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름 입구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잘들 걷고 계신가요. 벌써부터 그늘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손차양을 만들어 부신 눈을 쉬게 하는 분들도 계실까요. 지난 4년간 작업한 시들을 한 데 묶으며 저도 잠시 숨을 고르는 날들이네요. 굴곡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든 시간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한 권의 시집이 있어 덜 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면적과 부피를 가진 모든 것들은 소리를 흡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벽도, 식물도, 사물도, 당연히 인간도 그러하다고요. 그렇게 흡수된 소리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몸 안에 남아 있을까요, 몸을 통과해 훌훌 흩어질까요? 일부는 남고 일부는 사라질까요? 모쪼록 저는 당신에게 맺히는 시를 쓰고 싶군요. 당신 안으로 흘러들어 당신의 뿌리와 잎사귀를 적시는 말이 되고 싶군요. 시인들은 이런 불가능한 꿈을 꾸는 존재들이랍니다.
그러니 이 계절, 어떤 시집이든 펼쳐 읽어주세요. 우리의 지난한 걷기가 시로 말미암아 조금은 가벼워지고 다채로워지기를 기원합니다.
안희연이 시 읽는 독자에게 전하는 이 계절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