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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X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당신에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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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세계사를 읽고 쓰는 마음이란"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870~1945
에밀리 S. 로젠버그 책임편집, 조행복.이순호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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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늘 당대사다. 역사의 시작부터 당대까지 다뤄서가 아니라, 당대에 쓰인다는 조건 때문이다. 당대의 이해, 시선, 필요, 욕망, 관계 등에 따라 세계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방향도 바뀌니, 오늘 세계사를 쓴다는 것은 앞서 말한 조건들을 층층이 쌓아올려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 만만찮은 과제에 도전한 주인공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 출판부와 독일의 C.H.Beck(체하베크) 출판사다. 기원후 600년 이전 초기 문명부터 1945년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까지 여섯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가까운 시간부터 먼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며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의존되는 오늘 세계의 특성이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임을 전하는 순서라 하겠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통에 무엇을 기록하고 돌아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대 세계에서, 오늘의 시사가 아닌 무려 세계사를 읽는 일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럼에도 인류는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지 않으려 역사를 남기니 재미난 일이다. 이렇게 재미난 일에 인류의 일원인 나만 빠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시리즈의 출발선에서 함께 첫발을 내딛길 기대한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한 문장
21세기 세계의 혼재 상황과 가변성을 조금이라도 감지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역사 인식이 필요함을 잘 알 것이다. 이 시리즈는 단선적인 역사 인식에 기초한 모든 인문학 논의에 맞선 ‘역사의 응수’다. 이 시리즈는 세계 현실의 복합적 맥락과 근원에 주목하면서 역사적 시간과 문명적 공간의 다차원성과 차이들을 감당하도록 자극한다. 지적 지평을 넓히고 현실의 역사적 근거를 살피려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당대의 세계사’를 내놓는다. 돌이켜보건대 ‘새로운 세계’란 항상 세계를 새롭게 인지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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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력한 변화의 기류들"
마이크로트렌드 X
마크 펜.메러디스 파인만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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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유행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거대한 흐름 즉, 메가트렌드인 경우가 많다. 그 대척점에서 제시된 마이크로트렌드는 '대세'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아직 이른 그들만의 리그지만, 그렇다고 마이너 리그로 폄하할 수는 없다. 작은 불씨가 언제 활활 타오를지 모르니 말이다. 거대한 강을 만든 것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지류다.

이 책은 본류에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며 흐르고 있는 50개의 지류를 탐사한다. '비혼족', '소셜 백만장자' 같은 익숙한 개념부터 '현대판 애니 오클리', '행복한 비관주의자'와 같은 낯선 키워드, '코리안 뷰티'처럼 반가운 트렌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대부분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몇몇은 우리 사회에서도 발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들이다.

평균과 통계를 바탕으로 제시되는 메가트렌드만을 바라봐서는 상황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세상은 더욱 복잡해졌고 작은 변화의 파급력 또한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본류의 수질에 영향을 준 지류는 대체 어디인가? 표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 섞인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를 읽어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한 문장
요즘 우리네 인생은 수십 년의 세월이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쫙 펼쳐진 아코디언과 같다. 젊고 패기 있는 독신의 20대 청년이나 연륜과 지혜를 자랑하며 곧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난 10년간 예상치 못한 변화와 새로운 마이크로트렌드가 싹튼 데에는 청춘과 노후를 보내는 방식이 이처럼 확대된 것이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마 앞으로 10년간도 그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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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토미히코의 게으르고 유쾌한 교토 판타지"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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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회사원 고와다. 평일엔 묵묵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엔 '이끼 낀 지장보살'을 자처하며 칩거한다. 그가 꿈꾸는 삶은 남쪽 섬에서 망고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의미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반면 교토의 명물 혹은 괴인 ‘폼포코(너구리) 가면’은 거리를 누비며 미아를 구해주거나 행패를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는 등 선행을 하며 바삐 지낸다. 생업은 따로 있는 듯하지만 그의 정체는 가려져 있다. 7월의 교토, '기온 축제'를 하루 앞둔 흥성흥성한 전야제의 날.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맞닥뜨리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한여름밤의 나태하고 거룩한(?) 대모험이 시작된다.

모리미 토미히코답게 이번 신작도 역시 교토 이야기다. 이 소설로 '교토 사람들이 가장 읽어주었으면 하는 소설'을 선정하는 제2회 교토책 대상을 수상하기도.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을 동경하여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게으름뱅이가 활약할 수 있는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교토의 여름밤을 활보하고, 헤매고, 만끽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놀랍고도 몽환적이며 게으르지만 정신없이 유쾌한 교토의 밤'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옛날 옛적. 그렇지만 대단히 옛날은 아니다. 교토 거리에 괴인이 나타났다. 그 녀석은 벌레 먹은 구멍이 뚫린 구제고등학교(1950년 이전 교육기관으로, 지금의 대학 교양과정을 담당했다) 망토를 두르고, 지팡이를 들고, 귀여운 너구리 가면을 썼다.

책 속에서
"이게 뭐지?"
고와다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 물밖에 없는 어항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발 너머로 하늘하늘 움직이는 빨간 물체가 보였다. 고와다가 멍하니 있자 빨갛고 화려한 물체는 발을 지나 방충망을 열고 다다미방으로 들어왔다. 금붕어처럼 새빨간 유카타를 입은 여자아이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간지럼을 태운 것처럼 끊임없이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이 어쩐지 께름칙했다. 그 여자아이가 다다미방에 들어오자마자 발 너머 논에서는 해가 완전히 저문 듯하다. 주변을 비춘 것은 태양의 빛이 아닌 어딘가에서 비쳐든 제등의 불그레한 빛이었다.
여자아이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고와다를 바라보았다.
"축제에 가는 거니?"
고와다가 묻자 여자아이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키득키득 웃는 주제에 고와다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볼이 뾰로통하게 부풀었다. 그 눈빛은 어른처럼 요염하다.
소녀는 뽐내듯이 고개를 들고 풉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 입가에서 빨간 것이 튀어나와 고와다 옆에 있는 어항으로 뛰어들었다.
어항 속에서 빨간 금붕어가 하늘하늘 헤엄치고 있다.
고와다는 어안이 벙벙했다.
"신기한 재주가 있구나!"
여자아이는 소리도 내지 않고 웃었다.
기온 축제 음악이 들렸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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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작가 이용한과 다섯 고양이의 명랑한 동거"
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음 / 꿈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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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출간 직후 2011년 11월, 어느 한 카페에서 이용한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 당시 작가 앞에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길고양이들의 밥을 가끔 챙긴다고 고백했던 나는 약 1년 후 사랑스러운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입양했고, 현재 고양이 집사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이용한 작가는 그 후로도 다수의 길고양이 관련 도서를 꾸준히 펴내면서 행복한 '고양이주의자'로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

이번에 출간된 <당신에게 고양이>는 집고양이 랭보, 랭이, 루, 체, 니코에 관한 기록이다.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다섯 마리. 각 고양이마다 에피소드는 넘쳐나고, 지면은 한정적이니 고르고 골라 넣었을 것이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때로는 집사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고양이들의 다채로운 이야기에 역동적인 모습의 사진을 넉넉하게 더해 흥미롭게 구성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랭이의 슬픈 이야기가 등장해 가슴 먹먹하게 만들지만, 생강나무 아래에서 구조된 새로운 생명에 관한 소식으로 희망의 이야기도 전한다. 작가의 말처럼, 고양이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다. <당신에게 고양이>는 빡빡한 일상으로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가뜩이나 고달픈 인생을 살면서 고양이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어떤 날엔 그렇게 우울하게 앉아 있지만 말고 내 등이라도 쓰다듬으라며 나를 재촉했고, 어떤 날엔 무슨 걱정이 많아서 그렇게 한숨이냐며, 그럴 거면 어서 캔이나 따보라고 나를 다그쳤다. 의욕 없이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던 날엔 그렇게 의미 없이 밖이나 보지 말고 자기를 보라며 야옹거렸다. 내가 심심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주방의, 그릇을 밀어서 깨뜨렸고, 선반의 항아리는 떨어뜨리려고 있는 게 아니냐며 낙하 실험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