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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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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러나 어떤 천재가 노동 계층에서 틀림없이 존재했던 것처럼, 여성에게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입니다. 이따금 에밀리 브론테 같은 소설가나 로버트 번스 같은 시인이 밝게 타올라 그 존재를 입증합니다. 그러나 분명 그 천재성은 글로 옮겨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마녀, 악마에 사로잡힌 여자, 약초를 파는 현명한 여인, 또는 어느 탁월한 남성의 어머니에 관해서 읽게 될 때, 우리는 잃어버린 소설가나 억눌린 시인, 즉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브론테에 필적할 만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그 재능으로 인해 고통받고 제정신을 잃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길거리를 방황하거나 황무지에서 발광하여 자신의 머리를 부숴 버린 무명의 말 없는 작가를 추적할 만한 단서를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방>
그러나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든지 간에, 그 빛줄기가 은빛 손가락으로 자기 뇌의 닫힌 관을 어루만지듯이, 그 관이 터지면 즐거움이 밀려들기라도 할 듯이 매료되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빛줄기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행복, 절묘한 행복, 강렬한 행복을 경험했다. 빛줄기는 햇빛이 사라지면서 거친 파도를 더 밝은 은빛으로 물들였다. 바다의 푸른빛이 사라지면 그 빛줄기는 굽이치면서 솟아오르고 해안에 와서 부서진 맑은 레몬빛 파도에서 뒹굴었다. 그러면 그녀의 눈에서 희열이 터져 나오고, 순수한 기쁨의 물결이 그녀 마음의 밑바닥에서 전속력으로 퍼져 나갔고, 그녀는 느꼈다. 이걸로 족해! 더 바랄 게 없어!
<등대로>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백 년 정도 살게 되고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와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자기만의 방>
천국은 그들과 맞닿아 있었고, 새들은 그들을 통해서 노래했다. 더욱 흥미롭게도, 램지 씨가 다가갔다가 물러나고 램지 부인이 제임스와 창가에 앉아 있고 구름이 흘러가고 나뭇가지가 휘는 것을 보면서 릴리는, 삶이란 사람들이 제각기 겪는 사소한 사건들로 이루어졌지만, 물결과 더불어 사람을 들어 올렸다가 해안에 부딪혀 함께 내던져지는 파도처럼, 소용돌이치는 그 사건들이 전체를 이룬다는 것 또한 느꼈다. <등대로>
교회당에서 울리던 오르간과 도서관의 닫힌 문을 생각했습니다. 잠긴 문밖에 있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를 생각했고, 어쩌면 잠긴 문안에 있는 것이 더욱 나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성(姓)의 안정과 번영, 다른 성의 가난과 불안정을 생각했고, 작가의 마음에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마침내 그날의 논의와 인상들, 분노와 웃음과 함께 그날의 구겨진 껍질을 말아서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 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푸르고 광막한 하늘에는 수 천 개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불가사의한 사회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든 채 수평으로 엎드려 아무 말이 없었지요. <자기만의 방>
그녀는 그림을 보았다. 어쩌면 그림이 답일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가 지나가고 사라진다는 것,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이 그림은 다락방에 걸리겠지만.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은 둘둘 말려서 소파 밑에 처박힐 거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그림에 대해서도, 그건 사실이야. 이처럼 휘갈겨 놓은 것에 대해서도, 어쩌면 실제의 이 그림이 아니라 이 그림이 시도했던 것에 대해서, 그것이 "영원히 남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등대로>
누군가가 어느 순간에 어떤 재능의 가치를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가치들은 변화할 것입니다. 백 년이 지나면 이 가치들은 완전히 변하겠지요. 더욱이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집 문 앞에 이르러 생각하던대,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둘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한때 자신들에 허용되지 않았던 모든 활동과 힘든 작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아이 보는 여자는 석탄을 운반할 것이고 가게 주인 여자는 기관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자기만의 방>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무척 중요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후에야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그제야 누구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녀는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고, 홀로 있을 수 있었다. 이따금 필요하다고 느꼈던 건 바로 그것이었다. 생각에 잠기는 것. 글쎄, 생각에 잠기는 것도 아니었다. 말없이 있는 것. 홀로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면서 반짝이고 시끌벅적하다가 흩어져 버린다.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20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궈놓은 선구적 페미니스트. 1907년 블룸즈버리 그룹을 형성하여 화가 덩컨 그랜트, 경제학자 J. M. 케인즈, 소설가 E. M. 포스터, 후에 남편이 된 레너드 울프 등과 문화와 사회에 대한 폭넓은 주제로 모임을 가지면서 울프는 세계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지성인으로 떠오른다. 1915년에 첫 작품 『출항』 간행 이후 『제이콥의 방』(1922)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세월』(1937) 등의 소설과 페미니스트에세이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1929)을 출간했으며 많은 평론과 에세이, 작가의 내면 풍경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여러 권의 일기를 남겼다. 울프는 그동안 남성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된 질서를 뛰어넘어 단순히 여성 해방의 차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간 해방의 깊은 문학을 지향했다. 아울러 이성적 언어 이전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서 죽음의 문제만큼이나 삶의 심연에 천착해 깊고 다양한 문학 세계를 이루었다. 열세 살이 되던 1895년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처음 신경증 증세를 보인 후 수차례의 정신 질환과 자살 기도를 경험한 버지니아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 - 이벤트 기간: 4월 13일 ~ 도서 특별판 소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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