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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19
  •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 (Yozoh), 임경선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요조와 임경선,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글쓰고 노래하고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여자 요조, 글쓰는 여자 임경선. 어쩌다 막연히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하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정말로 친구'가 되어버린 두 여자. 두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눈 사랑과 우정의 대화들이 모여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와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가 탄생하게 되었다.

    솔직과 가식, 죽음과 나이 든다는 것, 어정쩡한 유명인으로 사는 일, 연애와 사랑과 섹스, 밥벌이, 건강,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일하고 사랑하고 살아간다는 것. 나이도 성격도 다른 두 작가는 다양한 주제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는 일 없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온 마음으로 경청한다. 각기 다른 빛깔로 주고받는 대화 속 묘하게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우정을 발견하게 된다.

  • 식물의 책
    이소영 (지은이)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0월 "들여다보는 사람 몫의 행복"

    오랫동안 자세히 응시하는 대상에 대해선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나 식물처럼 언어나 몸짓으로 인간과 소통하지 않는 생명체에는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존재의 진실이 있다. 세밀화를 그리며 식물을 오래 보아온 이소영 저자가 본인이 그려낸 도시 식물들에 대해 한 종 한 종 설명한다. 애정이 담뿍 담겼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대개 그렇듯 그는 다른 이들이 이 존재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함께 아껴주기를 원한다. 그는 한국에서 잡초로 취급되는 서양 민들레가 사실 약용 식물임을 알려주며 식물에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건 결국 인간이라 말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스투키는 실제로 스투키가 아닌 '실린드리카'라는 명칭을 가진 식물이며, 제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고 설득한다. 몬스테라의 잎모양을 설명하면서는 식물의 잎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옳은 재배 방법을 파악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겨울에 꽃을 피우는 복수초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는 말한다. "추운 겨울 복수초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그 자체가 그 사람 몫의 행복일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아마도 그 행복을 온전히 누리고 있을 것이다.

  • 밀레니얼 이코노미
    홍춘욱, 박종훈 (지은이)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0월 "다음 세대를 위한 아주 특별한 대담"

    아, 간발의 차이로 끼지 못했다. 말인즉 '밀레니얼 세대'란 일반적으로 1981~1996년생을 지칭하는 용어란다. 그들은 현재 노동과 소비 시장의 핵심 세대다. 바야흐로 밀레니얼 이코노미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 정확하게는 밀레니얼의 선배 세대들은 그 새로운 경제를 잘 모른다. <90년생이 온다>와 같은 책이 계속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밀레니얼을 둘러싼 여러 정황은 오늘 새벽 출근길의 뿌연 스모그처럼 답답하다. 주목받는 두 경제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도대체 우리 경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두 저자들은 열띤 토론을 통해 함께 답을 찾아 나선다. 노동 시장의 세대교체 문제를 필두로 일자리 변동과 스타트업의 실태, 부의 양극화 문제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 간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재테크 전망과 팁도 곁들였다. 각 쟁점에 대한 저자들의 신랄한 분석과 솔직한 견해는 경제를 읽는 시야를 넓혀 준다. 책은 묻는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역사상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꼬리표를 붙인 건 누구냐고. 곧 다가올 2020년, 밀레니얼 세대들에겐 힘찬 도약의 해가, 기성세대들에겐 이해와 성찰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 팜 1 : 지하 농장
    홍지연 (지은이), 지문 (그림) | 길벗 | 2019년 10월 "동화로 배우는 코딩의 개념과 원리"

    '코딩'은 머릿속의 상상들을 현실로 만드는 멋진 일이다. 정규 교육 과정 내에 코딩 과목이 신설되고,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아직 코딩이라는 개념이 낯선 어린이들 위해 코딩 과학 동화 <팜> 시리즈가 출간됐다.

    주인공인 주니와 거니는 지하 농장에서 매일같이 희한하고 기발한 발명품을 만든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방방꽃, 무지개 팝콘 기계, 인공 태양, 셀 수 없이 많은 발명품들 중 단연 돋보이는 건 '킹왕짱 알 부화기'다. 하지만 버튼을 누를 때마다 어떤 알이든 1개씩 부화시킬 수 있는 이 부화기에는 부화 버튼을 계속해서 눌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반복되는 작업에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재미난 이야기 속에 코딩의 원리를 녹여내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디버깅, 알고리즘, 함수 등 미션 키워드를 통해 핵심 개념을 잡아준다. 코딩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능력을 갖추기에 앞서, 코딩과 친숙해지기 위한 입문서로 알맞다.

11.52019
  •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 (지은이), 박정은 (그림) | 정토출판 | 2019년 10월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국내외 수많은 즉문즉설 강연과 <인생수업> <법륜 스님의 행복> 등 다수의 책을 통해 삶의 여러 문제들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온 법륜스님.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180여 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를 글과 그림, 영상으로 전해왔다. 그중 큰 공감을 받은 내용만을 엄선하여 <지금 이대로 좋다>에 담았다.

    가족, 직장, 인간관계, 화, 사랑, 결혼 등, 누구나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과 사연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좋다. 페이지마다 법륜스님의 쉽고 선명한 조언을 만나게 된다. 법륜스님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사랑의 시작이며, 지금, 여기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인생의 고민들로 막막하고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쉼의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 문장의 일
    스탠리 피시 (지은이), 오수원 (옮긴이) | 윌북 | 2019년 11월 "적확한 문장이라는 아찔함"

    글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적확한 문장을 써본 뒤엔 안다. 그 문장이 아닌 다른 문장은 절대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다른 어떤 문장으로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바로 그 의미의 직소퍼즐을 꼭 끼워 맞출 수 없다는 것을.

    글 쓰는 사람들에게 딱 떨어지는 정확한 문장은 늘 열망의 대상이다. 미국의 문학 평론가이자 작가인 스탠리 피시 또한 그렇다. 좋은 포도주를 음미하듯 잘 익은 문장을 찾아다니는 그가, 잘 쓴 문장들을 소개하고 문장을 잘 쓰는 법을 알려준다. 그는 이 책에서 제인 오스틴, F. 스콧 피츠제럴드, J. D. 샐린저 등 거장의 문장을 분석하고 독자들이 따라 연습하기를 독려한다. 더불어 첫 문장과 끝 문장, 병렬 문장과 종속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잘 쓴 문장의 비밀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보물이 될 책이다.

  •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은이) | 난다 | 2019년 11월 "다시 만나는 처음, 정세랑의 세계"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정세랑의 첫 장편소설이 문장과 설정을 다시 다듬어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8년 만에 독자를 다시 찾았다. 장르소설 월간지 '판타스틱'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정세랑의 시작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경쾌하고 환상적이며 사랑스러운 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가 바로 그 작품이다.

    회사를 다니며 장르소설가로도 활동을 시작한 재화. 그에게는 자꾸만 소설에 등장시키고, 기어이 죽이게 되는 '구남친' 용기가 있다. 재화가 만든 아홉 개의 이야기에서 아홉 번이나 죽음을 맞게 되는 용기. 한편 '늘 떨떠름한 초록색'이던 '구여친' 재화 대신 바닐라 냄새가 나는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용기의 몸엔 그 죽음의 순간이 타투처럼 새겨지기 시작하는데. ("꼬리에 압사당했다. 찍" 같은 활자가 몸에 새겨졌을 순간의 황당함을 함께 상상해보면 이 이야기가 너무 귀엽게 느껴진다.) 둘의 사랑 이야기와 용과 늑대와 물고기 왕자와 알파카 양에 관한 재화의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점차 풍성해진다. "앞으로도 부적절한 주제에 대해 모나게 쓰리라는 날카로운 예감"을 품고 "용 같은 것 말고, 좀더 부적절한 이야기를 써야지. 모두 입을 모아 부적절하다고 말할 만한 이야기를."이라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던 장르소설가 재화. "몇 년 뒤에, 미래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을 재화가 팔년이 지나 다시 독자에게 도착했다.

  •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데이비드 S. 키더, 노아 D. 오펜하임 (지은이), 허성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검색이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의 자리"

    검색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뭘 검색할지 알아야 검색도 한다. 검색해서 나온 결과값이 언제나 정답인 것도 아니다. 알고자 하는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잘 없거니와 가짜 뉴스는 사이사이에 엑스맨처럼 숨어있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개념의 확실한 내용이 궁금해서 찾다가도 검색하다 지쳐 에라 모르겠다 넘어가기 일쑤다. 오늘도 똑똑함에서 한걸음 멀어진다.

    꼭 필요한 지식 교양을 신뢰감 있는 글로 소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1페이지 1주제, 그것도 요일별로 다른 주제로 지루하지 않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보니 사실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적 있는 개념들, 어딘가 낯은 익지만 정리된 형태로 배운 적은 없는 이슈들이 모였다. 파편화된 지식을 차곡차곡 정리할 기회다.

11.82019
  • 매우 초록
    노석미 (지은이) | 난다 | 2019년 11월 "화가 노석미가 그리고 쓴 40대의 이야기"

    산이 보이는 정원이 딸린 작업실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고 있는 노석미 작가. 어린 시절부터 작가 자신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그리고 써왔다. 작가만의 느낌을 담뿍 담은 에세이 <스프링 고양이> <서른 살의 집> <먹이는 간소하게> 등을 성실하게 펴내온 작가가 이번에 싱그러운 표지의 새로운 산문집을 출간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산문집은 '탈서울'을 결심하고 땅을 보러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어느 산자락에 붙은 자그마한 마을에 집을 짓고 고양이와 함께 생활해온 싱글 라이프에 대해 아주 담백하게 들려준다. 보고 느끼고 쓰고 그리는 일상, 작업실의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본 정원과 자연풍경, 작은 마을에서 만난 다정한 이웃들, 반려고양이와 함께하는 애틋한 삶에 관한 군더더기 없는 기록으로 가득한 <매우 초록>. 산문에 잘 어우러지는 개성 넘치는 다수의 그림 작품을 곳곳에 수록하여 '매우 초록'의 매력을 더한다.

  •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최준석 (지은이) | 바다출판사 | 2019년 10월 "다시 만난 세계"

    저자 설명부터 하자면, 문과 출신의 기자다. 그는 8년 전 우연히 과학책 한 권을 접하게 됐다. 덕통사고였다. 평생 문과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던 그는 그날로 과학 덕후가 됐다.

    수백 권의 과학책은 그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설명을 해주었다. 그야말로 '다시 만난 세계'였다. 철학책만으로는 알 수 없던 세상의 원리, 인간 행동의 이유를 과학책에서 찾았다. 이 책엔 그 깨달음들이 버무려져 있다. 그는 리처드 프럼과 매트 리들리를 통해 일부일처제 신화의 발생 원인을 짐작하고, 찰스 다윈과 이선복 교수를 통해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인임을 알아간다.

    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이 신나서 하는 설명엔 듣는 사람마저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에너지를 품고 있다. 서문에서 그는 철학보다 과학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나는 과학 MD인 동시에 인문 MD인 터라 이 말에 동의하진 않는다. 과학자도 사회에 속한 인간이기에, 과학이 철학을 품지 않는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차별을 공고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과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임에는 동의한다. 과학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마중물로 딱인 책이다.

  • 호텔 창문
    편혜영,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지은이)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2019 김유정문학상, 편혜영!"

    2018년 한강의 <작별>을 독자에게 소개한 김유정문학상이 2019년 수상작품으로 편혜영의 <호텔 창문>을 선정했다. 운오는 19년 전 죽은 형의 장례 때문에 고향을 찾았다. 19년 전 물에 빠진 운오는 바위인 줄 알고 형의 몸을 밟고 살아남았고, 산 자의 죄의식을 모두가 그에게 요구한다. 반면 비열하고 악랄한 인간이었던 형은 우연한 의인이 되어 추억되게 되었다. 편혜영의 소설은 그 특유의 방식으로 정교한 도덕적 상황을 설정해두고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자연발화'로 불에 탄 호텔의 앙상한 모습처럼, 어떤 결과는 원인 없이 직면을 요구한다.

    한 해를 빛낸 작품으로 함께 선정된 작가들 역시 눈에 띈다.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여성 작가로만 이루어진 수상후보작 라인업이 한국소설의 현재를 가늠케 한다. "나는 한동안 사랑의 무구함을 인정할 수 있었다" 같은 김금희다운 문장, '여자아이는 자라서' 어떻게 멋있어질 수 있는지를 세밀하게 그린 조남주다운 소설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믿고 보는 작가들이 믿을 만한 작품을 독자에게 선보인다.

  • 미스터리 신전의 미스터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은이), 김서정 (옮긴이) | 크래들 | 2019년 10월 "<도구와 기계의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동화"

    서기 4022년, 아마추어 고고학자 하워드 카슨은 폐허가 된 발굴지 근처에서 문 하나를 발견한다. 손잡이에는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고, 그는 이것을 봉인된 무덤의 출입구라고 판단한다. 이 확신은 그가 무덤(2019년의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모텔로 보이지만!)에서 찾은 모든 구조물에 대한 엉뚱한 해석을 불러오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공간 속의 모든 것들이 이 장대한 구조물(=TV)을 향해 있는 것은 종교적 소통의 본질이다. 따라서 성스러운 통신기(리모컨)를 통해 어떠한 의식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성스러운 항아리(=변기)를 향해 찬송을 불렀을 것이며, 이를 위해 뮤직 박스(=물 내림 손잡이)가 함께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카슨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목적을 부여하고, 확률에 기대어 해석을 내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기도 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엉뚱한 결론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맥컬레이는 풍자적 이야기를 통해, 단편적인 판단의 위험성과 이를 경계하는 것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특유의 섬세한 펜 솜씨로 그려낸 공간과 구조물들은 그의 유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11.122019
  • 고양이와 할머니
    전형준 (지은이)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이용한 추천, 고양이 작가 전형준의 첫 에세이"

    애묘인이라면 SNS상에서 한 번쯤 봤을 온기 가득한 할머니와 고양이 사진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이용한 작가도 반한 그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전형준 작가다. 작가는 집 마당으로 찾아온 길고양이 가족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길고양이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5년 동안 집 근처부터 재개발 지역까지 부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만났고, 고양이와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꼼꼼하게 남겼다. <고양이와 할머니>에 가득 실은 사진 한 장 한 장은 저마다의 각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쓸쓸한 풍경, 빈 골목을 묵묵하게 지키는 고양이들의 하루, 할머니와 고양이의 진한 우정. '고양이와 할머니'의 특별한 시간에 관한 기록을 고스란히 한 권에 담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지은이) | 오월의봄 | 2019년 11월 "장애학이 '도전'인 이유"

    기존에도 장애를 다루는 학문은 있어왔다. 사회복지학, 재활학, 특수교육학 등이다. 이 학문들과 장애학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시점'이다. 밖에서 안을 보느냐, 안에서 밖을 보느냐의 문제다. 기존의 학문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본다.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선 얼마간의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학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는 학문이다.

    시점의 이동은 곧 변혁이다. 눈을 가진다는 것은 이 세계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더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틀 안에서의 자유로 만족하지 않고 그 너머의 주체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룰을 깨부수는 문제다.

    그러므로 왜 장애학이 그 자체로 '도전'인지는 분명하다. 도전의 사전적 정의는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그간 우리가 익숙하게 지녀온 장애에 대한 인식에 싸움을 거는 일이 될 것이다. 놀랍도록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싸움 이후에 우리는 함께 도전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 이르사 데일리워드 (지은이), 김선형 (옮긴이)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시는 기억에, 기억은 뼈에 처박혀 산다"

    배우이자 모델이기도 한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아름다움과 행복한 삶을 자랑하는 플랫폼에서 아이폰 메모장에 쓴 시를 게시한다. 2014년 셀프 출판으로 처음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첫 시집. 흑인-여성, 싱글맘 어머니, 성정체성, 우울증과 성폭력, 약물, 생존자-피해자의 내면과 2차 가해를, '뼈'에 새겨진 뜨겁고 진한 말들을 문장으로 뱉는다.

    그에게 어떤 고통은 "이해하려면 이십 년이 걸리고 간이 망가지는 것들"이다. 아름답고 불우하고 불안정한 젊은 여성에게 그의 섹슈얼리티는 생존에 대한 위협이 된다. "그녀의 손톱/부서지기 쉬운/ 삶/플라스틱 머리카락/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듯한/사랑/립스틱을 바른 입술 /붉게 그을은/피부에/피부에 집착하는 그녀를" 나는 본다. (<여자아이들> 중)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여성, 보는 이와 보여지는 이,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알고 있다. “모든 흑인 소녀들이 고마워할 단 하나의 시집”이라는 평을 얻기도 한 책이 한국 독자에게도 소개된다. 정희진, 임솔아 추천.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이 읽기도 한 시적 자서전 <테러블>이 함께 출간되었다.

  • 신 없음의 과학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은이), 김명주 (옮긴이),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새로운 우주가 열리던 순간"

    2007년, 네 명의 사상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네 사상가는 신 없음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이들은 대화의 내용을 발전시켜 각자의 책을 출간했고, 네 권의 책은 사회에 충격을 가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이 그것이다. 마치 신화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은 신화가 시작된 바로 그 현장을 옮긴 대담집이다.

    대화가 이루어진 당시만 해도 신을 부정하는 것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금기를 깨고 나온 대범한 대화에는 왠지 '나눈다'라는 표현보다는 '지른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들이 '질러버린' 대화는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큰 틀 안에서 연결되는 여러 주제들을 힘있게 옮겨 다닌다. '교회가 텅 비어버리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가?', '모든 종교는 해로운가', '종교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가'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예리한 생각들은 지적 자극을 주는 동시에, 조금씩 결이 다른 네 명의 사상을 비교하는 흥미로움까지 선사한다. 무신론이라는 새 우주를 열어젖힌 순간이 궁금한 이들을 초대한다.

11.152019
  • 여행할 땐, 책
    김남희 (지은이)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 여행과 책"

    세계 곳곳을 걸으며 길 위의 풍경과 사람,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온 여행가 김남희가 3년 만의 신작 <여행할 땐, 책>을 펴냈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여행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필수품이다. 이번 신작에서 여행지와 그녀를 연결해준 책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작가의 여행은 배낭에 넣어갈 책을 고르는 일로 시작한다. 여행지에서 읽을, 여행지와 어울릴 책을 고르며 설렘과 행복감을 느낀다. 때로는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책 속 장소로 훌쩍 떠나보기도 한다. 자유로우면서도 외로운 이방인이 되었던 낯선 도시에서의 시간, 여행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 책에 관한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그리스 이드사 섬과 <인생의 낮잠>, 스페인 산티아고와 <불멸의 산책>, 일본 가마쿠라와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이슬란드와 <스노우 블라인드>. 매혹의 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마흔의 돈 공부
    이의상 (지은이)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중년의 수능, 은퇴를 준비하라!"

    중년, 인생 2막, 은퇴 설계 등을 다룬 책들은 생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는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우리는 절박하고 진지하게 남은 삶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하지 않음'에 대한 핑계 말이다. 억만장자가 되자는 것도 아니고 은퇴 후에도 걱정 없을 경제적 자유, 조금 양보해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달성할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우리는 단지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잘 나가던 공기업 직원이었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했던 사업에 크게 실패하면서 비로소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자신의 처절했던 지난 시절을 공개한다. 그 드라마틱한 인생 굴곡은 책의 설득력을 한층 높인다. 마흔은 분명 선택의 기로다. 어떻게 돈을 불릴 것인가를 명확히 결정해야 할 시기라는 것. 저자는 돈에 대한 생각, 부를 향한 마음가짐, 그리고 실행력이 승부를 가른다고 말한다. 또 실행은 단순하게, 무식하게, 지속적으로 할 것을 주문하며, 지금부터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이 확실하다고 경고한다. 그렇게 수능은 끝났지만 공부는 계속된다. 고3 수험생이 아닌 우리 중년들의 이야기다. 예비 마흔들도 피해갈 수 없음은 물론이다.

  • 도어
    서보 머그더 (지은이), 김보국 (옮긴이)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헝가리 대표 작가, 이야기의 힘"

    유명 작가인 '나'는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는 에메렌츠라는 여성을 추천하며 '그녀가 널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직접 만난 에메렌츠는 마치 바틀비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자신만의 원칙이 확고하다. 우선 일을 해보고 급료를 직접 정할 것이며, 업무 시간 이외에 성가시게 하는 것과 그 어떤 사례도 거절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처음 '나'는 에메렌츠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고, 감정을 나누려고 했다가 되레 상처받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의도치 않게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게 되면서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두 부류가 있고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과 언어의 세계에 자리하는 '지성인'인 ‘나’와 달리, 전쟁과 혁명 속 힘든 개인사를 거치며 노동과 실천의 가치만을 믿는 에메렌츠는 무척 대조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에메렌츠는 '나'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응하는 과정이 소설의 한 축으로 전개되는 한편, 비밀이 많은 에메렌츠가 절대로 열지 않는 '문'에 얽힌 미스터리가 다른 한 축으로 흡인력있게 펼쳐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자체의 역사도 독특하다. 1987년 헝가리에서 출간되며 서보 머그더를 국민 작가 반열에 올려 놓은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에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작가 사후인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등, 계속해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혼자 보는 미술관
    오시안 워드 (지은이), 이선주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보이는 그대로, 마음이 느낀 대로"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술작품을 볼 때 이상적인 방식이나 태도가 있다고 믿던 전통적인 관점이 편협된 방식일 수 있다고 존 버거는 주장했다. 이렇듯 오디오 가이드가 아닌, 권위 있는 평론가의 관점이 아닌, 나 자신의 관점으로 미술관을 '체험'하는 방법을 미술관 이용자는 늘 찾고 있다. 고전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나만의 감동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오시안 워드와 함께 찾아 나선다.

    작가는 '백지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키워드로 제시한다. 마주하는 시간Time, 작품과 나와의 관계Association, 작품의 배경Background, 작품에 대한 이해Understand가 다시 보는 과정Look Again과 평가Assessment로 이어진다. 작품이 지닌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가 그렇게 나의 것이 된다.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그림을 바라보면 그림 속 인물의 크기가 달라지며 인물을 받아들이는 나의 시선도 바뀌게 된다. 규모가 큰 작품은 멀리서 보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영주의 성에 걸려있던 그림이라면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맥락과 전혀 다른 맥락에서 감상이 되었을 것이다. 모네의 명작 <수련>의 우둘투둘한 붓터치가 내 안에서 흐드러지며 피어나는 순간, 마음이 느낀 대로 나의 감상이 시작될 것이다.

11.192019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일러스트 에디션)
    J.K. 롤링 (지은이), 짐 케이 (그림), 강동혁 (옮긴이) | 문학수첩 | 2019년 11월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는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시리즈가 국내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매년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의 수상자이자, 해리 포터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일러스트레이터 짐 케이의 매혹적인 삽화들이 책장 가득 펼쳐져 마법 세계를 생생히 구현한다. 그간 영상화된 캐릭터와 풍경에 상상을 한정하지 않기 위해, 그는 소설 속 각 장소가 묘사된 장면들을 꼼꼼히 반영해 모형을 만들고, 그의 머릿속에 떠올린 등장 인물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실제 사람을 찾아 참고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연필에서 유화까지 이야기의 분위기에 맞는 다채로운 채색과 표현 기법을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짐 케이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되살아난 해리의 이야기. 해리 포터의 오랜 탐독자라면 다시 한번 마법 세계로 흠뻑 빠지는 순수한 기쁨을, 처음으로 해리 포터를 접하는 독자라면 감각을 충족시키는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고미숙 (지은이)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우리가 붙들고 살아야 하는 것"

    책읽기나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대부분 고개 끄덕이며 읽는다. 그러나 재미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던가. 이 책은,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놀랍게도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 글쓰기를 말하는 글쓰기가 이리 재미있으니 계속 읽어볼 수밖에.

    왜 읽는 일은 거룩한가, 쓰는 일은 통쾌한가, 읽고 쓰는 일은 어떻게 삶을 구원하는가.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글 쓰면서 삶의 주인이 되는 일에 대해 힘과 확신을 겸해 써내려간다. 마치 글이 인생의 만병통치약인 듯 느껴지지만 읽고 쓰는 삶을 시작한 사람은 안다. 이것이 과장이 아님을.

    1부 글쓰기의 존재론을 읽고 나면 무엇이든 쓰고 싶어질 것이다. 손이 달 것이다. 그런 당신을 위해 2부에선 실용적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칼럼, 리뷰, 에세이, 여행기까지 이리도 친절하게 글쓰기를 알려주지만, 역시나 읽는 것만으론 소용없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엔 쓰기를 시작하자.

  • 빅히트
    김한진, 김일구, 김동환 (지은이) | 페이지2(page2) | 2019년 11월 "지금 경제가 9회말 2아웃이라면"

    인기 팟캐스트 '신과 함께'의 진행자 김동환 소장을 위시한 세 명의 이코노미스트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2020년의 경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그에 앞서 경제 전반에 대한 상황 인식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최근 10년간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것.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신흥국의 외화 부채가 급증한 반면 미국의 주가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 우리 중화학공업의 부진도 마찬가지다. 기술들은 빠르게 표준화, 평준화되었지만 산업 구조를 바꾸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2020년은 선거의 해다. 특히 트럼프의 재선 이슈는 세계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저자들은 선거를 앞둔 미국의 경제가 조정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경제의 추락도 문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유례없는 비관론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다행히 이를 타개할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그렇게 모두가 삼진을 예상하는 가운데 기업과 개인 모두 빅히트, 아니 홈런을 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 특권
    셰이머스 라만 칸 (지은이), 강예은 (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엄기호, 오찬호 추천! 위장하는 특권"

    두고두고 회자되는 안수찬 기자의 청년 빈곤 르포 제목은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다. 이 시대에 가난은 화장되어 일상에 자연스레 섞인다. 눈 앞의 불편한 가난이 없어진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고 빈곤 계층은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스스로를 탓한다. 가면을 쓰는 건 가난만이 아니다. 특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연간 등록금 4천만 원, 상류층의 자제들만 다니는 세인트폴 고등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참여관찰기다. 뉴 엘리트 계층은 예전의 귀족들처럼 자신들의 특권의식을 과시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섞일 뿐이다. 이들은 클래식한 문화를 소화하는 동시에 힙합 같은 대중문화도 즐긴다. 부모가 가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한 것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노력으로 얻은 능력은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이들의 의식 속에서 특권은 뒤로 숨는다. 전면에 나와 있는 것은 능력이다. 가난도 특권도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을 참여 관찰하며 쓴 책이지만 한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 표지에 있는 대사, "특권이라뇨? 능력이죠!"는 어딘가 낯이 익다. 위장하는 특권, 숨는 가난 앞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11.222019
  •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기욤 뮈소 2019 최신작!"

    유명 작가로 인기의 정점에 선 순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종적을 감춘 네이선. 이후 20여 년 동안 지중해의 한 섬에 칩거하며 어떤 글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온갖 소문 탓에 대중의 관심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섬을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간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던 섬에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섬의 출입을 전면 봉쇄하기에 이른다. 마침 네이선의 은퇴에 얽힌 비밀을 캐내기 위해 잠입했던 기자 마틸드도 섬에 함께 갇히고 마는데…

    수상한 언행을 보이는 네이선과 그의 은밀한 과거를 알게 되었다고 확신하는 마틸드, 그리고 네이선을 흠모해 그가 사는 섬의 서점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라파엘. 세 사람이 서로 얽히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내달리기 시작한다. 빠른 전개와 곳곳에 숨겨놓은 수수께끼로 금세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욤 뮈소의 장기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소설 속 작가 지망생인 라파엘과 네이선의 문답 등을 통해 기욤 뮈소의 작가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특별한 흥미 포인트다.

  •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지은이),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전세대출금을 다 갚기 전까지는 여행을 자제하기로 한 젊은 부부는 여행 대신 공항에서 보내는 휴가를 택했다. 주희는 공항에서 여름나기를 한다는 노인들에 관한 뉴스 기사를 떠올리고, 평생을 '무능한 가장'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의 완고함과, 아버지가 아직 젊은 사람이던 시절 가족이 함께 떠났던 단 한 번의 동해 휴가를 떠올린다. 바다에서 접영을 하던 아버지. '젊고, 활력이 넘치고, 평생 샐러리맨으로만 살기엔 아직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밤잠을 설치던' 아버지가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완벽한 휴가> 中) 그 완벽한 휴가가 기억에서 희미해진 것처럼, 언젠가 오늘의 공항에서의 하루도 흐릿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아버지를 보며 내가 느꼈던 그 애틋함은 분명히 마음 어딘가에 물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마음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어 자신이 무언가를 상실하고 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상의 사람들"의 "오늘 밤이 지나면 사라져버릴지라도 지금은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기미와 흔적을 언어로 붙잡아두는 일"이 이 소설의 일이라고 백수린은 작가의 말을 썼다. 열세 편의 짧은 소설 속 사람들은 소소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추운 방에서 잠을 청하고, 한달 5만원의 커피값에 마음 상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 백수린의 섬세한 문장은 그들의 마음에 남은 자국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본다. 주정아 작가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소설은 더욱 풍성해진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백수린 짧은 소설.

  • 심신 단련
    이슬아 (지은이) | 헤엄 | 2019년 11월 "'매일매일의 이슬아'에 관한 다부진 기록"

    '일간 이슬아' 셀프 연재 프로젝트와, 시즌 1의 연재 원고를 엮어 출간한 <일간 이슬아 산문집>으로 큰 화제를 모은 이슬아 작가. '일간 이슬아' 시즌 2의 연재물 중 산문만을 모아 두 번째 산문집 <심신 단련>을 출간했다. 산문집과 더불어, 두 권의 책도 펴냈는데, 그중 한 권은 시즌 2에 연재된 인터뷰 원고와 사진작가 류한경의 아름다운 사진을 함께 엮은 <깨끗한 존경>,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이슬아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다. 전작을 읽고 이슬아 작가의 글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던 독자라면, 신간 3종 동시 출간 소식이 몹시 반가울 것이다.

    이슬아 작가의 성실한 글쓰기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한 출판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작가로서의 삶과 출판사 대표로서의 삶을 중심으로, 매일매일의 이슬아를 둘러싼 가족, 친구, 운동, 일, 돈에 대한 다부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물, 일, 사람 그 어떤 대상이든 진중하게 대하는 삶의 태도, 자신과 타인 모두를 향한 사려 깊음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심신 단련>과 함께하는 동안 좋은 산문을 읽는 기쁨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1월 "새로운 일본 읽기의 출발점"

    역사학자 김시덕 교수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주 연구 분야로 돌아왔다. 아마도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저자가 아닐까. 그는 앞서 출간된 여러 일본사 저작들이 놓쳤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각각의 이슈들을 고루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시야를 동중국해 연안 지역 너머로 넓혀 크게는 유라시아 판에서 일본의 역사를 바라본다. 일본 열도의 16~17세기 전환기를 다루는 이번 1권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책의 제목이 일본 이야기가 아닌 '일본인' 이야기인 점에도 주목하고 싶다. 무게추를 국가가 아닌 인간에 둔 것일 터.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실력"이라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균형 잡힌 시선, 새로운 통찰,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이야기'라는 책소개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향후 수년간 총 다섯 권 분량으로 이어질 예정이라 하니 독자들의 응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다.

11.262019
  •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이해인 (지은이)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이해인 수녀 신작, 희망.사랑.기쁨의 시&산문"

    시인으로서 사십 년, 수도자로서 오십 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는 '기도이자 러브레터'인 시와 산문을 꾸준히 선보이며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왔다. 2019년의 끝자락에 새로 펴낸 <그 사랑 놓치지 마라>는 <기다리는 행복>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산문집으로, 수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당부이자 위로의 글을 소복이 담은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여러 해 동안 소개해온 시 작품과 시에 어우러지는 산문이 짝을 이루어 소개된다. 익히 알고 있는 기존의 시 작품들을 다시 읽는 기쁨, 시를 품은 고운 결의 산문을 새로 읽는 기쁨을 동시에 선사한다. 수녀의 맑고 따스한 언어로 담긴 희망.사랑.기쁨의 메시지들이 지치고 상한 마음을 다독이고, 평온과 기쁨의 날들로 채워줄 것이다.

  • 짐 로저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짐 로저스, 백우진 (지은이)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1월 "이제 한국 경제가 뛰어야 할 시간"

    월가의 거장 짐 로저스가 '한-아세안 CEO 서밋' 참석차 한국에 왔다. 우리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그리고 그에게 흔히 '세계 3대 투자자'라는 진부한 수식어를 붙여 왔지만 지금 누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는 중요치 않다. 세계적 투자자들 가운데 지금 우리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은 단연 짐 로저스다. 일찍부터 아시아의 힘을 예견해 왔던 그다. 특히 통일 이후의 한국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어쨌든 그의 방한은 지난 10월에 이어 한 달 만의 일이다. 그는 작년에도 두 차례나 방한했었다. 그를 한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은 대체 무엇인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집필한 이번 책에서 그는 다시 한 번 한반도의 미래를 낙관한다. 일본에서 펴낸 책에선 50년 후 일본은 사라진다고 했던 그이기에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닐 터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주변국들의 경제 이슈,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한계, 한국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함께 짚는다. 중요한 건, 그의 예측과 전망이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한반도의 미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자, 그에게서 바통을 건네받을 시간이다. 뛸 준비는 되어 있는가?

  •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 심심 | 2019년 11월 "은유 추천! 믿고 싶지 않지만 밝혀져야 하는 것"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평생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말이다.

    불우한 아동기를 버텨내고 성공 신화를 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좀 고루하게 느껴지긴 한다. 재미없고 낡은 서사다. 그래도 그것은 서사적 측면일 뿐, 개개인의 인생에선 이런 성공 신화가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랐다. 더 지겨워질 정도로, 일상적으로. 그래야 세상에 공정함이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위안 삼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현실은 바람과 다르다. 어린 시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20년 짧단다.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질병에 걸릴 확률은 최소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믿고 싶지 않을지라도 밝혀져야 하는 진실이 있다. 소아과의사인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돌보던 낙후 지역의 환자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불행과 질병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불우했던 그 자신의 어린 시절 배경을 바탕으로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한 연구였다. 대단한 발견이지만 그저 "멋진 의사야"하고 마지막 장을 덮기엔 책이 말하는 내용이 무겁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이제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해야 한다. 몇 개의 숫자로 찍히는 출산율보다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잘 길러낼지" 아니겠나.

  •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 왕 (지은이), 김지은 (옮긴이) | 비룡소 | 2019년 11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멋진 일"

    드레스 입기를 사랑하는 왕자 세바스찬과 자신만의 디자인을 꿈꾸는 재봉사 프랜시스의 이야기.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2관왕에 이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으로, 두 사람이 펼쳐나가는 꿈과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래픽 노블이다.

    프랜시스는 말단 재봉사로 일하던 중, 세바스찬에게 발탁돼 그를 위한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멋진 드레스를 입고 파리를 돌아다니는 세바스찬은 최고의 패션 아이콘 '크리스탈리아'가 되지만, 이 모든 일은 절대 비밀이다. "왕자는 이래야 해!"라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 그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세바스찬은 물론이고 프랜시스 역시 아무리 멋진 드레스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진짜 꿈을 숨기고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여 진짜 나를 숨길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어요." 프랜시스가 세바스찬을 처음 만났을 때 건넸던 말처럼, 둘은 서로에게 전한 용기를 통해 세상에 진짜 나를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좋아하는 것을 향한 솔직한 애정,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단단함,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모두가 이 멋진 마음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1.292019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지은이)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추석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 신작!"

    먼저 책 속의 문장을 함께 읽어보자. “텍스트 정밀 독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정식화된 절차를 외우는 대신, 상대적으로 더 훈련된 감수성을 지닌 독해자를 만나 그와 더불어 상당 기간 동안 함께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열고 단련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텍스트를 읽어나갈 상대로 적임자를 찾은 것 같다. 김영민 교수다.

    이 책은 그가 구상 중인 ‘논어 프로젝트’의 프롤로그 격이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우리의 손을 붙잡고 ‘논어 번역 비평’, ‘논어 해설’, ‘논어 새 번역’으로 논어를 샅샅이 안내할 예정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으로,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는 에세이다. 물론 김영민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회적 감정에 대한 촌철살인과 시니컬한 위트는 이번에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와 함께하는 10년이 지난 후, 논어라는 텍스트를 정밀하게 “독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 우리를 기대한다.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연말 에디션)
    황인찬 (지은이) | 창비 | 2019년 11월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

    황인찬이 돌아왔다.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이후 4년, 60년 전 출간된 전봉건의 첫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제목을 빌린 세번째 시집으로. "전봉건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데 어째서 그를 사랑하느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유 같은 것은 언제나 나중에 붙는 것이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시집이 황인찬의 것임을 새삼 알아채게 된다. 말을 '되풀이'하며 장난처럼 말하던 시의 세계가 전환한다. '차가운 정념으로 비워낸 시'(김현, 추천사)가 묘사하는 장소들.

    과거의 어느 시절의 장소들. 과거의 학교 (<무대의 생령>) 혹은 폐업한 온천 (<부곡>) 혹은 시골에 있는 나의 작은 집(<피카레스크>) 혹은 방학 직전의 어느 날의 교실 (<재생력>). 애틋함만 남아있는 퇴락한 장소를 기억한다. 위기라고 해도 '지구의 위기까진 아니어도 마을의 위기쯤은 되는 사건' (<재생력>) 정도일 것을 알고, 작은 성장을 이뤄나가겠지만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 영화는 상영되겠지만, 나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 '앞으로 벌어질 마음 아픈 일들을 알지 못하는 방학 직전 어느 날'(<재생력>)을 이미 지난 이들의 이야기를 시로 쓴다면 꼭 이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는 증오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증오와 의심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만났고, 그것들을 좋아했으며, 그러한 일들이 모여 이 시집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황인찬이 돌아왔다.

  • 사춘기 사전 세트 - 전2권
    박성우 (지은이), 애슝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박성우 시인의 '아홉 살 사전 시리즈' 후속작"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박성우 시인의 '아홉 살 사전' 시리즈 후속작이다. 사춘기를 전후로 자신에게 다가온 변화와 복잡해진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소개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들도 작가 특유의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쉽게 풀이했으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예시 상황과 애슝 작가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는다. <사춘기 준비 사전>은 비교적 익숙하고 쉬운 단어들로, <사춘기 성장 사전>은 다소 낯설지만 알아 두면 유용한 단어들로 구성해 난이도에 맞게 살펴볼 수 있다. 어렴풋이, 토로하다, 괴리, 문외한 등 보다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부터 한자어 중심의 고급 어휘까지 폭넓게 수록했다.

    '사춘기 하면 떠오르는 말', '자주 쓰는 표현' 등 사전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된 126개의 단어들로 실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 그 마음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은이), 진서희 (옮긴이)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스티븐 킹 신작, 몸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남자"

    스콧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외형은 그대로지만 몸무게가 매일 0.5kg씩 줄어들고 있는 것. 게다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체중계에 오르면 무게가 더해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마치 무중량 상태에 있는 우주 비행사의 몸처럼 변하는 중이다. 절친한 의사인 밥에게 찾아가 보지만,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그도 어쩔 도리가 없다. 혼돈 속에서 스콧은 생각한다. '중량'도 '시간'처럼 어떤 비가시적인 힘을 측량해보려는 인간의 미미한 시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마침내 그는 달력에 몸무게가 0이 될 날을 표시한다. 변화를 덤덤히 받아들이며 삶을 지속하기로 한다. 하루하루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마을 풍경의 아름다움부터, 사람들의 공공연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들까지도. '호러 소설의 대가'로 칭해져온 스티븐 킹의 따뜻한 시선을 만날 수 있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