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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얼굴들 피라네시 일생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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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뒤의 이야기"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 / 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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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는 "내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라고 말했다. 인간사, 짧은 말로 단정 지을수록 오해는 짙고 이해는 멀다. 3년, 5년, 무기징역... 숫자로 결론 내리는 것이 법이지만 피해와 가해, 선과 악, 정의, 시스템의 빈틈, 환대나 희망 같은 것을 설명하기에 숫자는 너무 짧고 차갑고 딱딱하다. 숫자 안에 담지 못해 흘러넘친 이야기를 박주영 판사가 모아 이 책에 담았다.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이들, 동반자살을 모의했다가 살아나서 자살 방조죄로 잡혀 온 이들, 성범죄 가해자의 변호인에 "합법적" 2차 가해를 당하는 피해자, 교화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낙후된 소년원에서 어두운 미래를 기다리는 아이들. 축약된 단신 한 줄로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박주영 판사는 한 명 한 명의 주변을 거닐며 우리가 함께 답해나가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영원히 완성형일 수 없는 법이 향해야 할 지점을 같이 고민해 보자고 손 내미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긴즈버그 대법관이 한 시대를 견디며 개인이 부조리한 세상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줬듯, 나는 한 사회도 그런 시대를 건너가기 위한 올바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불의한 세상에서 홀로 싸우는 개인을 방치하지 않는 것, 단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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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휴고상 최종후보! 환상의 공간, 아름다운 모험기"
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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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피라네시'의 일기이자, 기억을 잃은 그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이다. 피라네시가 살아가는 공간. 그곳은 무수히 많은 방과 복도가 이어져 있고, 벽에는 거대한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다. 집 안에는 바닷물이 사방에서 흐르고, 하늘에는 태양과 달과 별들이 빛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살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피라네시의 일과는 나름대로 규칙적이다. 식량과 연료로 사용할 해조를 찾아 말리고, 낚시를 하고, 무한히 펼쳐진 방들을 답사하고, 매일 가볼 수 있는 만큼 멀리 탐사를 떠나 그날 있었던 일들과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기록한다. 마치 마법으로 건설된 듯한 세계, 이곳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피라네시는 왜 기억을 잃고 혼자 이곳에 남겨진 걸까.

책의 초반부에서는 독자도 미지의 세계를 막 인식하는 피라네시와 같은 처지에 놓여 혼돈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피라네시가 조금씩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해감에 따라 마치 최면에 빠지듯이 그 광활한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독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김보영 작가가 "아름답다.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오랜만에 현실을 온전히 떠나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고 말하며 함께 읽은 소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달이 북쪽 셋째 홀에 떴을 때 나는 아홉째 현관에 들어가 세개의 밀물이 합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추천의 글
아름답다.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오랜만에 현실을 온전히 떠나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 실체를 가진 환상의 공간. 생명력이 넘치는 인공의 건축. 그러기에 홀로 고립되어 있어도 충만하고, 세상이 나와 함께 하니 그것으로 다 좋다는 감각. 나는 책을 덮은 뒤에도 며칠이나 시각적인 환영에 빠져 있었다. 수재나 클라크는 고대의 장인처럼 웅장한 전당을 설계하여 당신을 던져 넣는다. 이 세계는 전체가 건축이며 미궁이다. 당신은 책을 펼치자마자 과거도 미래도 다른 삶도 없는 신화의 주인공처럼 미로를 탐사할 것이다. 곧 작가가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겠지, 하는 기대가 한껏 커질 무렵, 해답 대신 미스터리가 해일처럼 덮쳐든다. 그때마다 당신은 놀라 기록을 뒤지고 날짜를 세고, 지나온 곳을 반추하며 미스터리를 풀려 애쓸 것이다. 진실이 연이어 뒤집히고 자신과 모두를 의심하는 아픔 속에서도, 오직 세계의 아름다움만이 그대를 위로하리니.
- 김보영 (소설가)

몇 달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거의 매일 이 책을 생각한다.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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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괴로움을 억지로, 결국 별안간 브로콜리가"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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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나는 휴대폰을 확인해 두 개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남자 친구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초장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은, 우리가 아는 그 브로콜리다) 되었다는 것과 안필순 할머니 댁의 말자(회색앵무)가 죽었다는 것. 초현실적인 소식과 일상적인 소식이 교차하며 그렇게 '이유리 유니버스'는 시작된다. 브로콜리가 된 손을 어떻게 해야 하지? 호들갑을 떨면 손에서 가루가 떨어지진 않을까? 괜히 내 오른손을 내려다보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당연하게 한 '세계관'을 독자가 납득하게 한다. "너무 많은 괴로움을 자꾸만 억지로 삼키다 보니 그 기관이 고장나서, 괴로움을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다 결국 어느 날 아침 별안간 브로콜리가"(101쪽, <브로콜리 펀치>) 되는 이 세계. 소설가 구병모, 박솔뫼의 추천처럼 묘하고 매력적이다.

<빨간 열매> 속, 유골함을 화분으로 만들어달라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자 식물로 다시 자라난 아버지가 이파리 흔들리는 소리를 내며 잔소리를 하는 세계. <둥둥> 속, 조금의 사심도 없이, 100% 이타적인 감정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아이돌팬의 '덕심'이 외계생명체의 연구대상이 되는 세계. 귀엽고 산뜻한 이유리의 우주를 지나며 다시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소설을 읽는 내내 브로콜리가 되지 않도록, 너무 억지로 참지 말라고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었다. 이 소설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친구들에게 이유리처럼 인사하고 싶다. "거봐요, 웃으니까 또 웃어지죠?"(158쪽, <왜가리 클럽>)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아버지는 자기를 화장하고 나면 남은 유골을 화분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리 젊었을 때도 고런 몹쓸 병이 종종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버얼건 고추가 되고 그랬지, 응. 그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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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을 쥐고 살 것인가"
일생일문
최태성 지음 /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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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심 질문을 쥐고 산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중요한 만큼 정하기도 쉽지 않다. 갈팡질팡 흔들리기를 그만두고 묵직한 중심을 찾고 싶다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큰별쌤 최태성이 역사 속 인물들의 질문을 모았다.

삼국 시대부터 민주화 운동까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았는지를 살펴보자니 겸허해지기도 동력이 전염되기도 한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 지으며 매번 감동 있는 역사 강의를 펼치는 최태성의 스토리텔링은 이번에도 빛난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역사는 수많은 이들의 경험이 가득 담겨있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해 우리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미래의 모습이 ‘이미’, ‘거의’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 걸어갈 길 위에서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뒤를 돌아보면 옛 사람들의 웃음과 울음으로 범벅이 된 든든한 이정표가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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