이, 거대해지는 느낌과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얽히며 전율한다. 신앙의 체위 안에서, ‘엎드리는’ 마조흐의 주체와 ‘일어서는’ 사드의 주체가 동시에 발생한다. 이상(李箱)이라는 미적 전통에서 작동하는 거울의 장치를, 그 거울의 도움과 간섭을 물리치면서, 그는 정신분석의 커튼을 찢고 몸의 무대를 드러낸다. 이 사람을 보라. 거울을 깨고 이 몸을 보라. 눈이 없는 뒤통수, 검은 물결 같은 머리카락, 한겨울의 계곡 같은 등짝, 바닥으로부터 환하게 떠오르는 엉덩이……. 울음을 틀어막듯이 엎드린 당신은 슬픔을 봉인한 몸, 이 몸에서 어떤 슬픔도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아, 아……. 슬픔을 누를수록 슬픔이 몰래 자라고, 비밀을 덮을수록 비밀이 몰래몰래 자라서, 어느덧 당신은 거대하다. 아, 아…….
19.
언어에게 옷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언어를 씻기는 방식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예술적인 다양한 ‘방법론’을 지워 버리는 ‘방법론’을 지닌 희귀한 시인이다. ‘그냥’ 말하겠다는 것이 미적 망각이 아니라 의지일 때, 그의 시학은 우리의 눈을 씻긴다. 그를 따라서 “놀라울 일이 없는데도 나는 놀란다”. 그에게 ‘낯설게 하기’는 기법이 아니라 세계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물의 침묵이 인간적인 목소리 너머에서 깨어나고 있다. 나는 ‘시’라고 말하고서, ‘시’라고 말한 것이 놀랍고 ‘시’가 놀랍다. 김수영의 말대로 “침묵의 한 걸음 앞의 시, 이것이 성실한 시”라면, 황인찬의 시를 두고 성실한 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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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유머는 여운이 길다. 그의 시적 아이러니는 생각의 꼬리가 길다. 그는 클릭, 클릭하는 듯한 스텝으로 돌아다니며 세계사와 해외 뉴스와 외국 소설과 여의도와 옆집을 동시다발적으로 접속시킨다. 이렇게 빗방울처럼 그어지는 이질적인 선분들은 허공을 유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살아 내는 현실을 진동시키며 의문투성이로 부글거리게 만든다. 낯선 것이 낯익은 것에 닿고, 가장 낯익은 것이 가장 낯설어지는 순간을 그의 시는 체험하게 한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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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한국문학사의 산정(山頂)이 높아졌습니다. 『산정묘지』에서 차고 맵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강한 영혼들, 이를테면 벼랑 끝에 몸을 두고 내려오는 길을 부숴 버린 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세상의 길을 끊어 낸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그리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그리움은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켰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의 어느, 어느 골목에서 지금 막 도착한 초대장을 뜯어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마중 나가야 할 시간은 그렇게 세상의 길 속으로 찾아왔습니다. 『고요로의 초대』는 그 시간의 이름이며 주인의 옷매무새며 손님의 발걸음이며 그 모든 나의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그리워했습니다. 문득 나는 내게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그의 시집을 읽은 오늘 밤이라면 조금 더 뒤척이면서 나는 내 손을 잡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면은 영혼의 시달림이면서 보살핌입니다. 세상의 장터에서도, 불면의 침상에서도 고요의 문을 두드리는 영혼을 가졌으므로 나는 나의 이상(以上)이며 자연입니다. 새로 도착한 그의 언어가 우리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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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엇보다도 ‘촉’이 좋다. 그의 세계와 문체는 섬세한 촉수의 언어에서 나온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 조금씩 변해 가는 것, 약간 틀어진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까지 그의 예민한 촉수는 감지한다. 그의 시는 새로운 과거와 오래된 미래의 시간을 보여 준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자신을 듣는 귀 안쪽”과 같은 공간 속으로 우리를 문득 데려다 놓는다. 그 섬세한 촉수의 언어가 파열되면서 알 수 없는 광기의 속력이 문장을 사로잡을 때 의식 이전, 지각 이전의 세계가 솟아오른다.
23.
  • 은교 
  • 박범신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년 7월
  • 16,500원 → 14,850 (10%할인), 마일리지 820원 (5% 적립)
  • (353) | 세일즈포인트 : 11,817
이 모든 이야기는 은교의 하얀 손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리막대를 쥐고 설탕물을 휘젓는 그 작은 손이 사랑의 폭풍을, 죽음의 회오리를 일으켜도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은교. 은교는 알았을까요? 폭풍의 노래가 사나워지고 있다는 것을. 그날 밤 나의 당나귀가 살인기계로 변했다는 것을. 은교는 나의 심장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속삭입니다. 할아버지의 노트는 스스로 불꽃을 일으켜 타버렸어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안녕.
24.
언니라는 말은 비밀을 나누는 암호다. 은밀한 내부에 시인이 붙인 이름이 ‘언니’다. ‘언니’는 “밖에서 안으로” 발화된다. “축축하게 썩어 들어가는 안쪽”이 언니라고 불리며, “축축한 냄새들”과 그런 냄새를 피우는 “버섯들”이 ‘언니’라고 호명된다. (……) 아, “안쪽이 버섯 모양으로 뒤집어”진다. 그것은 ‘안’이 ‘밖’이 되는 순간. 이때, “성에 낀 202호 창문을 언니라고 부르”자. 안쪽이 뒤집어진 버섯 언니, 언니라는 창문을 좀 열까? 언니는 나의 가장 안쪽에서 저 바깥을 환기한다. ‘언니라는 말의 내부’는 외부를, 타인을 창문처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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