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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019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은이) | 열림원 | 2019년 7월 "김애란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과 시간들"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 다수의 소설을 통해 단단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김애란 작가의 첫 산문집. 2002년 등단한 이후 17년여 동안 작가가 기록해온 원고들을 담은 이 책은 '김애란을 스쳐간 사람과 풍경과 사건', '김애란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과 시간'에 관한 촘촘한 기록이다.

    어머니가 20년 넘게 손칼국수를 팔고 8년 넘게 가족이 살았던 국숫집 '맛나당'의 추억과 국수 판 돈으로 세 딸의 학비와 방세, 생활비를 모두 대셨던 어머니의 이야기, 상경 후 처음 방을 구하던 날의 날씨와 방에서 보낸 시간과 풍경, 등단 소식을 처음 접했던 날의 기억,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펼친 서른다섯 살의 어느 날, 편혜영 작가에 관한 애정 어린 글, 그리고 문학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 때로는 나지막하게, 때로는 당차게 또 때로는 뜨겁게, 하지만 작가다운 따스함과 담백함은 유지하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로서의 김애란뿐 아니라, 학생이자 딸이자 아내, 시민으로서의 김애란을 한 권의 산문으로 모두 만나게 된다. 작가가 기억하고 싶어 적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 실패한 시간과 드물게 만난 눈부신 순간'들이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마음에 스며든다.

  • 항구의 사랑
    김세희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6월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첫사랑 이야기"

    <가만한 나날> 김세희의 어떤 첫사랑 이야기.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명문 여고에 재학하던 소녀들. 아이돌을 사랑했고, 칼머리를 유행시켰고, 팬픽을 읽었고, 같은 학교의 소녀를 사랑했다. "나는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왜 지금까지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라는 물음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부끄럽게 여겼던, 혹은 하찮은 것이라 확신했던 그 때의 이야기가.

    '그런 애들'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학교 연극부 대본을 쓰며 주연배우로 연기를 하던 '민선 선배'를 만나게 됐다. 선배에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어 애가 타고, 2년 후 함께 서울로 대학을 가 함께 살자고 얘기하며 보내던 시간들. 대학에 간 후 남자친구를 사귀고,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의 나에 대해 잊은 듯 어른이 된 나에게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묻는다.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한 여자아이가 내가 누구를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점차 알아가며 작가가 되기까지.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그 첫사랑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 산 자들
    장강명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6월 "자르고, 싸우고, 버틴다, 장강명의 한낮의 노동"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연작 소설.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3부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2010년대, 약자에게서 그가 약자가 된 이유를 찾아내는 데에 너무 익숙해진 이 시대의 노동 문제를 열 편의 소설로 서술한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알바생 자르기>,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현수동 빵집 삼국지> 등의, 발표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실렸다.

    외국계 기업 정규직인 '나'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표의 지시로 알바생 '혜미'를 잘라야 한다. 한 달에 165만원을 받는 그를 해고해야 하는 이 상황이 불편하지만, 권고사직이라면 위로금을 받아야 하겠다고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는 혜미의 '바른 말'에 어느새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른다. (<알바생 자르기> 中) 그룹에서 발행하던 잡지가 폐간하게 되며 잡지 팀 전원이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 직원들. 자신만 빼고 혼자만 '산 자'가 되어 이 자리를 빠져나갈까 눈치를 살피고, 버티는 서로를 미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대기발령> 中)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정말 미워해야 할 구조는 구름보다 높은 곳에 가려져 이제는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서로 싸우는 이들만 지상에 남아있다. 소설가가 되기 전 기자로 오래 글을 써온 작가 장강명은 정확한 취재,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로 우리 사회의 이 풍경들을 말한다. 작가는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라고 작가의 말을 썼다. 열렬하지 않은 문장들이 묘사하는 평범하게 멸시하는 날들의 세밀함이, 뜨겁지 않아 더욱 아프다.

  •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지은이) | 흐름출판 | 2019년 6월 "역사와 유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고고학자가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바로 무덤이다. 고고학의 연구 대상이 되려면 일단 삶에서 멀어져 땅에 묻혀야만 한다. 그곳에는 함께 살던 이들이 앞서 떠난 이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마음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고고학자는 이 시간의 꺼풀을 하나씩 열어가며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줄여간다. 고고학의 멋과 재미는 바로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상력이다.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시대와 지역을 살아간 이들이기에, 온전히 알 수 없음에도 더욱 알고 싶은 끌림 말이다.

    강인욱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지의 유적지 발굴에 참여하며 꿈을 이뤘다. 그곳에도 먹고 마시고 즐기던 사람의 흔적이 있었고, 그는 시간여행을 떠난 듯 오늘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이야기를 함께 펼쳐보이며 그때 그곳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과거는 고정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고고학은 매일 과거를 바꾸는 학문이다. 과거가 바뀌면 오늘과 미래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고고학이야말로 역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아닐까. 시간여행을 실천해보고 싶다면,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면, 무엇보다 오늘과 내일을 바꿔보고 싶다면, 그 해답은 고고학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다.

7.52019
  •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은이) | 생각의길 | 2019년 7월 "유시민, 도시의 말을 듣는 법"

    도시는 사람이 모여 생겼고 지금도 사람이 끊임없이 오가기에 도시로 남아 있다. 도시는 늘 열려 있지만 그곳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차갑고 낯선 곳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곳을 찾는다. 자신과 비슷한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흔적과 기억을 마주하기 위해서 혹은 언젠가 그곳을 찾을 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어서.

    유시민 작가는 도시가 전하는 말을 알아들으려 애쓴다. 오늘의 도시가 직접 전하는 말뿐 아니라 도시의 시간과 배경에 담긴 작고 희미한 이야기까지 마주하려 노력한다. 도시의 텍스트를 온전하게 마주하려 책과 자료를 뒤졌고, 그 위에 자신의 감흥을 더하려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도시의 목소리가 들리려는 즈음 아테네에서 시작해 로마와 이스탄불을 거쳐 파리에 닿은 그의 첫 번째 여행은 막을 내린다. 다행히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으로 곧장 이어진다니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커진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라지만, 이 여행은 길고 길게 이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은이) | 창비 | 2019년 6월 "2019 젊은작가상, 박상영 연작소설"

    "모두 같은 존재인 동시에 모두 다른 존재"인 30대 초반의 작가 '영'이 있다. '아름다운 서울시티'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찾아다니며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고 있다. 그에겐 때론 20대 초반 만나던 '운동권 형'이 있고, 때론 잠실의 본가에서 함께 살던 엄마를 견딜 수 없어 독립한 사연이, 또 때론 개를 잃어버린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등단한 사연 등이 있다. 이 사연들은 박상영의 전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연결하는 점 같은 몇 개의 힌트가 된다. 박상영의 이러한 재치는 소설이란 무릇 '픽션'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한다. 작가 박상영을 연상시키지만 절대 박상영이 아닌 가상 인물, 모두 같지만 모두 다른 존재인 '영'의 대도시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도감이 손 끝에 붙는다.

    끝없이 실패하지만 대도시의 젊음은 여전히 사랑을 믿고, 다시 사랑을 시도한다. 언제부터 연애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게 연애를 시작하고, 연애가 끝나가는 걸 알아챘으면서도 '못생기고 귀엽고 가여운' 연인의 성공을 빌며 이별하는 이야기. 냉동실 속 블루베리를 긁어먹으며 보라색이 된 손 끝을 발견하는 고독한 밤. 활달하고 사랑스럽고 재치있는 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청춘을, 사랑과 이별을 모두 그저 지켜보고 싶어진다. 퀴어 소설 네 편을 엮은, 2019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박상영의 연작 소설집. 젊고 대담하고 세련된 이야기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 성공의 공식 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은이), 홍지수 (옮긴이)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6월 "과학으로 밝힌 사회적 성공의 비밀"

    세계적 과학자가 성공의 비밀을 파헤친다. 동료 물리학자, 컴퓨터과학자와 함께 수년 동안 인간의 업적에 대해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확보한 후 계량적 과학 도구로 이를 분석했다. 주인공은 21세기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링크>의 저자 바라바시다. 복잡계 연구의 대가인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연결'이다. 그는 성공 역시 사회적 맥락으로 풀어낸다. 요컨대 개인적 성공과 사회적 성공은 다르다는 것. 책은 개인적 성공을 성과 혹은 성취라는 말로 대신하며, 성공은 사람들이 우리의 성과에 어떻게 반응하지는를 측정하는 '집단적인 척도'라 규정한다. 우리가 이룩한 성취가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같은 업적을 내고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라바시는 다섯 가지 공식을 통해 독자들이 성공의 집단적 특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인맥 혹은 다른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중요성, 성과와 성공 간의 불균형과 성공의 관성, 우선적 애착 혹은 개인적 선호의 영향력, 협업과 스포트라이트의 문제, 그리고 성공의 타이밍을 다룬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 '성과'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노력 없는 성과, 성과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 그는 성공을 운에 맡기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책에 소개한 기본 법칙들을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공히 이용하라"고 주문한다. 그리하여 성공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바라바시가 성공의 공식을 연구한 까닭이자 이 책이 널리 읽혀야 하는 이유라 하겠다.

  • 잃어버린 책
    서지연 (지은이), 제딧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버스에 책을 두고 내린 용미는 단짝 한나와 함께 분실 책 보관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둘을 맞이한 건 <샬롯의 거미줄>의 윌버,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비버 등 책 속 주인공들. 용미와 한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찾지 않아 잊히면, 재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주인공들을 구하기 위해 책의 마녀를 찾아 나선다.

    책의 위기를 매력적인 판타지로 풀어냈을 뿐 아니라,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을 담아내 어린이 심사단 100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진짜 '나'에 대해 고민하던 아이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 지닌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7.92019
  • 공부의 미래
    구본권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정재승 추천! 미래 공부 로드맵"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공부만큼 왕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는 주제가 있을까 싶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고 목표와 목적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겠다. 더군다나 공부에 가장 밀접한 기관인 뇌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이라면, 지난 몇 백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온 ‘현대의 공부’를 되짚어보며 ‘공부의 미래’를 미루어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IT 전문 저널리스트 구본권은 전작 <로봇시대, 인간의 일>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전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변화에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인간의 공부'에 주목한다. 코딩 교육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자동 번역기가 있는데 외국어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인지 등등 미래가 궁금하면서도 당장 오늘이 급해 해오던 대로 하고 있는 공부의 모습을 전하며, 미래에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살피고 이를 확충하고 증진시키며 새로운 공부로 나아가는 선순환의 고리를 제안한다.

    핵심은 "거의 모든 능력을 똑똑한 도구에 의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아웃소싱할 수 없어서 사람이 지닐 수밖에 없는 능력과 품성"이고, 그 내용은 "자기 객관화"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공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공부의 출발점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시작하면 되겠다.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해서는 이 책이 세심하게 살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말이다.

  • 나쁜 사랑 3부작 세트 - 전3권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지우 (옮긴이) | 한길사 | 2019년 6월 "엘레나 페란테, 사랑의 잔혹함을 그리다"

    15년을 함께 한 남편의 갑작스런 결별 선언에 올가는 무너져 내린다. 올가는 남편이 떠난 이유를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찾아내려 하고, 일상은 지옥이 된다. 레다는 딸들을 사랑하지만,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몸을 망가뜨렸다는 감각과 육아가 자아를 마모시킨다는 절망감에 당황한다. 델리아는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어머니와 완벽히 닮은 모습이 되려 하지만, 결국 비극을 향해 간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왔던 역할들, '아내'와 '어머니', '딸'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요구받아온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폴리 4부작>으로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엘레나 페란테의 초기작으로, 세 가지 모습의 '나쁜 사랑'을 그려냈다. 극도로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란 세 여성은 자신의 고통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더욱 두려워하고, 작가는 이들의 갈등을 적나라한 언어로 가차없이 묘사한다. 그러나 아픔을 그대로 감내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 자아를 찾으려 분투한다는 점에서 페란테의 여성들은 강인하다. 마침내 자신과 화해할 수 있게 된 올가는 말한다. '내 미래는 생명과 땅속에 묻힌 시체의 축축한 냄새가 공존할 것'이고, '심장의 환희에 찬 박동과 갑작스런 무기력증'이 번갈아 올 테지만, 그럼에도 '과거보다 밝을 것'이라고. 지독한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깃들 희망의 가능성이 울림을 전한다.

  •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피뉴이어 에디션)
    홍화정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9년 6월 "홍화정이 그리고 쓴 다정한 일기"

    <혼자 있기 싫은 날>을 펴냈고, 10년째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홍화정의 두 번째 에세이. 2016년부터 2019년 1월 1일까지 쓴 내밀한 일기 속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담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을 독자들에게 조용히 건넨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과 무기력감에 허우적대던 시기에 쓰인 일기다. 아픈 그 시기에 울면서도 거의 매일 손바닥만 한 노트에 일기를 쓰고 또 썼다. 마음의 무게를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시간들, 자기 자신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고민하던 날들, 무너지려는 마음을 세우고 스스로 다독였던 과정들. 무겁지 않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과 손글씨, 짤막한 에세이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채웠다. 공감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일기이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 나는 유튜브로 영어를 배웠다
    김영기 (지은이) | 라곰 | 2019년 6월 "즐기는 자에게 포기란 없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유튜브로 통하는 시대다. 영어 공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없던 자막도 생성해 주고 재생 속도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 유튜브는 지금 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어학기나 다름없다. 영화, 드라마, 뉴스, 다큐멘터리, 강연 등 소스 역시 무궁무진하며 무료 콘텐츠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한 영어 공부가 더욱 흥미로운 까닭은 무엇보다도 크리에이터들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원어민, 유학파, 국내파, 독학파, 유명 강사, 동시통역사 등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대치동의 입시 강사였던 저자는 6~8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즐거운 영어 공부란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제 유명 크리에이터가 된 그는 무엇보다도 재미를 강조한다. 공부도 재미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 이 책과 유튜브의 도움으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들였다면, 이제 저자의 제안대로 하루 2시간 이상 투자해 보자. 유튜브에는 짧은 영상도 많으므로 바쁜 직장인들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목표다. 오늘부터 음악 대신 영어는 어떨까. 모쪼록 즐겁고 유익한 퇴근길이 되면 좋겠다.

7.122019
  • 무엇이든 가능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은이), 정연희 (옮긴이) | 문학동네 | 2019년 7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선하고 다정한 순간들"

    남편과 사별한 후 고등학교 진로상담교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패티. 어느 날 맞닥뜨린 한 학생의 날선 인신공격에 자기도 모르게 더욱 잔인한 말로 응수하고 만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패티에게 깊은 생채기로 남는다. 그 일 이후 우연히 찾은 서점에서 패티는 같은 동네에서 자라 유명 작가가 된 루시 바턴의 회고록을 발견한다. 패티는 그 책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 끔찍한 상처를 품고 사는 것이 그녀 혼자만은 아니라고. "우리 모두 너나없이 엉망"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집.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아홉 편의 연작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저마다 아물지 못한 상처, 혹은 상처인 줄 모르는 사이 생겨버린 흉터를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 그 시간을 버티며 통과했"지만, 수치심과 실망감은 일상적인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소설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마음을, 그것이 만들어내는 다정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정말로' 듣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타인의 관심과 선의가 "사람들을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피부"가 되어 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 (지은이) | 브레인스토어 | 2019년 7월 "손흥민, 축구 소년에서 손세이셔널이 되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손흥민. 어린 시절부터 프로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의 엄격한 지도하에 재능을 갈고닦았고, 만 16세에 독일 함부르크로 스카우트되었다. 이후 함부르크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2015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여 매 시즌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으며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여전히 맹활약 중인 '손세이셔널' 손흥민, 그가 생생한 목소리로 축구와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손흥민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형과 함께 아버지의 하드트레이닝을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인고의 시간들,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 축구를 향한 열정과 철학까지, 화려한 모습에 가려진 진짜 손흥민의 인간적인 모습은 물론, 어느 매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손흥민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 최강의 인생
    데이브 아스프리 (지은이), 신솔잎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7월 "건강하게 성공하라!"

    직접 개발한 '방탄커피'로 체중을 45kg이나 줄이며 화제를 모았던 데이브 아스프리가 성공이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회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인기 팟캐스트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스토리만으로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을 위치였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성공 법칙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5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각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450명의 인생 승부사들을 만나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그들과 함께 총 3,600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바로 이 책에 담긴 44가지 인생 법칙이다.

    그는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통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 수록된 법칙들은 우리가 본능에 맞서 두뇌와 몸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마음의 평온을 얻고 행복해지는 방법, 즉 생물학적 몸에 대한 통제력에 주목한다. 그는 소문난 바이오해커답게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기꺼이 피실험자가 되어 모든 법칙을 직접 체험하고 검증했다. 덕분에 우리는 실험을 하는 수고를 덜었다. 이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하는 일만이 남았다. 그가 묻는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할 생각인가?"

  • 악스트 Axt 2019.7.8
    악스트 편집부 (지은이) | 은행나무 | 2019년 7월 "창간 4주년 기념호, 악스트 X 김혜순"

    "책은 우리 안의 얼어 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Axt 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언어와 함께 아트와 텍스트가 결합된 풍성한 읽을거리를 소개해왔던 악스트가 창간 4주년을 맞았다. 25호를 빛내기 위해 박준, 백은선, 유희경 등 25인의 시인이 초대되었다. "그는 시로 정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권민경의 시. (<마 푸어 베이베>),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된다"고 말하는 안희연의 시. (<스페어> 中) 사진과 시를 함께 경험하며 여름을 맞는다.

    커버 스토리는 시인 김혜순이 장식했다.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죽음들을 체험하며 쓴 시, <죽음의 자서전> 아시아 여성 최초로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기도 했던 시인에게 '시하고 새하는' 여성의 말에 대해 소설가 정용준이 묻는다. 김혜순은 '시는 자신의 질병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질병을 보러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무릇 시를 쓰고자 하는 자는 그 누구든 여성하기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와 40년을 보낸 시인의 독자적인 시론을 종횡무진 따라 걷다 보면 인터뷰이 정용준의 말대로 '깊게 잠겨 온전히 몰두하고 취할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시적인 상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7.162019
  •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은이) | 세계사 | 2019년 7월 "지식 큐레이터 설민석의 삼국지"

    삼국지는 거대한 산이다. 방대한 이야기와 끊이지 않는 사건 그리고 다양한 인물로 이루어져 전체를 독파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삼국지를 간명하고 흥미롭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는, 누구의 방법도 겹치지 않을 만큼 삼국지를 통하는 길이 다양하기 때문이겠다. 상황이 이러하니 삼국지라는 대상 못지않게 누가 이를 풀어내느냐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 주인공이 역사 강사로 널리 알려진 지식 큐레이터 설민석이라니, 그의 삼국지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그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가는데, 때로는 빈 곳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 흥미를 돋우고, 실제 역사에 더불어 오늘의 현실까지 비추어 해석의 여지를 넓혀준다. 특히 영웅으로 꼽히는 이들의 리더십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이어지는 팔로워십 속에서 각자의 삶부터 조직과 사회의 운영까지 두루 살피는 시선을 전하며 일상에서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자네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와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습니다."로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설민석이 전하는 삼국지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겠다.

  •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김소연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시인 김소연, 사랑과 사랑함에 관하여"

    국내외 유수한 작가들의 산문을 출간해온 문학과지성사에서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를 새롭게 선보인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문지 에크리'는 작가 한 명 한 명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로운 방식으로 써내려간 산문을 하나로 묶어내 독자에게 제공한다. 첫 번째로 독자를 찾은 작가는 故김현(문학평론가), 김혜순(시인), 김소연(시인), 이광호(문학평론가). 그들은 각각 친애하는 대상에 관한 매혹적인 산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등 섬세한 시선과 언어로 결이 고운 산문을 꾸준히 집필해온 김소연 시인이 이번에는 '사랑'으로 시선을 옮긴다. 멜로드라마처럼 사랑을 도구로 삼아 소비해온 문화와 사랑을 낭만적 영역으로만 치부하는 세계로부터 탈피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사유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3인칭의 형식을 빌려 써내려갔다.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에는 사랑에 대한 개념이나 감정의 영역에 머무르는 사랑이 아닌, 사랑함과 사랑을 돌보고 돌아보는 세상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폴리스
    요 네스뵈 (지은이), 문희경 (옮긴이) | 비채 | 2019년 7월 "형사 해리 홀레, 상실은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예전에 수사를 하던 그 장소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퇴직 경찰의 시신. 경찰들을 노리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한 오슬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해리 홀레를 그리워한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권. 삶과 죽음과 정의와 불의, 명예와 치욕 사이, 선택의 갈래에 놓인 형사들. 어떤 선택을 하든 상실을 피할 수 없다.

    강력반 형사를 꿈꾸는 경찰 훈련생,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 형사, 출세가 요원해진 왕년의 형사, '전설'로 기억되는 훌륭한 형사였으나 늘 '잃는 사람' 일 수밖에 없었던 해리 홀레.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폴리스'의 사연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스노우맨>, <레오파드> 등에서 만났던 반가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갈림길에 놓인 시리즈는 또 다른 시작을 향해 전진하는 이들의 고독한 뒷모습을 비춘다.

  • 미지의 파랑
    차율이 (지은이), 샤토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7월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

    절친에게 배신당한 미지는 마음을 달래러 향한 바다에서 파란 구슬을 발견한다. 신비로운 빛을 내는 구슬에게 영원한 친구를 만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조선시대 해적선 위에 떨어진 것. 그곳에서 성격도 외모도 자신과 다르지만 어딘가 통하는 느낌이 드는 해적단 대장 해미를 만나게 된다.

    조선시대 인어인 해미와 21세기 초등학생 미지의 시공을 초월한 우정 이야기를 다룬 타임슬립 판타지 동화로, 걸스 심사위원단 101명의 심사를 거쳐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자산어보>에 나오는 한국 전통 인어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물괴 등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흥미진진한 문학적 세계를 구축해냈다. 독특한 소재와 참신한 캐릭터 설정, 뻔하지 않은 결말이 몰입도를 높여주며, 해미와 미지의 애틋한 우정 이야기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7.192019
  • 아웃사이더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황금가지 | 2019년 7월 "스티븐 킹 최신작! 같은 시간, 두 장소에서 목격된 살인범"

    인적 드문 공원에서 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고, 여러 목격자의 증언으로 어린이 야구단 코치인 테리가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다. 유례없이 잔인한 범행 수법에 충격을 받은 경찰은 한창 경기 중인 야구장의 관중 앞에서 그를 체포한다. 법의학적 증거가 테리를 살인범으로 지목하지만, 그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대며 결백을 호소한다. 같은 시간대에 그가 다른 도시에 있었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집요하게 진상을 파헤치는 형사 랠프에게 '나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수사를 그만두라'는 경고 메시지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스티븐 킹의 최신 장편소설. 2018년 '굿리즈'에서 '올해의 미스터리.스릴러'로 선정되었으며, HBO에서 10부작 드라마 제작을 확정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리와 호러 장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평범한 일상 속의 무시무시한 단면을 파고든다. '빌 호지스 3부작'에 등장했던 '파인더스 키퍼스' 사무소의 홀리 기브니 탐정이 랠프의 수사팀에 합류, '고정관념을 버려야만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마리를 풀어가는 모습도 흥미 포인트. '오감 말고는 아무 것도 믿지 않는 현대인'의 뒤를 덮치는 으스스한 작품이다.

  • 웃어요, 고릴라 할아버지
    김노은 (지은이), 김하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6월 "영재발굴단 김노은 & 김하민 그림책"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영어 영재 김노은과 그림 영재 김하민이 앤서니 브라운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만든 그림책. 형을 잃어 마음이 아픈 앤서니 브라운을 위해 '슬픔이 사라지는 법'과 행복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를 강렬한 색채와 다양한 재료가 돋보이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마음 속 가득 찬 슬픔을 꺼내 보이지 않는 보석함에 담으면 다시 하하 호호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들기 시작한 그림책은 슬픔마저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오롯이 담고 있다. 보석함이 무거워질수록 행복해진다며 자신의 보석함을 흔쾌히 내주는 마음이 가슴을 울리는 그림책이다.

  • 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7월 "기꺼이 이름을 묻는 사람들, 조해진 장편소설"

    나나의 이야기. 35년 전 프랑스로 해외 입양되었고, 파리에서 배우로, 극작가로 살고 있다. 나나가 기억하는 자신의 첫 이름은 문주. 헤어진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되고, 뱃속의 아이를 우주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그는 서영에게서 이메일을 받는다. 나나가 입양되기 전 그를 보호했던 기관사가 지어준 이름인 '문주'를 찾는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다고. 그렇게 문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빛의 호위> 조해진 장편소설. 타인을 향한 사려 깊은 환대를 담았던 전작 속 단편 <문주>와 세계를 공유한다. "이름은 집이니까요."라고 서영은 말했고, 서영의 그 단어는 나나를 한국으로 이끈다. 영화 작업을 하며 서영과 문주는 소율과 함께하고, 이태원 해방촌에서 지내며 복희 식당의 주인 할머니의 환대를 받는다. 이름을 찾아다니는 그들은 만나는 이들에게 항상 이름의 기원을 묻는다. '이태원'의 유래를 묻다 겁탈당한 여자들, '이타인'이 살던 곳이라는 의미도 있을 수 있음을 찾게 되는 순간. '복희'는 모두 복이 있다는 뜻, '럭키하고 럭키한 사람'임을 알게 되는 순간. 장소의 이름, 사람의 이름은 의미있는 의미가 되어 내게 안긴다. 기꺼이 이름을 묻고, 기꺼이 연루됨을 선택하는 이들의 빛처럼 퍼지는 호의. 우리를 살게하는 각각의 우주들에 관해, 진심을 담아 조해진이 전한다.

  • AK47
    래리 캐해너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 이데아 | 2019년 7월 "새로운 세계사를 열어갈 무기?"

    ‘AK47’은 1947년형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을 일컫는 약칭이다(칼라시니코프는 이 무기의 설계자 이름이다.).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 넘어가는 이 총은 온갖 첨단무기가 가득한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무기로 꼽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 무기의 수효는 대략 9000만에서 1억 개, 대략 사람 77명당 한 개꼴이다. 한때는 총 한 자루 값이 닭 한 마리 값과 같아서 ‘치킨건’이라고도 불렸다는 AK47은 어쩌다 전설의 무기가 되었을까.

    때는 2차 세계대전, 군에 징집된 칼리시니코프는 전선에서 부상을 당했고, 이후 독일군을 조국 소련에서 몰아내는 무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AK47은 그의 다짐을 훌쩍 넘어 베트남전쟁, 르완다, 베네수엘라 등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소련의 침공을 막으려 미국이 제공한 이 무기가 처음에는 기대대로 활약했다가 훗날 알카에다의 손으로 넘어가 미국을 겨냥하는 예상 못한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AK47은 무기공학적으로는 안전하고 튼튼하며 어떤 기후에서든 제대로 작동하는 장점을 갖춘 데다, 소련이 해외에 영향력을 끼치려 설계도면을 무료로 전한 터라 빠른 시간 안에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맞으며, 20세기 후반을 거쳐 오늘날까지 세계사 곳곳에 흔적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를 멈추고 어루만져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이 무기가 전쟁의 얼굴을 바꾸었다고 평가받듯, 이 무기의 역사 또한 새로운 세계사를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7.232019
  • 시절일기
    김연수 (지은이) | 레제 | 2019년 7월 "김연수,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

    김연수 작가는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의 일> <지지 않는다는 말> <언젠가, 아마도> 등을 통해 훌륭한 에세이스트라는 사실을 수많은 독자들에게 각인시켰다. 2019년 여름, 새로운 에세이로 독자들 앞에 다시 섰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시절일기>는 작가 개인의 일기이자, 그와 우리, 모두가 함께했던 어느 순간에 관한 기록이다.

    십 년 동안 작가는 기록하는 일을 성실히 이어왔다. 어떤 끄적임이 한 편의 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백 번, 혹은 수천 번의 침묵과 대면한 뒤에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끄적이고 침묵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완성해낸 글 한 편 한 편을 <시절일기>에 담았다. 그 글들은 작가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이기도 하고, 작가가 읽은 책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 수록한 단편소설 「ps 사랑의 단상, 2014년」까지, 김연수가 십 년간 스스로에게 되묻고 되물었던 질문들과 얻어낸 대답들, 혹은 끝내 얻어내지 못했지만 발견해낸 어떤 깨달음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한다.

  • 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은이), 정연희 (옮긴이) | 문학동네 | 2019년 7월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그리스의 여름밤"

    그리스 바닷가의 작은 마을을 찾은 여행자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도망치듯 그리스로 향했다는 것.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었던 이들은 우연히 언덕 아래에서 발생한 화재를 함께 목격하고, 참담한 심정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게 된다. 마을의 비극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슬픔을 더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 애쓰는 사이 예정보다 오래 머무르게 된 여행객들. 어느새 항구 마을의 일상에 녹아들어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겨울의 일주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메이브 빈치가 그리스의 어느 여름을 그렸다. 각자의 삶에 지쳐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이들이 "기적이 있다는 걸 믿고 싶다면 그날 밤을 떠올려요. 별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며 함께 모여 앉았던 그 밤을."이라고 말하게 되기까지. 함께 여행하며 나누는 이야기와 추억들, 서로 주고 받는 사려 깊은 마음과 선의가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다. 마음을 온기로 물들이는 따스한 작품이다.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은이) | 창비 | 2019년 7월 "애써 살피지 않으면 차별에 가담하게 됩니다"

    차별과 평등 가운데 한쪽을 고르라면 대다수는 평등을 택할 것이다. 차별은 옳지 않고 평등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사회 공동체가 뜻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차별을 당하는 이들은 적지 않고 어떤 차별은 정당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때로는 무엇이 차별이냐에 대한 논란까지 이어지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보며 세상이 정말 평등을 향하고 있는지, 나의 판단과 행동은 차별과 무관한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선 물음, 그러니까 차별과 평등 가운데 한쪽을 고르라면 대다수는 평등을 택하는데 왜 차별이 여전한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보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를 근거로 차별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여기면서도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거나(저자가 반성하며 꺼내는 사례다.), 국적이나 인종을 근거로 차별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여기면서도 한국사회에 익숙해진 이주민에게 "한국인 다 됐다"며 듣는 이를 모욕하는 경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다수에게 나의 이야기 아닐까.

    물론 이들이 특별한 악의를 품고 이런 말과 행동을 전한 것은 아니겠으나, 악의 없는 혹은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결코 평등에 이를 수 없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을 염두에 둘 때 최소한의 차별에만 가담하게 될 것이며, 내 상상이 닿을 수 없는 차별의 상황과 영역에 최대한의 감각과 생각을 기울여야만 가까스로 평등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넘어 적극적 평등주의자로 함께 나아가길 기대하고 제안하며 약속한다.

  • 페이크
    로버트 기요사키 (지은이), 박슬라 (옮긴이) | 민음인 | 2019년 7월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 아빠'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신작이다. 재테크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독보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펴낸 20여 권의 책들은 전 세계에서 4천만 부나 팔려 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는 기꺼이 멘토가 되기를 자처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원서 제목 그대로 가짜 돈, 가짜 교사, 가짜 자산이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부자와 세력들의 행태를 비판함과 동시에 독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부자 아빠'라는 간판에서 짐작 가능한 일이지만, 인기 작가로 활동한 20년 동안 그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것은 바로 금융 교육의 중요성이다. 독자들이 "엘리트들이 쳐 놓은 거짓말의 그물에 갇힌 물고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 책의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진짜 금융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에 가고 직업을 얻고 세금을 내고 돈을 저축하고 집을 사고 주식 시장에 투자한다." 결국 이 책은 재테크서가 아닌 금융 교양서로 불리는 것이 어울린다. 경제 교과서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7.262019
  • 직지 1
    김진명 (지은이)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김진명이 추적한 '직지' 천년의 미스터리"

    김진명 신작 장편소설. 기자 김기연은 기괴한 살인사건 현장을 취재한다.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한, 목에는 송곳니 자국이 선명한 시신. 피살자는 라틴어를 가르치던 전형우 교수. 별다른 원한 관계도 없는 이가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이유를 찾아 헤매는 김기연. 전형우 교수의 통화목록을 통해 가닿게 된 '김정진 교수'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뿌리가 '직지'임을 알리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직지'의 미스터리를 향한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 김진명은 현지 취재, 문헌 조사 등을 넘나드는 풍부한 구체적인 자료 조사에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현대의 상징살인 사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바티칸 비밀수장고의 교황 요한 22세와 고려 충숙왕의 편지로 향하기까지, 김진명다운 거침없는 질주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은이) | 난다 | 2019년 7월 "정세랑,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치약은 적당량만 쓰고, 스스로도 저탄소생활을 실천할 정도로 지구를 사랑하는 지구 여자 한아. 서교동에서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기억이 담겼을 옷을 리폼해 '환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만난 지 11년이 된 남자친구 경민은 한아와는 너무 다르게 자유분방하다.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 경민, 캐나다에선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돌아온 경민. 그 자유분방함으로 늘 한아를 서운하게 하던 그. 팔에 났던 상처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를 먹고, 서운하게 하던 모든 습관을 고치고 매순간 기이할 정도로 한아에게 집중한다. 급기야 한아는 남자친구를 신고하기 위해 국정원에 전화를 건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옥상에서 만나요> 등의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독자의 신뢰를 얻으며 어느새 '믿고 읽는' 작가라는 평을 얻은 정세랑의 두번째 장편소설. 스물여섯에 쓴 달고 작은 사랑 이야기를 십 년 만에 다시 독자에게 선보인다. 소설 속 인물을 대하는 정세랑의 다정한 태도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절판된 책을 구하는 애타는 마음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 반갑게 가닿을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 종의 기원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은이), 장대익 (옮긴이),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드디어 도착한 다윈 사상의 출발점"

    <종의 기원>으로 시작하는 다윈 선집의 시리즈 이름이 ‘드디어 다윈’이다. 찰스 다윈의 저작은 생물학 분야뿐 아니라 현대 문명을 이루는 여러 생각의 바탕이 되는데, 관련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주요 저작부터 최신 연구 성과까지 차례로 펴낼 계획이라니 이들 스스로도 감회가 깊었을 테고, 지난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때부터 10년 동안 출간 소식을 기다려온 독자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싶다.

    번역을 맡은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는 <종의 기원>에 담긴 다윈의 참신함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생명 변화의 주요 매커니즘으로 자연 선택을 내세웠다는 점이고, 둘째는 다양한 생명들을 일렬로 줄 세우지 않고 우월과 열등의 관점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흐르며 진화에 대한 견해가 수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런 논쟁이 이어지며 이론이 나아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출발점이 이 책이라는 데에서 <종의 기원>을 펼쳐볼 이유는 여전하겠다.

    이번 번역본은 다윈이 처음 펴낸 1판을 바탕으로 하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윈은 자신의 이론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인지 알고 있었고, 실제로 벌어진 파장에 대응하려 이후 여러 차례 수정과 개정을 이어갔다. 앞서 언급한 다윈의 참신함이 "독창성과 과감함"이라면, 그 특성과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내는 판본은 역시 1판일 터, 드디어 도착한 다윈 사상의 출발점에 더 많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은이), 공진호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김연수 추천 '단편소설의 진수'"

    조이스 캐롤 오츠, 솔 벨로우 등 여러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루시아 벌린의 소설집. 탄광촌에서 보낸 유년, 세 번의 이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거쳤던 청소부, 간호사, 교사, 전화 교환수 등 여러 직업의 체험과 삶의 순간을 작품으로 길어올렸다.

    '고양이와 너무 친해지면 주인의 질투를 사지만 강아지는 예외'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미난 팁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떠올려본 상념들을 적재적소에 녹여낸 표제작 '청소부 매뉴얼', 코인빨래방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의 세탁기에 얼마 안 남은 전재산을 집어넣은 후의 비극을 그린 '카르페 디엠', 응급실에서 목격한 다양한 죽음의 모습과 남은 이들을 기록한 ‘응급실 비망록 1977', 단 두 페이지로 강렬한 멕시코 투우사의 이미지를 눈앞에 이끌어내는 '나의 기수' 등 43편의 단편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연민과 후회의 진창 속에서 뒹굴'면서도 절대 놓지 않는 날카로운 생의 감각. 처절한 고통을 그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간명한 문체. 생기와 유머를 머금은 산뜻한 문장. '지금이라도 루시아 벌린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7.302019
  •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승패를 넘어 진정한 만족에 이르는 길"

    로버트 그린의 저작은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로 이어져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여 상대와의 싸움에서 이기거나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치열하게 탐구한 결과로, 상대를 적으로 여겨야만 하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실패를 막고 승리에 이르는 효과적인 기술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은 그의 지적 여정이 승패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에 이르는 길이었음을 전한다.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앞에서 보통은 상대를 탓하기 마련인데, 돌아보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니, 결국 상대와 나는 '인간'으로 이해되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처음에는 상대를 파악하고 승리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은 내 안의 더 나은 자아를 찾아 현실에서 살아내기 위함이니, 승패를 넘어 진정한 만족에 이르는 길을 찾아 모두가 인간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이임숙 (지은이) | 창비 | 2019년 7월 " '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의 10대 부모 대화법"

    '내가 만약 열다섯 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나의 부모님께 어떤 도움을 청하고 싶을까?'

    <엄마의 말 공부> 저자 이임숙은 여러 강연과 상담에서 사춘기 부모들을 만나고, 영유아 부모와는 다른 그들의 절박함과 눈물에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그리고, 자신의 청소년기를 잘 보내지 못했다는 후회, 청소년이 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 어린 시절 자신이 바라왔던 부모 역할을 아이에게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질문하고 고민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정리했다.

    예전의 청소년과 지금의 아이들은 크게 달라 보이지만, 실상은 비슷하다. 마음속의 방황이나 분노, 불안, 두려움을 어쩌지 못하면서 누군가 자신을 든든하게 잡아주기를 바란다. 그게 부모이든, 선생님이든, 또 다른 누구이든지 간에. 방문을 닫고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조차 실은 아주 간절하게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열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10대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아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조금만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분명 아이가 환한 미소로 맞이해 줄 것이다.

  • 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은이), 이재룡 (옮긴이) | 열린책들 | 2019년 7월 "2017 공쿠르상 수상작"

    그날의 이야기는 1933년 베를린의 비밀 회동으로 시작한다. 독일 대표 기업 총수 24인이 모이고, 괴링 국회의장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나치당이 다수석을 확보한다면 향후 백 년간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다. 참석자들은 무덤덤하다. 히틀러의 연설에 이은 노골적인 선거 자금 요구도 '사업하다 보면 겪게 되는 진부한 모금 활동'에 불과할 뿐. 히틀러가 사망하고 전범들이 재판정에 선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남았다. 나치당원 배지를 독일 연방 공로 훈장으로 바꿔 달고서 말이다.

    2017년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그날의 비밀>이 출간됐다. 작가 에리크 뷔야르는 '사람들은 역사를 무겁게 짓눌러서 우리 고통의 책임을 역사의 주역들에게 지우려'고 하지만 '진실은 온갖 종류의 먼지 속에 흩어져 있다'고 말한다. 소설은 2차 대전이라는 본 무대의 커튼이 오르고 주연이 등장하기 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어둠 속의 무수한 '그날'들을 냉철한 문체로 되짚는다. 근엄한 외교 현장이나 극적인 전투는 없다. '수동적이고 겁이 많으며 애매모호한 성향'을 지닌 다수의 사람들, 거친 협박과 천박한 선동만이 있을 뿐이다.

    책표지의 인물이 군수기업이었던 '크루프사'의 대표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강제 수용소에서 노동력을 공급받았던 크루프는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았다. 냉전 중 그의 아들은 경영을 재개했다. 작가가 ‘한순간이라도 이 모든 것이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유발 하라리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유발 하라리 사유의 출발점, 역사 속 나의 의미"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으로 이어지는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은 인류의 기원부터 미래까지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온 전 시간을 다루며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선택과 그에 따른 과제와 해법을 차례로 짚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인류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중세 전쟁사에서 시작한 연구가 어떻게 빅히스토리로 확장되어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가로 꼽히게 되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유발 하라리의 옥스퍼드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목처럼 르네상스 시기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경험담이 바탕이다. 근대가 열리던 즈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남긴 이들은 어떤 기대를 품고 어떤 방식으로 기록을 작성했을까. 유발 하라리는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나'와 '우리'가 구분되는 시점과 이유, 그럼에도 여전히 엮여 있는 '나'와 '우리'의 관계를 두루 살핀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할 인류 그리고 각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 되묻게 하는 그의 첫 번째 질문과 나름의 답변을 심사숙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