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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 기소영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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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천선란의 소설적 애도"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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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우연하고도 적절하게 소설적인 시점에 우리를 찾는다. 전쟁시대였을 2844년에 만들어져 사막에 정지되어 있던 로봇 고고는 인간인 '랑'에 의해 전원이 켜져 생명을 다시 얻었다. 랑은 인간답게 어느날 엔진이 꺼지듯 심장이 멎었고, 이제 고고는 '랑'이 가고 싶어 했던 과거의 바다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랑에 대한 애도를 시도한다. 이 애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고고는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을 여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고원 등지에서 조장鳥葬이 시작된 것은 것은 물과 공기가 부족한 환경 때문이리라 추측된다. 티베트에선 인간의 영을 하늘에 전달하기에 새를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고고는 인간인 랑이 다른 인간에게 했던 것처럼 랑의 몸을 사막에 묻었고, 인간의 그리움을 복사해 랑의 감정을 따라해보려 시도한다. 과거로 돌아가 푸르게 잎을 피운 나무를 보고 싶다는 인간적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으면서도 랑이 보고 싶어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를 향해 모래바람을 걷는 '나'. 애도의 여정에서 만난 인간과 로봇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며 고고는 그들의 사막과 나의 사막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10월은 이유 없이 갔다. 존엄한 작별에 대한 적절한 우화를 읽기에 적당한 11월의 첫 주, 천선란의 소설을 소개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랑의 엔진이 꺼졌다.

이 책의 한 문장
이태 전 사막에서 동료를 잃은 인간이 말했다. 동료는 전조 없이 쓰러졌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왜 죽었는지 알지도, 알아낼 수도 없는 채로 그들은 시체를 그곳에 두고 떠났다. 죽은 동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사막이 자연스럽게 그를 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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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영, 박경석 추천. 아픈 서울 이야기"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김윤영 지음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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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분들이 쓴 책은 바로 펴지 않고 책상 위에 잠시간이라도 둔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농도 짙은 경험에서 나온 좋은 문장을 맞이할 준비와 마음 아픈 진실들을 마주할 준비. 13년차 반빈곤활동가 김윤영이 쓴 이번 책 역시 깊고 아린다.

경의선 숲길, 도원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길고 복잡한 이름을 단 번쩍이는 건물들을 지날 때, 그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을 떠올린다. 개발의 이름 아래 폭력적으로 몰려난 목숨, 생계, 온정, 삶... 삶. 김윤영은 미디어에서 늘 폭력적인 패배자로 그려지는 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른다. 이름으로 불려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이웃이다. 그는 밝은 애정을 담은 눈으로 이들이 얼마나 보통의 삶을 살았었는지, 삶의 터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현장에서의 기억을 기록한다. 그리고 국가는 돈의 테두리 밖에 있는 국민을 얼마나 야만적으로 삶에서 몰아냈는지.

하나의 챕터에 하나의 장소, 챕터가 끝나는 장엔 과거나 현재 그 장소의 흑백사진이 크게 실려있다. 사진들이 나올 때마다 별안간 오디오가 차단된 듯 마음에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밀려오는 설움. 이 적막을 느낀 후로 서울은 보이는 대로의 서울이 아닐 것이다. 멋진 건물을 볼 때는 그 아래 깔린 삶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그간의 욕망이 어쩐지 징그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비관과 냉소에 빠지기 쉬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진하는 사람들은 꼭 나타나곤 했다. 이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다 보면 체념하거나 낙담할 새가 없다. 빈곤사회연대에서 만난 무수한 사람들 덕분에 별수 없이 나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 책에선 그렇게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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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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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공부 열심히 했지만 살면서 진짜 필요한 정보는 배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침에 잘 일어나는 법, 설거지를 물 튀지 않게 하는 법, 전월세 계약하는 법, 알맞은 생일 선물 고르는 법 같은 소소하지만 삶이 달라지는 정보 같은 것. 나아가 이별을 잘 받아들이는 법, 더구나 불의의 사고로 친구 또는 가족을 떠나보냈을 때 닥칠 일과 감정들에 대해선 질문조차 금기다.

지독한 방귀 냄새를 무기 삼아 남자애들을 공격했던, 유기견을 친구 집에서 대신 기르며 보살폈던, 행주 기 씨 무슨 파 종손 기소영은 없다. 이별이 너무나 기이하게 당도했다. 기소영의 친구들-채린, 영진, 연화, 나리, 호준-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장례식에 갈 수 없는지, 책상 위 국화꽃은 언제까지 두어야 하는지, 교실에서 기소영의 흔적이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지, 왜 아무도 '기소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지.

애도하는 법에 대해 알고자 한 적도 배움 받은 적도 없다. 그저 눈물을 흘리는 슬픔만이 애도의 전형이라 강요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 않음이 애도라 생각한 게 부끄럽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소영이를 추억하며 웃고 싶다. 소영이와 보낸 빛나는 순간들을 즐거움으로 남기고 싶다. 애도는 '무엇이든 하지 않음'이 아니라 추억하고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오래도록 이어진다. 슬픔이 전염병처럼 퍼진 세상에서 '기소영의 친구들'이 말해준다. "잘 보내줄 기회가 있으면 미안함보다 좋은 기억이 커질 수도 있"다고.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누군가와 영영 헤어지는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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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휩쓴 부동산 괴담의 전말"
이상한 집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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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이야기는 도쿄에 집을 마련하려는 지인의 상담에서 시작됐다. 매매하려는 단독주택의 평면도에 이상한 공간이 있어 찜찜하다는 것이다. 괴담을 사랑하는 오컬트 전문 작가 '우케쓰'는 즉각적인 호기심을 느껴 한 건축 설계사에게 주택 평면도를 보여준다. 그는 불안해하며 수수께끼의 공간 외에도 집 구조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문이 없는 공간, 이중문, 창문이 없는 아이 방, 비효율적인 구조.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설계사는 한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그것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였다. 우케쓰는 이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렸고, 이는 2020년 일본과 한국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그리고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우케쓰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연락해온 수수께끼의 여인, 도쿄의 '이상한 집'을 꼭 닮은 다른 지역의 집들, 이웃 주민들의 목격담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전에 공개됐던 이야기는 그저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뿐이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이것은 어느 집의 평면도다.

이 책의 한 문장
결국 독자가 어느 집인지 알아내지 못하도록 구체적인 지명과 집의 겉모양새는 숨긴 채 기사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보를 모은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의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이때만 해도 설마 이 기사 때문에 그토록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