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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019
  • 소년이로
    편혜영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또다시 인생에 속아 넘어갔다"

    편혜영 소설집. 그의 열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이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7년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하기도 한, 후일 장편소설 <홀>로 다시 탄생한, <식물 애호>가 눈에 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 역시 불구의 몸이 되어 존엄을 잃은 남자. 속을 알 수 없는 장모는 불구인 그를 돌보는 데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활비가 필요할지를 말하며, 정원 한 켠 거대한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인생이 '마치 급발진 사고라도 난 것처럼 갑자기 속도를 높여 튀어' 나가는 순간을, 그 이후의 삶의 심연을 소설이 묘사한다.

    표제작 <소년이로>의 제목은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옛 말,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 앞부분을 빌렸다.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했던 다른 소년의 집이 순식간에 망하는 과정을 보며 느꼈던 마음 깊숙한 곳의 감정들을, 기어이 은폐하고 외면했던 어떤 순간을, 소년이 '늙는' 찰나를, 선택과 그 이후의 직시를 편혜영의 소설은 말한다. 별안간 맞딱뜨린 구덩이, 도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물어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순간들. 편혜영 소설이 만들어내는 독자적인 '분위기'가 새로운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표정훈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이 책의 소개는 인용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책 좋아하여 잔뜩 쌓아놓기는 해도 좀처럼 읽지는 않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조롱 받아야 할까? 아니다. 그런 사람도 책 표지만은 읽지 않겠는가. 표지에 실린 제목과 저자, 출판사 정보만 접하더라도, 표지 디자인과 장정(裝幀)을 감상만 하더라도 그 사람은 충분히 독서인이다. 독서 가운데 뜻밖에 보람과 유익이 큰 독서는 바로 ‘표지 독서’다.”

    도대체 누가 이렇듯 책 좋아하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썼나 싶어 살펴보니, 서평가이자 출판평론가로 정평이 난 표정훈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이렇게 그대로 옮겨적어 주변의 '츤도쿠'들과 나눠 읽으며 웃음과 눈물을 함께하고픈 글귀가 가득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책을 읽어볼 이유는 충분할 텐데, 이번 책의 매력은 지금부터다. 책을 읽는 사람이 등장하는 숱한 그림들을 떠올려보자. 그 그림 속에 등장한 책은 무슨 책이었을까? 바로 이 책에 그 답이 담겨 있다.

    물론 그림을 그린 작가가 아니니 정답은 알 수 없겠으나, 그 작가가 활약하던 시대의 역사, 그림에 담긴 주제, 인물의 직업이나 상황 등등 작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그 책이 무엇인지 혹은 그 책에 담긴 내용은 무엇일지, 그도 어렵다면 왜 그 책을 집어들었을지까지, 그림에서 시작된 각종 궁금증을 그간 읽어온 책을 바탕으로 풀어내는데, 그의 상상과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작가가 그간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왔을지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렇듯 책에서 새로운 그림이 이어지니 책과 그림을 오가는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지은이)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역사에서 길어 올린 화폐.금융의 모든 것"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는 경제경영 독자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다. <환율의 미래> 같은 베스트셀러는 물론, 주식과 부동산 분야에서 활발한 추천 활동을 이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드러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그가 역사를 전공했다는 것. 이후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으니 '돈'과 그 '역사'를 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이력이다. 사실, 인문학적 접근은 평소 그의 장기이기도 하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미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서 그의 이런 접근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다.

    책은 화폐 및 금융의 역사를 50가지의 다양한 사건으로 짧막하게 나누고 풍부한 도표들과 함께 경제 상식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된 책을 보고 있자니 돈은 참 많은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든 지난 역사에서든, 경제적인 이유에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참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경제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야기 속에 핵심 이슈를 모두 녹여낸 이 책은 경제가 어렵고 따분했던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경제 공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별의 계승자 5
    제임스 P. 호건 (지은이), 최세진 (옮긴이) | 아작 | 2019년 5월 "<별의 계승자> 시리즈 10년 만에 완간!"

    2009년 처음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뒤, 독자들의 성원으로 2016년 개정 출간된 <별의 계승자>가 드디어 5권의 시리즈로 완간됐다. 이야기는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유골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연대 측정 결과, 유골의 정체가 5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가 술렁인다. 원시 시대의 인류가 어떻게 달을 방문할 수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저명한 학자들이 총동원되어 토론을 거듭하고, 수수께끼가 차츰 풀려가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장정이 시작된다.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일본 최고 권위의 SF문학상인 세이운상을 세 번 수상하고,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기동전사 Z건담’ 등의 걸작 애니메이션에서 오마주한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1년 첫 출간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별의 계승자>가 계속해서 사랑받아온 이유는 과학소설의 주인공을 과학으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 권마다 조금씩 장르를 변주하며 펼쳐지는 과학의 향연을 즐거이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가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5.72019
  • 스킨 인 더 게임 Skin in the Game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은이), 김원호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행동하라,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자신감 넘치는 통찰로 독자들을 열광시켜 온 나심 탈레브가 또 하나의 대작으로 돌아왔다. <행운에 속지 마라>, <블랙 스완>, <안티프래질>, 그리고 이번 신작으로 이어지는 '인세르토' 시리즈에서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핵심 주제는 '함부로 재단하고 예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신작에서 탈레브는 '내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냐'는 의미의 은유적인 책 제목처럼, 어떤 상황은 그 책임과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만 다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탈레브는 아무런 책임도 없으면서 상황에 개입하는 사람들을 간섭주의자라 통칭하고, 그들이 초래하는 일상의 여러가지 불균형을 살펴본다. 그가 비판하는 간섭주의자는 좁게는 금융인과 경영자에서부터 넓게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 컨설턴트, 학자, 그리고 서평가까지를 아우른다. 한마디로 '지식인이나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내뱉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는 그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불균형을 만들고 그것이 누적되면 사회에 검은 백조가 출현한다고 꼬집는다.

    지식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현실 세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정치가, 사회가, 혹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책임 있는 자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이 책임 없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조언에 휩쓸려 가고 있진 않은지 책은 되뇌어 묻는다. 우리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책임을 다해 인생을 개척해 가야 한다. 때로는 큰 위험을 무릅쓸지라도 말이다. 탈레브가 독자들에게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닐까.

  •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
    루 버니 (지은이), 박영인 (옮긴이) | 네버모어 | 2019년 5월 "미국 4대 추리문학상을 석권한 미스터리"

    1986년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극장. 무장 강도가 직원들을 살해하고 돈을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생존자는 단 1명. 그로부터 한 달 뒤, 동생과 지역 축제를 방문했던 한 소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두 사건은 풀리지 않는 의혹만을 남긴 채 미제로 남는다. 그리고 2012년, 사립 탐정 와이엇은 거절할 수 없는 의뢰를 받고 오랫동안 애써 외면했던 고향 오클라호마시티로 향한다. 그 무렵, 실종된 소녀의 동생 줄리애나는 사건 당시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다시 도시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소설은 26년간 저마다의 비극 속에 갇혀 있었던 두 사람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 과거의 진실들에 조금씩 접근한다.

    2016년 "깊이 있는 통찰력과 아름다운 필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이자 인간의 기억에 대한 심오한 탐구"라는 평과 함께, 미국 4대 추리/범죄 문학상인 에드거.매커비티.배리.앤서니 상 최우수 작품상을 모두 수상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실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발생했던 두 사건을 모티브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비극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의 현재와 과거의 기억들을 통해 독자들을 오래된 진실을 찾는 여행으로 초대한다. 잘 짜인 플롯과 다층적인 서사, '기억'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메리 파이퍼 (지은이), 안진희 (옮긴이) | 위고 | 2019년 4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최선의 태도"

    무언가 풀리지 않고 답답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방법을 제안하는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누군가는 맡는 역할이겠으나, 심리치료사만큼 다양한 사람과 상황과 고민을 매일 나누며 사는 이는 드물 터, 수십 년 동안 내담자를 만나며 듣는 태도, 말하는 방법, 문제 해결과 실패의 과정을 경험해온 심리치료사 메리 파이퍼의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는 이제 막 심리치료사가 되려는 이를 염두에 두고 사계절에 걸쳐 편지를 썼다. 그가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만난 자신의 이야기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살피며 그 위에 그간 내담자와 나눈 경험을 더해, 결국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사람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고 반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전한다. 삶에서 숱하게 빠지는 고통과 혼란을 의미와 희망으로 만들어내는 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궁금하다면, 다행히 우리에게도 도착한 이 편지를 펼쳐보기 바란다.

  • 매미
    숀 탠 (지은이), 김경연 (옮긴이) | 풀빛 | 2019년 4월 "숀 탠이 그려내는 회색빛 세계"

    <빨간 나무>, <도착> 등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세계적 작가 숀 탠의 신작 그림책. 이방인과 난민 이야기를 다루었던 <도착>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차별과 소외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매미는 인간들과 함께 쉬지 않고 일한다. 17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맡은 일을 책임져왔지만, 매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무시당하며, 승진조차 할 수 없었다. 17년 동안 일한 회사를 떠나는 날, 매미는 회사 옥상으로 향한다. 무엇을 위해 그곳으로 향했을지, 간결한 글과 강렬한 그림을 통해 우리 주변의 '매미'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5.102019
  • 노무현 전집 - 전7권
    노무현 (지은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은이) | 돌베개 | 201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지만 세상은 그보다 급격히 변한 듯하다. 10주기를 맞아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에 펼쳐놓은 이야기를 한데 모아 전집으로 묶으니, 그가 꿈꾸고 바라던 세상과 오늘을 겹쳐보고 내일을 내다볼 계기로 삼아볼 만하겠다. 생전에 펴낸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부터 사후에 나온 자서전 <운명이다>까지 단독 저작을 모두 모았고, 그의 전 생애를 사진과 연보로 묶어 정리한 한 권의 책을 새로 더했다. 그의 뜻을 기리는 노무현재단이 전집을 펴내며 붙인 간행사로 소개를 대신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입니다. 노무현재단은 그 10년 동안 일어났던 우리 사회의 변화를 살피고 재단이 벌였던 사업을 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애도와 추모를 넘어, ‘사람 사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뜻을 시민과 함께 더 깊고 더 넓게 펼쳐 나가는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집을 펴내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중략) 노무현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노무현 전집>에서 그분의 삶과 철학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오늘도 핑곗거리를 찾고 있다면"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이 제시한 '작동 흥분 이론(Work Excitement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일단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의욕이 뒤따라 생긴다고 한다. 뇌의 측좌핵 부위가 흥분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행동을 멈추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하던 일을 계속 하게끔 작동한다는 것. 그러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하겠다. 뭐 어찌 되었든 간에, 시작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시작이 힘든 사람은 꽤 많은 것 같다. 시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 책이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간 것을 보면 말이다.

    저자는 다소 강한 화법으로 독자들을 채찍질한다. 다정하고 친근한 접근은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일 테다.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 또한 마찬가지로, 이러한 책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책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자책하는 습관을 버리고, 해보기도 전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또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들의 행동을 재촉한다. 책에 소개된 일곱 가지 시작의 기술을 익혔다면, 이제 일어나 움직일 차례다.

  •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허정윤 (지은이),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19년 5월 "아이들이 던지는 건 어떤 것도 먹지 마세요."

    동물원의 사자 레오는 말한다. '아이들이 던지는 건 어떤 것도 먹지 마세요. 설사를 하거나, 이빨을 다칠 수 있어요.', '비 오는 날에는 자유로움을 느껴 보세요. 사람들은 비 오는 날 드물게 찾아오니까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세요. 시멘트 감옥 안에 갇히면 성격이 난폭해진답니다.'

    우리는 동물들을 구경하러 동물원에 가지만, 정작 그곳에 진짜 동물은 없다.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이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채 시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자유를 빼앗기고, 본성을 다치고 혹사당하며, 구경거리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드넓은 초원을 꿈꾸며, 그제야 보여주는 레오의 미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동물원,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속마음, 진짜 동물을 만나는 그림책.

  •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세트 - 전2권
    김경후 (지은이), 유홍준 (원작), 이윤희 (그림) | 창비 | 2019년 5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출간됐다. 답사기 본래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10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매만져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전하듯 풀어나간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사진 자료와 섬세한 일러스트 또한 몰입도를 높인다.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등 신라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1권 신라 | 경주 편, 서산, 공주, 부여를 중심으로 백제의 문화를 만나보는 2권 백제 | 공주, 부여 편으로 구성되었다. 유물과 유적을 감상하는 방법부터 문화유산에 얽힌 역사 이야기까지 담아내 어린 독자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도록 돕는다.

5.142019
  • 깃털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은이), 박선영 (옮긴이) | 흐름출판 | 2019년 5월 "깃털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

    2009년 6월 24일 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16종 299마리의 새 표본이 도난당했다. 500여 일 후에 밝혀진 범인은 영국 왕립음악원의 플루트 연주자 에드윈 리스트.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은 낚시하던 중 우연히 그 기묘한 사건을 접하게 되고, 깃털 도둑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5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놀라운 범죄 다큐멘터리 한 권을 완성해냈다.

    깃털 도둑 에드윈 리스트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기, 월터 로스차일드가 세운 동물박물관 이야기, 19세기 말 여성들의 패션을 장악했던 깃털 열풍과 깃털 패션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자연보호 운동, 플라이 타잉의 세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속도감 있게 펼쳐 보인다.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과 파괴된 자연의 실체를 밝혀낸다. 가벼운 깃털 하나가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지 이 책이 증명해 보인다. 한 번 빠지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혹적인 논픽션.

  • 인류의 미래
    미치오 카쿠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김영사 | 2019년 5월 "<평행우주> 미치오 카쿠의 '인터스텔라"

    우주는 오랫동안 인류의 꿈이었다. 인류는 우주의 극히 작은 비밀만 알아냈으며 지구와 맞닿은 우주의 끄트머리를 경험해봤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꿈이 현실이 된다면, 아니 현실이 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행성 충돌이든 기후 변화든 인류가 더는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이곳에서 멸종하거나 이곳을 떠나거나 선택을 해야 할 텐데, 다시 물을 것도 없이 인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니,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챙겨 어떻게 떠날 수 있을지 상상이 아닌 현실로 고민해야 마땅하겠다.

    이렇듯 영화 <인터스텔라>의 상황을 머지않아 마주할 현실로 받아들이며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제안을 진지하게 전한 이는 <평행우주>로 잘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다. 그는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태양계 바깥뿐 아니라 성간 여행까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주인공 역할을 해낼 인류에게는 생명공학을 바탕으로 신체 개조를 요청한다. 인류의 미래를 지구에 묶어두지 않고 우주로 확장해 그려가는 그의 사고실험은, 결국 우주가 끝나도 결코 끝나지 않을 인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주보다 큰 인류의 이야기 앞에서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매력 아닐까 싶은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
    최숙희 (지은이) | 책읽는곰 | 2019년 5월 "그림책으로 '나눔'을 배우고 실천해요!"

    최숙희 작가와 굿네이버스가 함께 만든 나눔 그림책. '두루'는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 두루두루 나누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그런데 검은 숲에서 만난 산양 할머니가 어제부터 아무것도 드시질 못했다고 한다. 두루는 산양 할머니에게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을 끓여 드리기로 한다. 모두가 배불리 나눠 먹을 수 있는 죽, 모두가 행복해지는 죽,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을 끓이는 비법은 무엇일까?

    최숙희 작가는 나눌 마음이 있어도 쑥스러워서 좀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그림책에 담았다. 첫 번째 작은 시도는, 자신이 넘치게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일이다. 두루는 잔뜩 만든 딸기잼을 이웃과 나눈다. 다음으로 도전할 일은, 자신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베푸는 일이다. 두루는 아끼는 외투를 풀어 돼지 아줌마네 열두 쌍둥이에게 목도리를 떠 주었다. 이제 두루는 배고픈 산양 할머니를 만났을 때 자신 있게 말한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을 끓이자고. 나눔이 지닌 힘, 나눔이 불러오는 행복한 기적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김창완 (지은이),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5월 "노래하는 김창완 첫 동시집"

    가수, 연기자, 에세이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창완의 첫 동시집. 비눗방울 터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방귀 소리 같기도 한 제목부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2013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첫 동시를 발표한 이후, 동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해왔던 그의 작품 51편을 실었다.

    그는 세상을 마냥 순수하게 바라보지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나는 어른들이 언제 혼내는지 딱 알지", "용서가 한번 봐주는 거 아니에요?"처럼 솔직하게 써나간 문장들로 아이와 어른 사이의 경계마저 허물어버린다. 뜻을 해석하거나 정답을 찾을 필요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즐겨보자.

5.172019
  • 녹두서점의 오월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 서점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여섯 사람이 모두 5.18 유공자다. 당시 녹두서점을 경영하던 나를 비롯하여 아내 정현애와 처제 정현순, 남동생 김상집과 여동생 김현주 그리고 나중에 현주와 결혼한 엄태주까지 모두 5.18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 책은 여섯 사람 가운데 세 사람의 기록을 담았다. 39년이 흘러지만 여전히 몸서리치는 기억이고 고통스러운 복기이기 때문이다.

    녹두서점은 1977년 광주에서 문을 열었다.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제적당한 김상윤은 인문사회과학서를 학생과 시민에게 보급하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주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서점을 활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그가 5월 17일 예비검속으로 끌려가며 서점이 잠시 비었으나, 그의 아내 정현애와 동생 김상집 그리고 저항하는 시민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모이고 퍼져나갔다.

    세 사람이 각각 감옥에서, 서점에서, 거리에서 겪은 항쟁의 현장, 그리고 살아남아 내란 주동자, 폭도, 극렬분자로 겪은 항쟁의 현실, 더불어 여전히 5.18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며 끊임없이 써나가는 항쟁의 미래는, 녹두서점이 사라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5.18을 둘러싼 악의적 왜곡 역시 여전하고 당시의 폭압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때 그곳의 녹두서점을 오늘 이곳에 다시 불러올 이유는 충분하겠다. 5.18의 역사는 결코 끝나지 않겠지만 5.18의 상흔은 하루빨리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

  • 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지은이), 엄일녀 (옮긴이) | 문학동네 | 2019년 5월 "세라 워터스, 시대의 어둠 속 표류하는 청춘"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도처에 남은 1947년의 런던. 종전 후 '백지' 같은 나날을 보내며 '매 걸음 고심해 발 디딜 곳을 만들어 내고 있는' 여섯 사람의 삶이 교차한다. 시청의 피해 복구 지원 부서에서 일하다 환멸을 느껴 결혼정보업체로 이직한 헬렌, 전시에 구급대원으로 많은 부상자를 구했지만 트라우마로 거리를 헤매는 케이, 폭탄으로 붕괴된 건물을 모티브로 작품을 쓰는 추리소설가 줄리아, 전쟁 중 만난 연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비브, 병역 거부로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던 프레이저, 전쟁이 망가뜨린 친구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옭아맨 덩컨. 시대의 어둠과 무너진 도시의 잔해 속에서,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과 정체성을 고민하고 표류하며, 온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분투한다.

    <핑거스미스>의 작가 세라 워터스가 20세기를 배경으로 쓴 첫 소설로, 출간 당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좌절과 상실로 점철된 폐허에서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이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모습을 특유의 촘촘한 필치로 그려냈다. 1947년에서 시작해 1941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피폐한 현재를 낳은 과거의 사연을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의 먹먹함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워싱턴포스트에서 '흠 하나 찾을 수 없는 아름답고 정교한 작품'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 영어 그림책 공부법
    정정혜 (지은이) | 북하우스 | 2019년 5월 "원서 읽기가 되는 확실한 문, 영어 그림책"

    많은 부모가 아이 스스로 영어 원서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영어 실력이 늘어가기를 바란다. 아이의 영어 읽기 독립은 엄마표 영어로도 가능할까? 혹은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가 '혼자서 원서 읽기'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이미 영어에 거부감이 생긴 아이들도 영어와 친해지게 도울 수 있을까? 22년간 어린이 영어교육 현장에서 영어 수업을 지도해온 영어 전문가 정정혜는 '영어 그림책 읽기'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영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왜 '영어 그림책'이어야 하는지를 그동안의 경험과 영어 학습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효과적인 영어 그림책 활용법을 설명한다. 또한 고르고 고른 단계별 영어 그림책 300권과 각 그림책의 특징과 장점, 부모와 아이가 재미있게 읽고 응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모두 수록하였다.

  • 의외로 유쾌한 생물도감
    누마가사 와타리 (지은이), 타카모리 마쓰미 (옮긴이), 시바타 요시히데, 성기수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4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호랑이가 사냥에 성공하는 확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 플라밍고는 원래 분홍색이 아니다?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 누마가사 와타리 작가가 돌아왔다. 생물들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담은 독특한 도감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겉모습과 새롭게 알게 된 의외의 모습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일본에서 출간 직후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며, 재치 있는 소개에 유머러스한 일러스트가 더해져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라운 사실뿐만 아니라 크기, 먹이, 서식지 등 기본적인 정보도 놓치지 않고 알차게 담아냈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익숙한 동물부터 베럴아이, 클리오네 등 생소한 생물까지 100종 이상의 다양한 생물들을 소개한다.

5.212019

  • 테드 창 (지은이), 김상훈 (옮긴이) | 엘리 | 2019년 5월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신작"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가능한 모든 결과가 여러 갈래의 우주로 생겨나고 그 속에 사는 '나'와 대화할 수 있다면, 결정은 좀 더 쉬워질까? 생의 모든 순간이 기록되고 언제든 특정 기억을 검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할까?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17년 만에 출간된 이번 신작에서 테드 창은 특유의 상상력으로 인간과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이어간다.

    로커스상.휴고상.영국과학소설협회상을 수상한 표제작 '숨'을 비롯해, 20년 전후의 과거와 미래로 통하는 문이 숨겨진 바그다드의 공예품점 이야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등 아홉 편의 중.단편 모두가 보석처럼 빛난다. 전작에서 보여준 인간의 자유의지와 생의 의미, 언어의 기능에 대한 통찰이 한층 더 깊어졌고, 단정하고 우아한 문체도 여전하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의 틀을 쉽사리 전복하는 테드 창의 세계를 마주하며, 그 경이와 해방감 속에서 오직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떠올려 본다.

  •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지은이), 전병근 (옮긴이) | 어크로스 | 2019년 5월 "좋은 독자로 살아가고 싶다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는다. 그럴 때면 우선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거라며 수위를 낮추고는 실물로 펼쳐보는 책만 하루에 스무 권 남짓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내 탓은 아니라고 발뺌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늘 훑어보기로 책을 마주하다 보면 뇌의 읽기 회로가 바뀌어 공들여 찬찬히 읽으며 속속들이 파헤치는 ‘깊이 읽기’가 어색해지고, 그러다 보면 깊이 읽기가 불편한 일처럼 여겨져 시도조차 꺼리게 될지도 모른다니, 보는 거라고 하면서도 내심 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쩌면 영원히 마음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퍼뜩 겁이 났다.

    <책 읽는 뇌>로 '독서의 뇌과학'이란 독창적 장르를 개척한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의 분석은 나와 같은 개별 독자의 염려를 넘어 독자들이 이루는 공동체, 그곳에서 더불어 사는 삶까지 나아간다. 깊이 읽기에 따라오는 비판적, 반성적 사고와 상호 이해 및 공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읽기의 실패를 넘어 인류가 문명과 사회를 지속해온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뇌의 읽기 회로가 변한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다. 기존의 인쇄 기반 읽기 능력과 새로운 디지털 기반 읽기 능력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 읽기 뇌'는 오늘날 독서와 독자가 직면한 과제다. 다행히 지난 10여 년 이 일을 하며 후자를 꾸준히 연습했으니, 아직 '좋은 독자'로 살아갈 가능성은 충분하겠다. 다행이고 기쁘다. 좋은 독자로 살아갈 기회가 남아서.

  •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김민식 PD의 일상 여행의 기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PD가 돌아왔다. 영어와 글쓰기를 잇는 그의 새로운 화두는 여행이다. 평소 취미가 자기계발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의 관점으로 여행을 풀어낸다. 그가 들려주는 여행담은 잘나가던 드라마 PD였던 그의 이력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방송일 때문에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 것은 물론, 아버지와 밥을 먹다가 항공권을 예약하기도 했고, 아프리카로 훌쩍 배낭여행을 가기도 했으며, 노조 활동으로 징계성 발령이 나자 저멀리 남미로 떠나 버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에게 여행은 최고의 동기이자 보상이 되었다. 그러나 오랜 여행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무작정 떠나는 것만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삶에 지쳐 여행을 떠나지만 그러한 도피성 여행은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상의 작은 것부터 변화를 시도해보자고 말한다. 물론 여행을 통해서다. 그렇다고 당장 휴가를 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여행은 매일매일, 지금 이 곳에서의 여행이니까. 출근길을 자전거 여행으로 바꾸면서 즐거움을 되찾았다는 그는 이 책에서 여행이야말로, 여행이 곧 자기계발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다.

  • 대소설의 시대 1
    김탁환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5월 "쓰고 읽는 여자들의 시대"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등의, 영화로도 독자를 만난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가 돌아왔다.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임두는 비밀리에 궁중 여인들을 위해 23년째 대소설 <산해인연록>을 써서 혜경궁 홍씨에게 올리고 있다. 199권까지 잘 써오던 임두가 5개월째 200권을 쓰지 못하자 궁에서 김진과 이명방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한다. 작품엔 오류가 늘고, 작품의 결말을 기록해둔 수첩 '휴탑'을 잃어버리기까지 한 임두. <산해인연록>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까.

    혜경궁 홍씨, 몇몇 공주, 필사 궁녀 성덕임 등, 걸작을 원하고, 베끼고, 쓰고 읽는 여자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궁궐, 사대부 가문, 세책방마다 소설 애호가가 넘쳐나던 18세기 대 소설의 시대, 함께 모여 소설을 논하던 독자와 작가의 모임을 상상해본다. 소설로 쓴 소설사를 통해 호명되지 못한 소설 뒤 사람들을, 그들의 시대를 그려본다.

5.242019
  • 죽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 열린책들 | 2019년 5월 "베르베르 신작, 한 추리소설가의 죽음"

    "누가 날 죽였지?" 인기 미스터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잠에서 깬다. 신작의 첫 문장으로 삼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나서던 중,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고, 거울에는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갑자기 죽음을 맞아 영혼이 된 것이다. 영매의 도움으로 시신을 들여다보니 타살의 흔적이 발견된다. 항상 그를 질투하던 쌍둥이 형, 그가 다른 출판사와 계약했는지 의심하던 편집자, 매번 그를 신랄하게 깎아내리던 평론가 등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가브리엘은 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나선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추리 활극에, 창작 과정에 대한 고민과 출판계의 분위기 등이 녹아들어 있다. 주인공 가브리엘이 법학을 전공한 후 주간지 기자로 일하다 작가로 데뷔했다는 점과, 평론가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라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떠올리게 한다. 가브리엘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 '에드몽 웰즈'의 종손자로 설정되어, 매 장마다 백과사전의 본문이 소개되는 점도 또 다른 흥미 포인트다.

  •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지은이), 구세희 (옮긴이) | 부키 | 2019년 5월 "조직을, 사회를, 인생을 이끌어 갈 사람들에게"

    저자 존 헤네시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그런 그의 리더십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교수이자 공대 학장이자 총장으로, 이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서 에릭 슈밋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으로 활약 중인 그를 세계적인 리더로 부르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그가 존경받는 리더라는 점이다. 한 리더십 설문조사에서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밋을 제칠 만큼 그의 리더십은 두터운 지지를 받았다. 비결은 무엇일까? 그 무겁고 고독한 자리에서의 오랜 경험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처음부터 완벽한 스킬을 갖춘 리더는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관된 가치관을 키워 가는 것은 가능하다. 경영이나 인생에 있어 지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 책에서 그는 10개의 키워드로 리더십의 본질과 방향을 제시한다. 겸손과 신뢰, 용기와 혁신, 공감과 유산 등 그가 엄선한 덕목들은 조직과 사회를 위한 '헌신'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한다. 최근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와 장학 사업을 시작한 그는 헌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그의 여정을 응원한다.

  •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지은이) | 동아시아 | 2019년 5월 "미세먼지 프레임에서 벗어나라!"

    최근 몇 년 미세먼지가 끊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한국사회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관련 지표가 좋지 않은 날이면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서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먼지를 만드는 각종 요소들은 이전보다 더욱 심한 눈총을 받는다. 그런데, 그럼에도 마땅한 대책은 없고 이제 미세먼지를 일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차 자리를 잡는 요즘이다.

    저자 장재연 교수는 30여 년 전에 미세먼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연구와 환경운동 두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해당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미세먼지에 대한 과도한 공포, 이를 조장하는 언론과 전문가 집단, 오염을 예방하고 관리하기보다는 바깥으로 원인을 돌리는 정책 집단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미세먼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하고 검증된 대응 방법을 확인하며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핵심은 공기는 모두가 늘 마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지표에 대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일상의 환경을 바꿔가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하고, 피하고 막으려 노력하는 방향보다는 피하고 막을 수 없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근원을 바꿔야겠다고 태도를 전환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벗어난 앞선 도시들이 과연 무엇을 바꾸었는지 들여다보며 포기가 아닌 도전에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가 한국사회를 뒤바꾸었듯, 이를 되돌리려면 더욱 큰 결단과 변화가 필요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
    밥 엑스타인 (지은이), 최세희 (옮긴이) | 현대문학 | 2019년 4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독립 서점 이야기"

    따뜻한 감성의 BOOK SHOP 일러스트 표지, 독특한 판형이 일단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독립 서점 75곳에 관한 이야기를 짧은 에세이와 그림으로 담아낸 것이다. <뉴요커>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한 이 책의 저자 밥 엑스타인은 2년 동안 서점 주인들 및 서적상들과 인터뷰하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의 목록과 각 서점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모았다. 그중 '추천과 입소문과 사회적인 배경과 지역에 공헌한 바'를 기준으로 최종 75곳을 엄선하여 일러스트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도쿄의 헌책방 거리 '간다진보초', 오페라 극장을 개조해 만든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파리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물 위를 떠다니는 헌책방 '위드 온 더 워터', 영화 [유브 갓 메일]로 잘 알려진 '북스 오브 원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렐루 서점',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서점 '북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가 남편과 함께 운영했던 '먼로 북스'. 도쿄, 중국, 영국,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미국 등에서 각자의 개성과 뚜렷한 철학으로 운영하는 특색 있는 서점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책장을 넘기는 일이 설레면서도 즐겁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지어진 곳'이자, '충족된 혹은 미완의 꿈이 담겨 있는 곳'인 서점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품은 이 책은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책방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5.282019
  •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은이) | 은행나무 | 2019년 5월 "당신이 기다린 다정한 정유정"

    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 유인원 책임사육사인 진이는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인동호로 향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동물은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 함께 떠난 스승 장 교수는 그날따라 그 보노보에게 이름을 붙여주자는 제안을 하고, '지니'라고 명명한다. 지니의 이름을 읊조리던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한 교통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진이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청년 백수' 민주와의 거래를 통해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분투를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렸던, <내 심장을 쏴라>를 사랑했던 독자가 특히 반가워할 빛깔의 이야기일 듯하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숲'을 여행했던 작가가 연둣빛 다정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인생의 마지막 3일, 우리의 정신은 어디에 머무를 것이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스릴러가 아닌 판타지로 돌아온 이야기꾼 정유정. 나의 삶이 아닌 지니의 삶까지 함께 생각하는 다정함을 잃지 않은 인간다움으로,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눈부시게 삶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심보선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5월 "심보선 시인의 첫 산문집"

    시인이자 사회학자 심보선의 첫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는 작가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지면에 발표한 짧은 산문들을 가려 뽑아 한 권에 담은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산문들은 '글을 쓰는 시점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와 사유의 재료들을 버무려 빚은 결과물'이니, 한 가지의 일관된 주제보다는 개인적, 시대적, 사회적 이슈에 따른 다채로운 이야기들에 관한 것이다.

    시인 자신의 유년기와 시인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았던 집안 배경에 관해, 세상살이의 슬픔과 부조리에 관해, 인간의 영혼과 삶의 의미에 관해 '사회학을 하는 좌뇌'와 '시를 쓰는 우뇌'로 균형 잡힌 글을 펼쳐 보인다. 시인이 바라본 세계에 관한 기록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으나 어느 곳을 펴 보아도 무방하다. 곳곳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해 오래도록 마음이 머문다.

  • 고 온 Go On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은이), 조동섭 (옮긴이) | 밝은세상 | 2019년 5월 "더글라스 케네디, 예고 없는 희비극 속에 생은 계속된다"

    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도발하고 싸움을 벌이기 일쑤인 앨리스의 가족. 이들은 저마다 상처 입은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벽을 쌓고 있다.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이념에 심취해 세계를 떠도는 장남, 사고로 운동 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모든 의욕을 잃은 차남, 집 안에 갇혀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어머니, 자식들과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피해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을 갈망하며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는 것만이 탈출구라 여기는 앨리스. 그녀의 바람은 이뤄지는 듯 하지만, 예고 없이 몰아치는 각종 희비극이 삶을 흔들어댄다.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이다. 그는 “오늘날 서로 경멸하는 미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닉슨 집권기에 시작되어 레이건 시대에 완성된 ‘문화 전쟁’을 돌아보아야 한다. (...) 미국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시기인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라고 소설을 구상한 계기를 언급했다. 생생한 묘사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스피디한 전개와 의표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과 그 속에서 놓지 않는 유머까지, 흥미로운 소설이 갖춰야 할 조건을 고루 겸비했다. 인생의 행로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우연의 음악', 개인과 사회가 끝내 지니고 있는 '상처라고 느낀 적이 없었던 흉터', 이어지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찰나의 행복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 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긴이) | 문학동네 | 2019년 5월 "무라카미 하루키X안자이 미즈마루 에세이"

    하루키가 1995년 11월부터 일 년 한 달 동안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하루키 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1998년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동문선)라는 제목으로 국내 처음 소개되었고, 2007년 <비밀의 숲>(문학사상사)을 거쳐 문학동네 에세이 걸작선 <장수 고양이의 비밀>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독자들 곁에 남아 있는 이 책에는 <양을 쫓는 모험>을 출간한 뒤 집을 지을 생각으로 한 대형 도시은행에 대출받으러 갔다가 매정하게 거절당한 일을 시작으로, 학교 체벌 문제, 무초밥 벨트로 운영되는 이상한 회전초밥집, 탈모 문제, 고객 불만 편지 쓰는 법, 그리고 하루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달리기와 맥주, 고양이 '뮤즈'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루키식 유머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에세이들로 가득 차 있다.

5.312019
  • 사하맨션
    조남주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5월 "<82년생 김지영> 조남주의 '멋진 신세계'"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퇴락한 맨션이 있다. 국가는 오직 두 분류의 사람만 사람으로 대한다. 안전하고 부유하고 높은 삶의 질을 보장받은, 전문 능력이 있는 주민권 보유자. 2년 간만 머무를 수 있는,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에 종사하는 체류권 보유자. 그리고 그 바깥에 '사하'가 있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도경과 그의 누나 진경은 '사하맨션'으로 도피했다. 도경과 사랑에 빠진 타운 주민 '수'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도경이 사라졌다. 타운은 왜 존재하는 걸까. 소외와 배제, 고립과 단절. 발전과 성장 바깥에서, '사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거부당한 사람들의 스산한 미래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참혹하고 아름다운 상상으로, 성원권 바깥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가 상상한 '멋진 신세계'.

  •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 김영사 | 2019년 6월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명 연구의 실천편"

    <총균쇠>에서 시작해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로 이어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 연구는 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었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화가 왜 서로 다른지, 그 문명은 어떻게 유지되었고 붕괴했으며 때때로 살아남았는지를 탐구한 60년 연구의 통찰이 드디어 오늘의 세계에 이르렀으니, 국가와 사회가 눈앞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예기치 못한 외부로부터의 영향, 경제 혼란에 이은 정치 불안정, 크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누적되어온 문제의 발현. 핀란드와 일본, 칠레와 인도네시아,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는 각기 다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고 일정 부분 극복했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가 처한 커다란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조건과 과정을 열두 가지로 정리한다.

    본문에서 한국을 따로 다루지는 않지만 현재진행형 위기로 다룬 일본과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고, 위기 해결의 요인 열두 가지 중에는 한국 사회가 이미 경험한 바도 적지 않으니, 마지막 요인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이야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겠으나 첫 번째 요인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에서부터 차례차례 짚어가며 세부사항을 살펴본다면, 좀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고향옥 (옮긴이)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5월 "요시타케 신스케의 즐거운 미래 상상"

    '엉뚱하다', '기발하다', '유쾌하다' 요시타케 신스케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에도 엉뚱하고 유쾌 발랄한 작품으로 찾아왔다. 볼로냐 국제 도서전 라가치상 특별상 수상, 일본 모에(MOE) 책방 대상 4관왕에 빛나는 상상력 천재, 요시타케 신스케가 들려주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에는 무시무시한 일만 생길 거라는 소문을 듣고 걱정에 빠진 주인공.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걱정 말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떠올려본다. 날마다 소시지를 먹는 미래, 매주 토요일이 크리스마스인 미래, 잠옷만 입어도 괜찮은 미래.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꿈꾸는 대로 얼마든지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즐거운 미래를 꿈꿔보자. 무얼 상상하든 그것만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 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은이)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임경선 신작, 리스본에서 보낸 시간들"

    임경선 작가는 산문 <엄마와 연애할 때> <나라는 여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로울 것>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태도에 관하여>를 성실하게 집필해오며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담긴 산문의 세계를 단단하게 다져왔다. 이번 신작 <다정한 구원>은 열 살 무렵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보낸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그 시절의 나이가 된 딸 윤서와 함께 다시 리스본을 찾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산문이다.

    지난 늦여름, 아버지와 작별한 뒤 상실의 슬픔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어지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중, 유년 시절 리스본에서 보고 만지고 느낀 경험들을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어 딸과 함께 리스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버지의 빛나는 청춘이 서린 도시이자, 행복했던 유년기의 흔적이 깃든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님에게 느꼈던 실망과 서러움을 여과 없이 흘려보낸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테주강과 쨍한 햇살, 아침의 차갑고 투명한 공기, 발바닥으로 느끼는 둔탁한 칼사다 포르투게자의 촉감, 파삭파삭한 부겐빌레아 꽃잎, 어쩌다 한번씩 울리는 트램 경적,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이유 없는 온기' 작가는 리스본의 햇살과 공기와 풍경, 그리고 사람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를 극복하고, 위로받는다.

    여행기보다 애도와 회고의 기록에 더 가까운 이 책은 부모를 잃은 슬픔과 상한 마음을 솔직하지만 절제된 언어로 풀어놓는다. 리스본에서의 풍경과 시간 속에서 보낸 느슨한 행복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과 곁을 달리하는 이 책은 딸에게 보내는 축복의 말 한마디로 끝맺으며 각별한 여운을 남긴다.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임경선의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