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히트 프롤로그

cover


0화. 프롤로그


“불과아아앙!!”


청량리역에서부터 미친놈처럼 쫓아오는 녀석이 부르짖는 건, 다름 아닌 내 이름이다.

불광(佛光).

평범한 이름이 아니다 보니,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서울 지하철역 이름 중에…….


3호선 불광역 할 때의 불광.

그래. 내가 그 불광 맞다.

그리고 이름이 이상한 건, 지금 내 뒤에 있는 놈….


“거기 서라!!”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1호선의 청량(淸涼)도 마찬가지다.


“우왁!”


콰아앙!!

청량이 휘두른 방망이가 콘크리트 바닥을 깨부쉈다.


“감히 겁도 없이 1호선 구역에 들어오다니….”


어깨 위에 걸친 방망이에서 푸른 기운이 흉포하게 일렁거렸다.


“무사히 돌아갈 생각은 마라.”

“야, 나도 굳이 네 구역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어. 의뢰 때문에 어쩔 수 없던 거지. 그냥 좋게 넘어가자.”


청량이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되겠냐?”

“그럼, 괜히 말 걸지 말고 덤벼!”


말 끝나기 무섭게 청량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들었고, 온몸에 두른 푸른 기운이 사납게 솟구쳤다.


“허세 부리지 마라, 불광!!”

“허세 아닌데.”


이쯤 되면 알겠지만, 우린 사람이 아니다.

지하철역을 담당하며 그 주변 땅을 수호하는 정령, 토령(土靈)이다.


“아오, 바쁘니까 좀 비켜!”


토령은 자신의 이름에 뿌리를 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명의 어원이나 유래, 또는 그 지역의 이미지를 토대로 한 능력.

능력을 사용하는 토령의 싸움이라고 해도, 사람의 그것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피하고, 때리고, 피하고, 때리고.

그렇게 덜 맞고, 더 때리다 보면.


“으아아! 진짜 싸움 X같이 하네!”

“어, 극찬 고맙고.”


뻐억!

1호선 토령 하나 처리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물론, 그것도 나처럼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거지만.


“그럼, 다시 일하러 가보실까.”


귀찮은 추격자를 처리하긴 했지만, 아직 할 일은 남아있었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휘경동 316-1에 있는 것을 가져오기.』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의뢰다.


“아니, ‘있는 것’을 가져오라는 게 대체 뭔 소리냐고.”


이곳은 1호선의 영역. 한가롭게 투덜거릴 시간은 없었다. 언제 바닥에 널브러진 청량이 깨어나 지원을 요청할지 모를 일이니까.


“근데… 여기 맞아?”


이런 게 여기 왜 있는가 싶을 정도로 동떨어진 곳에 홀로 세워진 폐건물.


“……뭐야.”


아무것도 없었다.

출입문 한 개와 벽이 전부인 직사각형의 공간. 창고라면 창고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뭐 하나라도 있는 게 없었다.


“하하… 개고생하면서 왔더니 허탕이네?”


적진에서 깽판까지 쳤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푸확!

끌어올린 마력에 달아오른 공기가 아지랑이를 피워내며 시야를 뒤흔들었다.


“엿 같네, 진짜!”


열기를 머금은 주먹이 벽을 강타하자, 폐건물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연이은 주먹질에 박살이 나던 벽이 결국 무너져 내린 순간.


파직!


“엥?”


파지지직!!

사방에서 푸른 불티가 날아오르며, 공간이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봉인이야?”


마력에 반응하는 봉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무언갈 숨길 때 사용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무슨 대단한 물건을 숨겼길래 봉인까지 걸었을까.


파지직!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불광의 눈앞에, 드디어 이곳에 ‘있는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냐, 넌.”


어리둥절한 눈으로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그것은.


“누구세요.”


조그마한 여자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