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들추며
감나무에 달린 홍시는 유난히 붉었습니다.
얼마나 붉었던지 작은 해처럼 빛났습니다.
그래서 더 맛있게 보였습니다.
여러 번 돌팔매질에도 홍시는 떨어지지 않았고 입맛만 다셨습니다.
그런 홍시가 겨울바람에도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늘에 한 점으로.
햇빛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장대를 휘두르는 걸 본 아버지는 ‘그냥 놔둬라’ 하셨습니다.
헛헛한 마음을 곶감으로 달래 주셨습니다.
눈 속에 빛나는 홍시를 자랑하던 아름드리 감나무가 개량된 큰 감나무에 밀려 그루터기로 남았습니다.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가만히 눈을 감아봅니다.
감나무에
남겨진 감
미처
까치가 오기도 전
빠알갛게
얼었다
얼마나
추울까
하얀 털모자 씌웠다
첫눈이
첫 느낌
오래오래 남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첫 느낌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