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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나날 쾌락독서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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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박준 신작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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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단 한 권의 시집과 단 한 권의 산문집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시인 박준의 시가 6년을 흘러 도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기억하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말들. 우리가 함께 한 일들. 우리는 (겨우)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을 뿐이)다. (<선잠> 中) 이 고요한 감정의 교류를 '겨우', '뿐이다' 정도의 말로 한정지어 과장하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로 언어는 사려 깊은 태도로 의중을 묻는다.

'보고 싶다'는 바람의 말도, '보았다는 회상의 언어도 아닌, '볼 수도 있겠다'로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는 조심스러움. 우리가 언젠가 함께할 수도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시인은 지나간 우리의 일에 안부를 건넨다. 봄의 우리,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을 마주 앉은 당신에게 묻던 내 심정.(<그해 봄에> 中) 여름의 우리, "당신은 어렸고 나는 서러워서 우리가 자주 격랑을 보던 때의 일".(<여름의 일> 中) 아직 장마는 오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는 그 철까지는 시일이 있어 우리는 계속 쑥국을 먹고 도라지 무침을 먹고 메밀국수에 동치미를 먹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이름' 같은 끼니를 함께 나누는 동안, 신형철의 발문대로 이 시가 '당신'을 돌보고 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곁을 떠난 적이 있다 당신은 나와 헤어진 자리에서 곧 사라졌고 나는 너머를 생각했으므로 서로 다른 시간을 헤매고 낯익은 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 시간과 공간 사이,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잔상들을 웃자라게 했으므로 근처 어디쯤에는 그날 흘리고 온 다짐 같은 것도 있었다

<우리들의 천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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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우린 잘못된 게 아닐까? 처음부터."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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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후미오. 여느 때처럼 헌책방에 들른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H전집'을 사고 만다. 전집의 속표지에는 표주박 모양의 장서인이 찍혀 있었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약혼녀 세쓰코의 부탁으로 후미오는 책의 전 주인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데…

작가 시바타 쇼가 서른 살에 자신의 대학시절을 담아 쓴 장편소설로, 1964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1955년, 혼란의 시대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생의 의미를 좇은 ‘청춘들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을 그렸다. 출간 당시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형철 평론가가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라고 다시 없을 추천사를 남겼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나는 그 무렵,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곧잘 헌책방에 들렀다.

추천의 글
“죽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질문이 사십 년의 세월을 건너 스무 살의 내게 도착했고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과 언어를 건네주었다. 이 도구들을 나는 아직도 사용한다. 물론 오래된 소설이다. 낡았다는 것은 아니다. 낡았다는 것은 극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한 남자를 죽게 하고 한 여자를 다시 태어나게 한 저 치명적인 질문을, 오만한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극복할 수 있는가. 전후 일본의 가치관과 부딪히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투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200쪽이 채 안 되는 소설 속에, 누구의 진실도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하는 법 없이. 소설이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십 년 전의 나는 감격스러워했다. 지금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 신형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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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독서"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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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책을 소개하다 보면, 재미있는 책을 권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책이 무엇일까 고민이 깊었다. 이번에는 다들 재미나다고 하겠지 싶은 책을 가져가도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니, 결국 재미나게 읽어야 재미난 것이지 재미난 책을 재미나게 읽는 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내 결론이 타당하다고 해서 당신이 재미나게 읽지 못해서 책이 재미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나는 늘 재미난 책을 소개하는 데에 실패해왔다.

다행히 실패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개인주의자 선언>의 문유석 판사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책을 읽었고, 재미가 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고, 책에서 의미를 얻었건 지적 성장을 얻었건 그것들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린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지금, 여전히 어떤 재미로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억과 기록을 모아 일종의 인생 독서력을 정리했으니, 당신이 이 책을 재미나게 읽건 재미없게 읽건 그의 독서는 여전히 재미날 게 분명하다. 이런 독서에는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재미난 책을 권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이 책을 권할 생각이다. 이 추천에도 실패가 없길 기대할 따름이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책 한 권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1만 피스짜리 지그소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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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재단장한 하루키 월드"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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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 출간을 맞아 직접 다듬은 <태엽 감는 새 연대기> 개정판이 새로운 번역과 표지로 국내에 소개된다. 소설은 고양이가 집을 나가고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 이후 아내 구미코가 자취를 감추면서 시작된다. 남편 오카다 도오루가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과 과오, 무자비한 역사로 인한 고통 등 폭력의 역사가 촘촘히 그려진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이전의 하루키는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청춘을 그린 작가로 인지됐지만,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의 성공으로 비로소 하루키에 대한 ‘진지한’ 비평이 쏟아졌고, <1Q84><기사단장 죽이기>등 후속작들이 세계적으로 현대 문학의 중요한 성취로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다.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이 세상이 얼마나 이상한 곳인지에 대해 정직한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묘함으로 가득한 이 소설 속 세계를 무사히 통과한 독자는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FM 방송에 맞춰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추천의 글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세상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태엽 감는 새 연대기>로 기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리라고.
- 이다혜(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