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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020
  •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오찬호 (지은이) | 북트리거 | 2020년 8월 "오찬호,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열심히만 살면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판타지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기준으로 성공한 삶을 살면서 스스로 노력만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하받을 일이지만 추앙받을 일은 아니다. 그는 수많은 행운을 만났지만 그것이 행운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고, 그 어리석음을 전시함으로써 불평등을 가리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오찬호는 이 책에서 14가지 키워드로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각각의 키워드에서 살피는 것은 별 탈 없어 보이는 표면, 그 아래에 숨은 불평등이다. 대부분의 진실이 그렇듯 사회의 불평등은 뻔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어떤 현상과 사건에서 이를 포착해내기 위해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을 도와준다. 키워드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사례와 그에 대한 상반된 두 명의 견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세상을 똑바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마중물로 적절한 책이다.

  •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지우 (옮긴이) | 한길사 | 2020년 9월 "어쩌면 그때가 내 유년 시절의 마지막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독가에 지성과 기품이 넘치는 부모님,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소녀 조반나. 그의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숨죽여 한 말을 엿들었을 때부터였다. "조반나가 빅토리아를 닮아가." 소녀는 귀를 의심했다. '빅토리아 고모'라니.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누이 빅토리아는 "추함과 사악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부모님은 고모를 수치스러워한 나머지 없는 사람 취급해왔다. 언제나 달콤한 칭찬을 늘어놓던 아버지가 소녀를 그런 고모와 동급으로 끌어내린 것이었다. 조반나는 슬픔 속에서도 빅토리아의 얼굴을 알고 싶다는 묘한 열망에 휩싸이지만, 아버지의 앨범 속 고모의 사진은 모조리 검은색 사인펜으로 칠해져 있다. 빈민가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아버지에게 고모를 비롯한 친가 식구들은 평생 얽히고 싶지 않은 대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조반나는 직접 빅토리아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 보기로 결심하는데…

    조반나는 회상한다. "그때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망가져버렸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가 내 유년 시절의 마지막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확고하다고 믿어왔던 세계에 생긴 균열. 그 어긋남을 외면하고 지나치려 하자 와르르 무너져내린 하나의 세계. 붕괴는 서서히 진행된다. 마치 길고 끈질긴 장마처럼. 뇌우를 동반한 폭풍우, 예고 없는 소나기와 찰나의 햇빛과 같은 사건들. 그 모든 것은 의심 없이 행복할 수 있었던 삶에 종결을 고하고 '유년기'라는 이름을 붙인다. 폭풍이 휩쓴 자리에 허무만이 남았을 때, 조반나는 비로소 느끼게 된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무언가에 단단히 가려져 볼 수 없었던 것들과 일부만 두드러져 보였던 것들의 이면을 볼 수 있게 되었음을. <나폴리 4부작>으로 우리를 매혹시킨 엘레나 페란테가 또하나의 강렬한 작품으로 돌아와 새로운 계절을 연다.

  •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
    데이비드 블랜드,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지은이), 유정식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8월 "무엇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번뜩이는 것이 없군요. 다음 회의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씩 준비해 오도록 합시다." 사장의 한마디에 직원들은 아이디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열린 다음 회의. "좋아, 바로 그거야! 그렇게 해보도록 하지요" 사장의 마음에 쏙 든 아이디어가 있었고 순식간에 새로운 프로젝트 팀이 꾸려진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을까. 프로젝트는 보기 좋게 실패하여 구성원들은 각자의 팀으로 흩어진다. "좋은 아이디어를 고객들이 알아주지 않는군!" 사장은 푸념 섞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위로한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제아무리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라한들 실현이 어렵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면 무슨 소용일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결국 성공하는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다. 이는 곧 실패를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하나하나 실패를 경험하는 수고를 덜었다. 바로 이 책 덕분이다. 책에 수록된 44가지 아이디어 실험법을 통해 우리는 실전에 앞서 그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에 나서는 이는 드물 터다. 그 목적지가 '새로운 사업의 성공'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면 다 될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우리에겐 44가지나 되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급선무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갈 길은 멀다.

  • 민족
    아자 가트, 알렉산더 야콥슨 (지은이), 유나영 (옮긴이) | 교유서가 | 2020년 8월 "우리 마음 속 민족의 근원을 찾아서"

    민족이나 민족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도 소국민의 입장이 그럴 테다. 대국이 바라보는 민족에 대한 시선은 종종 폭력적이다. 일제에 맞서 싸운 우리 민족이 그랬고, 나치가 탄압했던 유대인이 그랬으며,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티베트가 그렇고, 더 크게는 서구가 보는 중동이 그러하다. 민족과 종족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것. 그 한편에 민족을 근대의 발명품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민족이란 느슨했던 공동체를 한데 결합시킨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동원 과정의 산물이다.

    <문명과 전쟁>으로 널리 알려진 아자 가트는 이번 신작에서 민족에 대한 그러한 시선은 근대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초점을 둔 근대주의자들의 연구로부터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비로소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깊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종족은 언제나 정치적이었고 민족은 고대인들에게도 중요한 개념이었다. 민족주의는 대대로 우리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해 왔는지도 모른다. "민족주의는 마음의 상태다." 인간 본성을 향한 아자 가트의 연구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9.42020
  • 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 (지은이), 임지연 (옮긴이) | 북라이프 | 2020년 8월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전에는 해본 적이 없는 말들이다. 바로 '뛰지 마'와 '울지 마'다. 집에서 뛰는 건 아랫집에 피해를 주니 그렇다 치자. 우는 것은 어떤 피해를 주기에 아이가 울면 '뚝!' 소리부터 하게 되는 걸까. 울음 소리가 시끄러워서? 아니, 아마도 아이가 울면 당황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이의 상황과는 상관없는 부모의 사정이다. 갑자기 육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는 한창 감정 표현을 익히고 표현해야 할 아이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것을 대물림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배워 온 그대로 말이다. 감정 숨기기는 미덕이다. 직장에서 감정을 그대로 분출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그러니 감정 표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저자에 따르면 감정 표현이 불편하고 어색한 건 당연한 일이며 약점을 감추려는 일종의 보호 본능이란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삶의 여러 힘든 감정과 장애물을 더 잘 극복해내기 위함이다. 가령 슬픈 일이 있다면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할 게 아니라 지금 나의 상황을 주위에 털어놓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그 슬픔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물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최대한 구체적인 단어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이 답답함은 화일까 분노일까, 아니면 불안함일까 초조함일까. 당신의 감정은 어느 쪽인가?

  • 짧게 잘 쓰는 법
    벌린 클링켄보그 (지은이), 박민 (옮긴이) | 교유서가 | 2020년 8월 "자연스러운 문장은 자연스럽게 써지지 않는다"

    일필휘지. 영감을 받아 폭포처럼 흘러나오는 글. 이 책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글에 관한 편견과 환상을 깨부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할애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떠오르면 쏟아지는 빗물을 받아내듯이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명료한 문장 없이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선 명료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문장은 결코 말하듯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짧게 끊어 쓰고, 적확한 단어를 찾아보고, 골라 쓰고, 퇴고, 퇴고,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도의 노력과 세밀한 작업을 통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글쓰기가 곧 고통이라는 사실을 기본값으로 여기라고 말하는 이 책은 그 자체가 리듬감 있는 단문들로 명쾌하게 쓰였다. 문장 자체가 목적이라는 저자의 말을 책의 형식이 든든히 뒷받침한다.

  •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이병률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당신을 보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을 때"

    이병률이 3년 만에 시집으로 우리를 찾았다. '당신을 보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을때 어찌해야 하나. (<눈물이 핑 도는 아주 조용한 박자> 中), '나도 당신에게 과잉했었다' 너무 늦게 깨닫게 되면 어찌해야 하나. (<적당한 속도, 서행> 中) '배웅과 마중 가운데 무엇을 할까 / 당신이 오는 일이라면 / 당신이 떠나는 일이라면' (<의문> 中) 당신은 가려 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다시 말해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하면 어찌해야 하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눈사람 여관(이병률, 2013)' 같은 곳에서 기어이 이별을 마주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찌, 해야하나.

    '요즘 참는 건 돌아다니는 일'이 아닌, 실은 '살아 있음을 참'는 것 같은 팬데믹의 나날. (<틀> 中) 우리가 참고 있는 것이 이 오랜/오랠 고립이 맞는지, 그게 맞다면/아니라면 어찌해야 할지 자꾸만 멈추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은 이병률의 잔잔한 슬픔을 닮았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같은 시집 뿐 아니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같은 여행 산문집을 통해서도 떠남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병률이다. 그의 글과 함께 떠난 숱한 여행의 바람 냄새가 이 시의 말에 묻어 떠나려 해도 떠나기 어려운 우리의 시간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당신은 가려 하고 우리는 갈 수 없는 지금, 이병률의 시가 우리에게 돌아왔다.

  • 너의 운명은
    한윤섭 (지은이),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8월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작가 신작"

    2011년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서찰을 전하는 아이>의 작가 한윤섭의 신작. 분단의 상황과 의미를 미스터리처럼 선보였던 <봉주르, 뚜르>, 동물들이 처한 섬뜩한 공포를 다룬 <해리엇> 등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었던 그가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결합한 역사동화로 돌아왔다. <너의 운명은>은 구한말 의병과 독립군을 소재로, 한 소년이 의병이 되어 만주로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 늦여름, 열한 살 아이는 자신과 나라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과 어머니는 양반처럼 잘 살 수 없는지, 왜 조국은 일본에 지배받게 되었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주인공. 고민 끝에 아이는 안팎의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길을 나서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주저앉지 않고 빛을 찾아 나선 용감한 아이의 이야기가 긴 여운과 감동을 전한다.

9.82020
  • 초격차 : 리더의 질문
    권오현 (지은이)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권오현, 전화위복을 말하다"

    20여 년간 전문 경영인으로 삼성전자를 이끌며 반도체 신화를 이룩한 권오현 전 회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펴낸 전작 <초격차>로 많은 후배 경영인들을 응원했던 그다. 그리고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가 현장을 떠나 있던 그 2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불경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많은 경영인들이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것. 급하고 절박한 마음에 옆에서 제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을 때다. <초격차>가 들려주었던 주옥같은 경영의 정수도 마찬가지. 그 현장의 난제 해결을 위해 권오현 회장이 돌아왔다.

    전작이 권오현 회장이 일궈 온 경영 성과와 철학을 정리했다면 이번 신작은 '이 상황에서 권오현 회장이라면 어떻게 할까?'가 그 핵심이다. 실제로 권 회장은 책 출간 후 수많은 리더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책의 구성 역시 리더들의 고민과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는 현장에서 떨어져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영이 마주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예상했겠지만, 이 책에 경영의 묘약이라든지 임기응변식 처방 같은 건 없다. 권 회장이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격차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 눈물점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김소연 (옮긴이) | 북스피어 | 2020년 9월 "새로운 괴담의 막이 열린다"

    에도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계절의 풍취에 맞춤한 아름다운 주머니만큼이나 특별한 '괴담 자리'로 명성이 높다. 수많은 사람들이 미시마야를 찾아 마음에 맺힌 각양각색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명심해야 할 이곳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그동안 의연하고도 사려 깊은 태도로 손님들의 기이한 사연에 귀기울여온 오치카. 올해부터 그의 자리를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가 물려받게 되었다는 큰 변화가 있다.

    듣는 사람이 바뀌니 찾아오는 손님과 이야기의 면면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겨, 미시마야 괴담 자리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얼굴에 갑자기 생겨났다가 튀어나와 도망치는 눈물점,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는 절대 올라가선 안 되는 언덕, 고을과 고을 사이를 달리는 파발꾼을 계속 따라오는 정체불명의 물질, 돌연 길을 잃고 괴기스러운 저택에 갇혀버린 여섯 명의 사람들. 네 편의 강렬한 이야기가 마치 괴담 자리에 함께 앉아 듣는 듯 생생하게 다가와 순식간에 일상을 빨아들인다. "미시마야 시리즈에 몰입할 때야말로 이야기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는 미야베 미유키. 지금까지 미시마야에서 이야기된 괴담은 총 31개인데, "마지막까지 이야기해 버리면 정말로 괴이가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99화에서 완결할 예정"이라고 하니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 미안함에 대하여
    홍세화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회의하는 자 홍세화의 날카로운 비판"

    홍세화는 "나이 듦에 따라 웅숭깊은 지혜를 담은 글을 써야 하는데, 여전히 불온한 글을 쓰고 있"어서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쓴소리를 하는 그의 존재가 우리에겐 든든함이다. 이 책은 6년간 저자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모음집이다. 6년 전,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 지금 코로나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건너온 시간들마다 놓친 약자들을 살뜰히 살핀다.

    그의 칼럼들엔 항상 일말의 분노가 서려 있다. 대물림되는 가난과 쉽게 망가지는 약자들의 삶,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배 계층을 오래 보아오면서 묵힌 분노다. 오래된 분노는 체념이 되기 쉽지만 그는 이 묵직한 감정을 버리지 않는다. 체념이 커질수록 세상은 편하게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가난이 가난으로, 부가 부로, 약자가 약자로, 강자가 강자로 굳어가는 세상 앞에서 그는 "안간힘처럼" 목소리를 내놓는다. 대물림되는 건 다른 무엇이 아닌 존엄이어야 한다고.

  • 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은이)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그냥 빙글빙글 돌고 싶습니다.""

    “뭐 같아 보여요, 우주군?”
    “엄청 똑똑한 사람들과 멍청한 시스템. 그래서 매일매일이 시트콤인 군대?”

    10월 중순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는 지구, 이 이상기후의 원인은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태양이다. 일명 팩맨으로 불리는, 먹다 남은 피자 같은 모양의 태양은 지구의 위협이며 우주군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군은 저 태양을 안전하게 제거하거나, 적어도 제거하려 했다는 시도의 증거라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지구에서 화성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지구와 화성이 직접 통신하려면 최소 6분에서 최대 47분의 통신 딜레이가 발생하고, 이 소통의 지연은 필연적으로 불통을 낳는다. 두 개의 태양, 속을 알 수 없는 화성 인류의 움직임.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매력적인 사람들과 어설픈 시스템으로 구성된 우주군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 앞의 위협에 맞서 분투한다. 유능한 원격조종사 한섬민 중사, 우주군의 넘버원 구예민 참모총장, 우주군 감찰실장 박수진 소령, 우주군에서 군복무중인 아이돌 멤버 이자운 일병, 야심 가득한 화성총독 이종로 화성정무관 등 다채로운 등장인물이 와글와글 대사를 치는 동안 전개되는 우주의 대위기.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우주군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온갖 것들로부터 인류를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이야기를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SF 작가 배명훈이 애정을 담아 전한다.

9.112020
  •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메이어 (지은이), 이경남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일할 맛 나는 믿음의 경영"

    규칙이 없다는 회사를 이야기하자니 갑자기 로터리라 불리는 회전 교차로가 떠오른다. 회전 교차로의 사고율은 일반 교차로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신호등이라는 강력한 규칙 대신 운전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결과다. 그렇다면 회사의 모든 신호등을 없애고 회전 교차로로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타깝게도, 사고율이 감소하는 건 회전 교차로가 1차로인 경우다. 회전 교차로가 2차로 이상인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이는 곧, 회사의 규모가 크고 복잡해질수록 규칙을 없앤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회사가 커질수록 경영자는 전에 없던 온갖 규칙으로 직원들을 옥죄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라면 교차로 사고를 두고 도로 설계나 신호 체계 대신 운전자를 탓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는 그럼에도 신호등을 없앴다.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아니 있어야 '정상인' 규칙들이 넷플릭스에는 없다는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고백은 많은 리더들을 당황하게 한다. 경영이란 규칙을 만들고 관리 감독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헤이스팅스는 그건 경영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관리는 직원들 스스로의 영역이며, 경영자는 '믿음'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 바로 직원들이 회사에 믿음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하지 말라는 소리다. 직원들의 역량에 대한 믿음 역시 중요하다. 운전자들의 기본기를 믿는 자만이 회전 교차로를 설치할 수 있다. 교통 흐름보다 교통 질서를 중시하는 리더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매 신호마다 멈춰 서야 하는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말이다.

  • 복자에게
    김금희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189쪽) 이영초롱이 받은 고모의 편지에서 제주는 이렇게 묘사된다. "꽃처럼 다채로운 지붕의 집들을 피우고 보리밭과 해바라기밭을 보듬으며 거기에"(181쪽) 있는 고고리섬. 위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착륙하면 '슬픔이 먼지처럼 피어'오르는 곳. 판사 이영초롱은 이 제주에서 다시 살게 되었다. 처음엔 어린 시절 IMF로 가계가 어려워져서였고, 이번엔 법정에서 욕을 해서 일종의 징계로 좌천되었기 때문이다. 이영초롱에겐 어린 시절 제주에서 다정하게 지낸 친구 복자가 있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복자와 나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었고, 내겐 복자에게, 로 시작되는 부치지 못한 편지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제주에서 나와 복자는 필연적으로 재회한다.

    어린 시절 고모는 "만약 마음에 미안함이 있다면 그것만은 간직하고 살아가렴. 미안함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니까."(66쪽)라고 이영초롱에게 말했고,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100쪽)라고 일기를 쓰던 이영초롱은 그런 것들을 잊지도, 잃지도 않은 어른이 되었다. 일하고 싸우는 정의로운 여성들의 섬 제주에서 영초롱과 복자의 우정은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는'(237쪽) 복자의 말처럼 재생되어 어느덧 새 살이 돋는다.

    이영초롱, 그의 친구 복자, 그의 고모, 복자의 할망, 제 가족의 아픔을 겪고서도 복자를 돕는 익명의 사람들, 숭고하게 노동하고 정의롭게 싸우는 사람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은 '가난한 사람, 슬퍼할 줄 아는 사람, 온유한 사람, 올바른 것을 위하다 힘들어진 사람'(66쪽)들이야말로 '복을 받아야 할 사람'(복자라는 이름은 의미심장하게 읽힌다)이라고 말하는 이런 소설일 것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다정하고 바른 문장으로 가득해 몇 번이나 멈추어 옮겨 적고 싶은 소설. 이 시기의 우리에게도 누려 마땅한 정의로움이 있다고 말해주는 넓고 활달하고 깊은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김금희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소설이 도착했다.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장기하, '나'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십 년 동안 이끈 후 마무리하고, 현재는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 중인 뮤지션 장기하. 노래와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온 그가 처음으로 장문의 글을 써서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독자들에게 건넨다. 책에는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일상 생활자로서 경험한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백한 문장으로 담겨 있다.

    원인도 치료법도 알려지지 않은 국소성 이긴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되면서 프로 드러머의 꿈과 기타를 포기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롭게 계획하고 실천했던 경험을 나눈다. 즐겁고도 해로운 취미인 술을 때때로 즐기기, 채식 생활하기, 혼자 또는 함께 달리기,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기 등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작은 노력들을 들려준다.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데 힘쓰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란 삶의 태도와 자신의 기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장기하다운 '나로 살기'에 관한 이야기는 유쾌하면서 굉장히 유익하다.

  • 목마름
    요 네스뵈 (지은이), 문희경 (옮긴이) | 비채 | 2020년 9월 "피를 마시는 킬러가 해리 홀레를 노린다"

    오슬로에서 기이한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살해된 사람의 목에 남은 물린 자국과 사라진 피. 살인자가 피를 마시고 쾌감을 얻는 ‘뱀파이어병 환자’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장관 자리에 오르려는 야망으로 가득찬 경찰청장 미카엘 벨만은 경찰을 등진 해리 홀레를 협박해 수사를 맡도록 한다. 다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을 깬 해리. 살인 현장의 사진을 본 그는 무언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무언가 알 것만 같다. 마치 "모르는 밴드의 음악을 들었는데 그 곡을 누가 썼는지 아는 것"처럼, 혹은 "기억에서 지워진 꿈의 메아리"처럼.

    전설적인 형사 해리 홀레. <폴리스> 이후 3년 동안 그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연인 라켈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안온한 나날. 해리는 생애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사를 오가던 날들은 아득했다. 다시 피의 냄새가 진동하는 범죄의 한복판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내가 아는 건 살얼음판 같은 행복 위를 걷는 게 무섭다는 거야. 어찌나 무서운지 어서 끝나기를, 그냥 물속에 빠지기를 바라지.” 행복의 크기에 비례해서 계속 커져가는 두려움. 불안한 행복을 뒤로 하고 차라리 익숙한 불행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목마름. 피를 갈망하는 살인자의 목마름과 범죄에 이끌리는 해리의 목마름이 서로를 알아본다. 해리는 오슬로를 구하고 겨우 찾은 자신의 행복 또한 지켜낼 수 있을까.

9.152020
  • 연년세세
    황정은 (지은이) | 창비 | 2020년 9월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여기서"

    황정은 연작소설. 이 소설은 다음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순일이 차녀 한세진과 함께 철원군의 외조부의 묘를 없애는 이야기 <파묘>, 장녀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백화점 판매원 한영진의 이야기 <하고 싶은 말>, 어릴 적 '순자'라고 불리던 이순일의 피란과 고난, 친구 순자와 얽힌 옛 이야기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한세진이 북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뉴욕을 방문하며 이순일의 이모 '윤부경'의 아들 노먼을 만나는 이야기 <다가오는 것들>. 이순일은 한영진의 가족과 함께 살며 그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한세진이 조금 겉돌긴 해도 가족은 대소사를 함께하며 자주 안부를 나눈다. 이순일의 옛 이름 '순자'만큼이나, 여타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범상한 풍경. 황정은은 작가의 말에 이 이야기들에 대해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라고 썼다.

    이번엔 <무명> 속 용서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순일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106쪽, 142쪽) 피란을 거치며 이순일의 동생은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이순일은 이 사건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리라는 것을,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는 것을 안다. 장녀 한영진은 그 집의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취업을 했고, 이순일은 항상 새 밥과 새 국으로 귀가하는 한영진을 맞았다. 한영진은 "그 상을 향한 자부와 경멸과 환멸과 분노를 견디면서." (80쪽) 월급봉투를 내밀곤 했다. 이순일은 한영진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안다. 한영진이 말하지 않으면 이순일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는 것을 이순일은 알고" (142쪽) 있기에. 말하는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들, 황정은의 문장은 수십 년의 이야기를 건너뛰며 그 사이의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삶은 이미 다가와 있다.

    <다가오는 것들> 속, 다시 용서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한세진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한세진의 여자친구 하미영은 안산에 생명안전공원을 만드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작된 홍보 영상물 속 단어 '명품도시'를 보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게 만들었어. 용서할 수가 없어." (174쪽) 이순일의 이모 '윤부경'은 미국인과 결혼해 '안나'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살았다. 동네의 한국인들은 '양갈보, 양색시'라고 '안나'를 불렀다. 윤부경의 아들 노먼은 '그 말을 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들이 사용하는 말 자체를 용서하지 않기로'(177쪽) 하고 한국어를 쓰지 않는다. 어떤 혐오는 '용서할 수가' 없고, 용서하지 않은 채로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디디의 우산>이 광장 이후의 우리에게 던지던 질문이 <연년세세>에서도 이어진다. 이순일이 겪은 폭력과 고난, 한영진과 한세진이 겪고 있는 피로와 몰이해. 우리의 삶은 연년세세 계속되고, 이 세계는 여전히 '용서할 수가 없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182쪽)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은이), 김은령 (옮긴이) | 김영사 | 2020년 9월 "덜 소비하고 더 나눌 것"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 버릇처럼 입에 물들었던 이 말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고 살기 편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편하고 편리함은 일방의 입장. '안전한' 화장품 뒤에는 매일 눈알에 화장품을 넣는 실험을 당하는 동물들이 있고 쾌적하게 달리는 차가 속도를 내는 만큼 지구는 더워져간다. 내 삶이 편해지는 동안 세상의 어딘가는 필연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호프 자런은 이 책에서 그가 살아온 50년간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 일부 인간의 입과 위를 즐겁게 할 소와 돼지들을 살찌우는 데에 곡식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그만큼의 곡식을 먹지 못해 죽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일부 인간이 좋아하는 생선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은 생선이 먹이로 쓰이는지, 우리가 편한 삶을 사는 동안 빙하는 얼마나 녹았고 쓰레기는 얼마나 늘었는지를 데이터로 정리해 그의 삶과 엮어 들려준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이제 중대한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덜 소비하고 더 나눌 것. 조금 더 풍요롭게 살고자 망가뜨려온 세계가 이제 우리 앞에서 끝없이 어둡고 깊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호프 자런의 제안이자,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다.

  • 박막례시피
    박막례, 김유라 (지은이) | 미디어창비 | 2020년 9월 "식당 경력 43년 내공 박막례 할머니 인생 레시피"

    130만 구독자의 Korea Grandma 유튜버를 운영 중인, 셀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진짜 '셀럽' 박막례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레시피북이 드디어 출간됐다. 유튜버가 되기 이전, 43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노하우를 살려 반찬에서부터 분식, 국물 요리, 그리고 김치까지 비장의 레시피를 빼곡히 담았다.

    사실 전설의 시작은 '간장 비빔국수' 레시피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1년 만에 458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들에서 이 레시피를 다루기도 했다. '요리는 닉김'이라며 대충대충 계량을 하는 할머니의 손에서 탄생하는 다양한 요리 속에는 할머니의 희로애락이, 할머니의 인생이 온전히 담겨있다.

  •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혼자의 삶"

    20대와 30대에 겪었던 극심한 거식증과 알코올 의존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와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개를 향한 애정을 그린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총 세 권의 에세이를 펴내고 42세의 나이로 사망한 미국 여성작가 캐럴라인 냅. 그녀가 30세부터 42세까지 썼던 글을 모은 이 책은 작가의 삶과 생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유고 에세이집이다.

    그녀의 그리 길지 않은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독'이다. 회피하고 싶은 일들 앞에서는 술에 지독하게 빠져들었고,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일 땐 음식을 거부하고 스포츠에 몰두했다. 중독에 의해 절망적이고 끔찍한 삶을 살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극복해냈다. 실수와 결함이 많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했으며,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면서 스스로를 '명랑한 은둔자'라고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딸로서, 여성으로서, 여성작가로서의 삶과, 혼자 사는 삶을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언니 같고 친구 같은 그녀의 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얼마나 가득한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

9.182020
  •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은이) | 수오서재 | 2020년 9월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류시화가 마음에 건네는 시.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15년 만에 독자에게 말을 건다. 엮은이의 말에서 언급하듯 애매모호함 없이 더없이 명료하게 가슴에 다가가는 시, 그리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164쪽)를 가려 실었다. 수수한 말로 삶에 색채를 불어넣는 감각 있는 시라면 멕시코 복화술사의 시부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문학상 수상 작가의 시부터 페이스북 시인의 시까지 위계를 두지 않고 나란히 두었다.

    지금 내 마음이 필요한 소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마음에 특히 와닿는 시가 때마다 다르게 보일 듯하다. 팬데믹의 시대를 살며 새로움을 시도하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리는 이 시기의 내게는 특히 이런 시들이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정화> 부분, 18쪽)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위험들> 부분, 32쪽)
    "흉터가 되라 /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 부끄러워하지 말라. (<흉터> 전문, 42쪽)
    "나는 배웠다 / 어떤 일이 일어나도 /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보여도 /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부분, 86쪽)
    "당신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 삶을 부여잡고 /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중요한 것은> 부분, 49쪽)

    첫 장에 실린 라이너 쿤체의 시처럼,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11쪽) 꽃은 제가 피어날 시기가 되면 어느 장소, 어느 시기이든 틀림없이 피어난다. 당신의 꽃도 언젠가 제 향을 드러낼 것이다. 시를 만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배우 김혜자, 시인 도종환이 추천했다.

  •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은이), 이경식 (옮긴이) | 부키 | 2020년 9월 "개인주의가 더이상 나의 길이 아니라고 느낄 때"

    데이비드 브룩스가 말하는 첫 번째 산은,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이다. 드넓은 자유 속에서 직접 선택한 커리어, 매 순간 발전시켜 나가는 자아, 절대 선처럼 취급되는 개인주의의 비호를 받으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삶. 이런 삶은 이미 현대인에겐 당연한 것이라 익숙하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 된통 넘어지는 때가 온다. 의미를 모르겠는 자기계발, 바닥 없이 떨어지는 자존감, 결국 내게 남은 것이 없다는 허망함에 발목을 잡혀. 계기는 제각각이겠지만 고립된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의 각성이라는 증상은 비슷하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삶에서 넘어진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산이다.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초점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타인과 어우러지는 것,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핵심이 된다. 첫 번째 산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텅 빈 마음이 두 번째 산에서는 기쁨으로 채워진다. 자기 인생의 짐을 산더미 같이 떠안고 경쟁하며 사는 삶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저자는 개개인의 좋은 인생을 위해 우리 문화적 패러다임 자체가 이 두 번째 산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달리던 삶을 멈추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람이 사는 이유는 뭘까 고민해본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이정표로 다가올 것이다.

  • 두 번 사는 소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은이), 임호경 (옮긴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밀레니엄' 시리즈 완간!"

    한여름 스톡홀름의 공원에서 오리털 점퍼 차림의 시체가 발견된다. 노숙 생활을 하던 걸인의 사망 건으로 단순 종결될 뻔한 이 사건은, 점퍼 주머니에서 기자 미카엘의 연락처를 적은 쪽지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정부의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죽은 남자의 정보가 없다는 사실과, 그가 죽기 전 정부 인사를 언급하는 수수께끼의 벽보를 써붙이고 다녔다는 사실이 의혹을 더한다. 미카엘은 의문사 사건에 마음이 쏠리면서도 종적을 감춰버린 리스베트를 생각하며 침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괴한이 리스베트의 집에 침입했다는 사실에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결국 미카엘은 리스베트가 이끌릴 수밖에 없는 미끼를 던져보기로 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리스베트,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봐줄 수 있어? 경찰은 이름도 아무것도 몰라. 법의학자는 그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강렬한 첫인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답답한 세계에 통쾌한 펀치를 날려온 천재 해커 리스베트. 냉철함과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탐사기자 미카엘. 이 매력적인 콤비를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는다는 것은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풀어내는 수수께끼에 속절없이 몸과 마음을 맡긴 채 빠져드는 경험이자,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어둠의 온갖 모습을 맞닥뜨리는 경험이었다. 매혹적인 등장 인물, 순식간에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흡인력과 정교히 쌓아올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짜릿한 재미, 그리고 '걸작'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책장을 덮을 때의 만족감. "북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라는 전설적인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그 시리즈, '밀레니엄'이 마침내 대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 프리즘
    손원평 (지은이) | 은행나무 | 2020년 9월 "<아몬드> 손원평이 말하는 사랑의 빛깔"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예진과 도원은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어 가끔 인사를 나누고 때론 산책을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계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오픈 채팅방에서 '왈라비'라는 닉네임을 쓰는 예진과 알게 되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13쪽) 알면서도, 자꾸만 사랑해버리고 마는 여자 예진. '평범하지만 괜찮은 현대인'이라는 느낌이 드는 도시의 밤의 고독이 좋아 타인과의 관계 진전을 원하지 않는 도원. 이혼 후에도 주기적으로 전 남편을 만나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를 견디는 여자 재인. 주인이 알은척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단골로 가게를 찾는, 세상을 좀처럼 마음에 들이지 못하는 호계. 네 주인공의 이야기가 밀도 높은 문장으로 전개되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연애에는 분명 불유쾌한 순간 역시 존재한다. '목 안의 염증' 같은 실연의 순간. 자신의 연애 라이벌의 SNS를 염탐하고, '그 사람'을 좋아한 건지, '새로운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진 건지 스스로도 헷갈려하는 순간, '그가 짜놓은 각본에 등장하는 비중 없는 보조 출연자'처럼, 내가 내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게 되는 순간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다채로운 빛을 산란하는 프리즘처럼,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261쪽) 다시 한 번 기대해보며. <아몬드>, <서른의 반격> 손원평 소설. 모두가 흐린 표정을 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를 비운 팬데믹의 시대,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라는 말과 함께 손원평이 사랑 이야기를 내민다.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바로 그 감정을 묘사하는 정확한 문장이 사랑을 멈추지 말기를 권한다.

9.222020
  • 타인에 대한 연민
    마사 C. 누스바움 (지은이), 임현경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두려움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좀먹는가"

    예측 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가까운 미래도 확신하기 어려운 현실에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과 무력감 속에서 빈 허공에 손을 휘젓는 우리는 무엇이라도 잡고 싶다. 가장 손쉽게 걸리는 것은 타인이다. 내 자리를 뺏은 것처럼 보이는, 선을 넘어오는 타인들. 마사 누스바움은 두려움이 혐오와 분노로 전염된다고 말한다.

    마사 누스바움은 일관성 있게 분석해온 '정치적 감정'으로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한다. 이번 책에서 주요하게 분석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타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로 번지고, 민주주의의 기반인 상호 관계를 무너뜨린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독자를 설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주장에 반대하는 가상의 인물과 논쟁을 하는 한편, 아기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과 그에 대한 반응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두려움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사실 누스바움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박하게, 희망을 외친다. 그는 결과에 대한 예측과 상관없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타인에 대한 세세한 믿음을 굳혀야 한다고 말한다. 결의까지 느껴지는 그 외침에,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희미해지는 희망을 잡아본다. 희망엔 가능성을 따지지 말라고 했으므로.

  • 0.1%의 비밀
    조세핀 김, 김경일 (지은이) | EBS BOOKS | 2020년 9월 "조세핀 김 X 김경일 교수, EBS 부모특강!"

    'EBS 부모특강 - 0.1%의 비밀'로 부모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조세핀 김 하버드대 교수의 자존감 수업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창의성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하버드생 중에서도 행복하게 공부하고 학창 생활을 보내는 학생, 상위권 중의 상위권, 0.1%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예상한 대로 높은 '자존감'이다. 그런데 이 '자존감'이 무엇인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책의 1부와 2부에서 조세핀 김 교수는 자존감이 왜 중요한지, 자존감은 무엇인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교육법은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어 3부와 4부에서는 김경일 교수가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역량인 창의성을 설명하고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을 공유한다.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쉬운 이야기체로 풀어내어 읽기도 즐겁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자존감과 창의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

  • 너라는 생활
    김혜진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

    당신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김혜진의 소설을 이미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냥 좋은게 좋잖아"하는 말에 "좋은 게 좋다니. 누구에게 좋다는 걸까.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216쪽) 생각하고 마는 사람. "멀리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에서 "한없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나약"(228쪽)한 일면을 발견하고 마는 사람. (<팔복광장>) "그런 사람들도 우리가, 사회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이야기" (106쪽)에 '그런 사람들이라니' 생각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고 그 자리가 불편해지는 사람. (<자정 무렵>) "두 사람 내가 항상 응원하는 거 잊지 말고" 라는 말에 "뭘요?"(20쪽)라고 되묻고 마는 사람. "다 안다거나, 지지한다거나, 응원한다거나, 이해한다거나." (184쪽, <아는 언니>) 하는 말에 감동한 척 구는 게 이제 지겨운 사람. 이 사람들은 내 마음 속 불편함의 근원을 말로 정리하는 것을 시도하며 '너'에게 말을 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김혜진의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들'은 대체로 공식화하기 어려운 연애를 하는, 더이상 젊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상한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직장이 없는 사람들. 가족이 아닌 사람들. 밤에도 낮에도 할일 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서로의 신분을 보증해줄 수 있는 것이 너와 나뿐인" (128쪽, <동네 사람>) 사람들. 여자 애인과 함께 자신의 집에 살러 온 딸애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와 점점 아래로 향하는 한 노동자의 마음을 치밀하게 따라가는 이야기 <9번의 일>에서 그랬듯 김혜진은 이 사람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가간다.

    혹 당신이 나와 같은 사람인데도 아직 김혜진의 세계를 만나지 못했다면, <너라는 생활>을 읽고 그의 세계가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소설이 묘사하는 모순투성이의 너들.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있게 집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3구역, 1구역>)임을 동시에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음에 대해 알게 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우리 사회의 피로감과 절망감을 직면하는 김혜진의 소설을 두고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라고 상찬했다.

  • 슈퍼펌프드
    마이크 아이작 (지은이), 박세연 (옮긴이), 류현정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열정이 독이 되는 순간"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기회가 왔다면 위기도 온다. 존경받는 리더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리더들도 많다. 넷플릭스 CEO가 쓴 <규칙 없음>에서 세상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낸 위대한 창업자를 만나 본 우리는 이제 거대한 사업을 일구어 내고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자칫 위대한 리더라 평가받았을 뻔했던 또 다른 창업자를 만날 차례다. 창업 10년 만에 기업 가치 130조 원의 회사를 만들었으나 이사회에 의해 퇴출당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그 주인공이다. 그 무엇보다 신뢰가 생명이었던 공유 플랫폼 우버는 하루아침에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 잘나가던 우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이는 뉴욕타임스의 IT 전문 기자 마이크 아이작이다. 그는 18개월이라는 긴 취재 끝에 캘러닉 퇴출 사건의 전말을 담은 이 책을 펴냈다. 그의 이 탐사 르포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부도덕에 눈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한 리더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그 리더를 향한 직원들의 맹목적 숭배가 조직에 어떤 파국을 몰고 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한의 경쟁이 부른 참사이기도 한 우버의 몰락 이야기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생존 방식과 조직 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하나 확실한 건,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난다는 사실이 아닐까. 세상을 삼킬 듯한 용솟음을 가능케 했던 기업가 정신, 그 욕심과 열정마저도 말이다.

9.252020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지은이), 최성은 (옮긴이) | 민음사 | 2020년 9월 "2018 노벨문학상, 올가 토카르추크 신작"

    눈 내리는 밤, 산간 마을의 오두막. 과격한 노크 소리가 두셰이코의 잠을 깨운다. '왕발'로 불리던 이웃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비보다. 집을 나선 두셰이코는 어떤 눈길을 느낀다. 두 마리 사슴의 눈동자. 어둠 속 고요한 시선을 두셰이코는 마음에 담는다. '왕발'의 죽음은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의 시작이었다. 죽음의 현장마다 사슴의 발자국이 범죄의 무늬처럼 남아 있다. 사고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두셰이코는 소리친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동물의 복수라고.

    사람들은 두셰이코가 미친 노파라고 수군댄다. 두셰이코가 보기에 미친 것은 그들이다. 불법인 밀렵과 달리 사냥은 '법의 테두리'에서 허용된다며 '사냥 달력'을 발행하는 마을, 동물은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이고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냥을 옹호하는 교회, 모피 암거래를 위해 여우를 키우는 농장. 모든 것이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현실에 대해 두셰이코는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은 우리가 진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발달된 것"일까. 불리한 정보를 걸러내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게 하는 "방어 체계"가 아닐까.

    필멸의 운명과 파괴되기 쉬운 연약함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 그 피 속에는 우주의 역사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동안 '시간'이라는 감옥에 거주하는 존재.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은, 그리고 인간과 동물은 그러한 같은 존재의 조건을 타고난 동반자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공존의 해답은 오직 '다정함'에 있다고, 그것이 바로 '문학의 뿌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소설을 읽으며 "타인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자아를 벗어던진 채, 또 다른 '나'의 모습인 타자의 세계로 위대한 여행을 떠나"는 경험.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 영원의 사자들 1~2 세트 - 전2권
    정은궐 (지은이) | 파란(파란미디어) | 2020년 9월 "<해를 품은 달> 정은궐이 돌아왔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해를 품은 달> 등의 작품으로 로맨스 소설의 새 지평을 연 정은궐이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품고 독자를 만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이는 웹툰 작가 나영원. 그리고 그의 눈에만 보이는 저승사자들.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나영원은 스스로 유폐된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 이모가 살고 있는 제주도로 가고 싶다는 꿈을 위해 꾸준히 상담치료를 받고 있던 영원. 치료의 일종으로 신호등 건너기, 공원 가기를 단계적으로 시도해보던 그의 눈에 나비처럼 아름다운 남자가, 꿈에서 본 남자가 나타난다.

    모든 빛깔이 뜯겨 나간 듯한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투명한 사람, 희미한 하늘빛, 눈을 머금은 구름빛, 그를 향해 날아드는 나비들. 정은궐에 의해 묘사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낸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잘금 4인방', <해를 품은 달>의 이훤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던 정은궐은 염라국과 삼도천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설화를 변주해 이번에도 다양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선보인다. 정은궐이 상상한 신비로운 세계가 초대장을 내민다.

  •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은이) | 이봄 | 2020년 9월 "여성 25인의 추천! 추적단 불꽃의 N번방 추적기"

    신문기사 한 줄 뒤에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N번방에 관한 기사가 폭포처럼 쏟아졌음에도 그 방대한 성범죄의 세계를 모두 담을 순 없었다. 추적단 불꽃으로부터 직접 듣는 긴 이야기는,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보다 더 암담하다. 피해 상황의 자세한 묘사가 없음에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는 것이 고통스럽다. 매일 텔레그램 방들을 모니터링하며 1년 이상 추적하는 일은 얼마나 지옥 같았을까 싶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이 책으로 또 이 이야기를 써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론화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에 대해 모두 알고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추적단 불꽃뿐이기에(물론 해당 방들에 있었던 수십만 명 중에 가해자가 아닌 이가 오직 이들뿐이라는 말이다)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다.

    N번방 사건의 최초 보도자가 추적단 불꽃이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이들을 두고 평범한 여자 대학생 두 명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리곤 했다. 평범과 비범의 기준을 가르는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들이 한 일 어디에서 평범을 찾을 수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방을 처음 발견하고 하나하나 파헤친 순간부터 1년 동안의 잠입 취재, 수백 개의 방 모니터링,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하고 공조 수사를 한 과정, 기사화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한 윤리의식, 공론화를 위한 언론 협조, 이 전 과정의 어떤 부분도 평범보다는 비범에 가까워 보인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평범한 대학생 둘이 우연히 범죄 사건에 휘말려 어리바리 추적하게 되는 서사로 뭉개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두 여성이 악전고투로 다른 여성들을 구해낸다는 설명이 사실에 가까우니까. 이들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공론화로 전 국민적 분노를 이끌어낸 것은 오로지 이들의 마음과 능력 덕분이다.

    이들이 몸이 갈리게 노력해서 겨우 공론화 시킨 일을 우습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돈, 놀이와 맞바꿔진 수많은 피해자들을 못 본 체 말아야 한다. N번방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직접적인 가해를 당한 여성들이지만 이들이 유일한 피해자는 아니다. 가해 장면들을 목격한 추적단 불꽃, 그리고 이 참상을 들으며 일상에 금 간 모든 이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가, 또다시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추적단 불꽃은 N번방보다 더 지능적이고 끔찍한 다른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 중이라고 한다.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이 지옥을 끝내야 한다. 안타깝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거의 유일한 답이, 연대라는 것도 안다. 추적단 불꽃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지만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가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를 위해 이 책을 함께 읽어주길 권한다.

  • 오리진
    루이스 다트넬 (지은이), 이충호 (옮긴이) | 흐름출판 | 2020년 9월 "지구와 인류가 만들어온 서로의 역사"

    현재 인류는 과연 스스로의 선택과 작용들로만 만들어졌을까? 영국의 과학자인 저자는 인류를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지구를 꼽고, 지구 환경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본다.

    지구의 지형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 지형과 환경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간이 될 수 있었을 뻔한 다른 영장류는 왜 인간이 될 수 없었는지 등 이 책은 거대한 관점으로 지구와 인류가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지리학, 인류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인간과 지구 사이에 생각지도 못했던 인과의 다리를 놓는 책이다.

9.292020
  •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은희경, 권여선, 정한아, 최은미, 기준영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9월 "2020 김승옥문학상, 김금희 대상"

    가을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이 돌아왔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복자에게>를 출간하며 바쁜 한 해를 보낸 소설가 김금희가 김금희다운 감각적인 소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로 대상을 수상했다. '기오성'의 이십대 시절을 알고 싶다고 내게 연락한 정이라는 피디의 이메일은 기오성과 내가 함께 보냈던 그 여름, 노교수의 고택으로 나를 이끈다. 족보 정리를 위한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된 나와 기오성은 고택에 머물던 교수의 큰손녀 강선과 함께 교수의 사모가 끓여준 편수며 칼국수를 나눠먹으며 그 지루한 여름을 보냈다. 작열하는 여름볕 아래 모란시장을 걷거나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에서 문자를 주고받던 순간. '사랑이 발생했다'(21쪽)고 말할 수밖에 없던 섬세한 마음도 흘러가고 '연애랄 것도 없는 일'(31쪽)로 요약되기까지의 긴 시간. '우리'는 어디에서 발생해 어디를 향해 흘러왔는지, 소설은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묻는다.

    두 소꿉친구가 뉴욕의 낡고 좁은 방에서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피로를 마주하는 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은희경답게 예리하게 두 친구의 속을 들여다 본다. 자신이 '버린' 딸과 떠난 일박 이일의 여행에서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149쪽)라고 말하는 '엄마' 반희씨가 말하는 존엄은 권여선답게 독보적이고 귀하다. (<실버들 천만사>) 두번째 이혼 후 시간강사 자리마저 잃고, 아버지의 건물 관리를 맡은 정한아의 주인공이 마주하는 자신의 얼굴은 비관없이 정직하다.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자신을 가장 부딪히게 하고 굴절시켰던 것에 대해 쓰고 싶었고, 그래서 썼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그 글을 쓴 것을 후회"(225쪽)하고 있는 작가 유정의 이야기는 가족 안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을, 그 폭력 이후의 마음을 묘사하는 데 있어 최은미답게 물러남이 없다.(<내게 내가 나일 그때>) 나는 들소를 보았다,라고 쓰는 대신 "나는 그게 들소라고 느낀다."(292쪽)라고 쓰는 기준영의 소설이 선사하는 감각 역시 기준영답다.(<들소>)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십년이 지난 작가들이 일년 동안 발표한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우리가 깊이 사랑하는 작가들의 잘 익은 이 소설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설 읽는 즐거움을 새롭게 깨닫게 한다. 날렵하고 다정하고 정직하게, 우리의 소설이 이곳에 있다.

  • 잘 쉬는 기술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은이), 오수원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쉬어야 산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건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엔 온통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을 받아본 게 언제였던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라는 말보다 명절 연휴 푹 쉬고 오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휴식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느라 온전한 휴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직장인의 숙명이다. 월요일부터 고대했던 주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쉬면서도 쉴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니 명절 연휴를 절호의 휴식 찬스로 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현실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긴 휴식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의 휴식이다.

    결국 우리에겐 쉬는 시간보다 쉬는 기술이 더욱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같은 물음을 가졌던 '휴식 테스트' 연구팀이 전 세계 135개국 1만8천 명을 심층 조사하여 열 가지 휴식법을 골라냈다. 명상, 산책, 목욕 같은 일반적 휴식법부터 TV 보기, 잡념에 빠지기 같은 의외의 휴식법까지, 그 각각의 효용을 심리학자, 뇌과학자, 예술가 등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입증한다. 놀라운 건 전 세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식법이 책 읽기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독서는 평균 수명을 2년이나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니 애써 휴식의 묘수를 찾을 필요는 없겠다. 최고의 휴식 도구가 우리 곁에 있다.

  •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은이) | 비에이블 | 2020년 9월 "하루 한 장, 나의 1년, 나의 미술관"

    이 문서를 쓰는 날은 화요일. 매주 화요일은 미술사를 읽는 날이다. 2일째 장 쇼베가 발견한 동굴 내부의 벽화로 살펴보는 원시미술부터 359일째 장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까지, 하루 한 장씩 일년을 보내면 나의 미술관의 계보가 만들어진다. 매주 월요일은 작품을, 수요일은 화가를, 목요일은 장르 및 기법을, 금요일은 세계사를, 토요일은 미술사의 뒷얘기를, 일요일은 신화와 종교를 만나는 날. 반 고흐부터 잭슨 폴록까지, 하루 한 페이지, 일 년이면 미술관이 내 안에 자리잡는다.

    툴루즈 로트레크의 유명한 <물랭루주>의 광고 포스터는 석판화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여러 판을 이용해 지금 우리가 보듯 다채로운 색상을 반영할 수 있었다. (96쪽, 88일, 목요일) <밤의 카페테라스> 속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한 반 고흐의 밤하늘을 맞이하는 월요일. 이 그림을 종교화라고 해석하는 이들의 시선으로 그림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171쪽, 162일, 월요일) 전세계의 아름다운 미술관을 향한 발걸음을 잠시 멈춰야 하는 이 시기, 하루 한 장으로 마음속을 채울 단단한 미술관을 지어본다.

  • 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피터 스트라우브 (지은이), 김순희 (옮긴이) | 황금가지 | 2020년 9월 "스티븐 킹 다크 판타지"

    해변의 작은 마을, 잔잔한 대서양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잭 소여'. 소년의 주위에는 죽음이 짙게 스며 있다. 아버지를 잃었고, 삼촌을 잃었고, 병든 어머니와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다 위 부유물처럼 정처 없는 일상. 외로운 소년은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들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것은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실의 층위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 ‘테러토리'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마법이 공존하는 테러토리에는 현세 사람들의 '트위너'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잭 소여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여왕이지만, 그 트위너도 잭의 어머니처럼 죽어가고 있다. 노인은 잭에게 현실과 테러토리를 넘나들며 어머니의 트위너를 구하는 것만이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잭 소여는 결국 다른 세계로의 파란만장한 모험을 감행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공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함께 쓴 다크 판타지 '잭 소여 시리즈'의 세계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