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의 사흘동안
2011년 그 겨울의 사흘 동안-박완서
2011년 벽두 새벽부터 연예계, 문화계는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정환>의 명품 패션으로,
일본 활동만 했다 하면 위기를 맞는 <카라>의 해체설로 뒤숭숭했다.
네티즌들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이전투구처럼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잡아 먹을 듯한 기세로 싸우고 있었다.
죄를 짓고 공항을 들어서는 사람의 패션이
고급 명품이라는 건 뉘우침의 기세가 없다는 사람과,
절대 개인적인 것인데 왜 난리냐는 사람도 있다.
또, <카라>의 <한승연, 니콜, 강지영>의 탈퇴로
한류 걸그룹의 해체위기가 소속사의 탓이냐,
멤버들의 욕심이냐는 것으로,
인생을 걸고 여론이 양분되어서 다투고 있다.
누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일은 사람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래서, 그 사이에서 위로와 위안
그리고, 사람 위주의 문학인 <박완서>님의 죽음이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그 겨울의 사흘이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 소설 <나목(裸)>으로,
마흔 살에 늦깎이 등단을 한 <박 완서>는,
그 이후에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을까>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꿈꾸는 인큐베이터>등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 휩쓸며,
명실공히 한국 문단의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급성장하셨다.
1982년 처음 접했던 <박 완서>님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당시 문학의 꿈을 갖고 있던 내겐 충격이었다.
닥치는 대로 소설을 읽어 내던 시절,
화려한 미사어구와 자극적인 스토리 전개 없이도,
잔잔하게 스며드는 안개비에 심장까지 젖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배 창호>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한진희> <안성기> <유지인><이미숙>주연으로
머리에 쐐기를 박으며,
한참 동안을 극중 <오목이>의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다.
제대로 된 책 한 권 출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글도 쓸 자신 없이,
방송가에서 글 나부랭이로 밥벌이를 할 때 즈음,
우연히 모 라디오 방송에서 <박 완서> 선생님과
아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카리스마를 목숨같이 버텨내는 다른 여느 작가와는 달리,
대 작가라는 너울은 과감히 벗어 던지시고,
모든 사람들에게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로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그저 <선생님 글이 너무 좋아요>라고 애기했을 뿐인데,
아주 짧은 시간, 선생님은
<계속해서 글 쓰세요. 등단 못하더라도 제가 항상 인정 해 드릴께요.
한 사람의 독자가 생겼으니 잊지 말아요>라며,
난데 없이 주소를 적으라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주소를 적어드렸는데,
며칠 후에, <박 완서> 선생님은 짧은 메모와
<그 해 가을의 사흘 동안>외에 본인의 책을 몇 권 보내 주셨다.
그 당시, 한낱 아르바이트에 지나지 않았던 내 눈에서,
지쳐가는 좌절과 절망을 읽으신 듯했다.
그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에 사흘을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모두 자신의 주장이 최고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세상의 전부이며,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위험한 생각을 하는 요즘,
내가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 주신 <박 완서> 선생님은,
문화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사람의 존귀함을
글에서나, 생활에서나 똑같이 보여주신 분이다.
<박 완서>선생님의 영면으로,
누구도 그 분의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대신할 수 없음이 심장을 도려내는 기분이다.
2011년 그 겨울의 사흘 동안 많은 사람들은,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의 커다란 서글픔으로 살았을 것이다.
<박 완서> 선생님은 작가 이상의 진정으로 사람을 위할 줄 아는 분이셨다.
이젠 글로만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글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 분처럼 위로만 받으려 하지말고,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50이 다 되어가는 지금,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등단하면 보내주셨던 책과 함께 제일 먼저 찾아 뵙고 싶었던 분인데,
한 동안 잊고 있었다.
글은 물론, 생활에서까지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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