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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터미네이터 대 아바타」에서 마크 피셔가 이미 우리에게 주지시킨 대로 우리는 모두 사실상 가속주의자이다. 우리 사이에는 감속주의자와 운명론자가 있음이 확실하지만, 그중 실제로 인터넷 연결을 끊고 전화기를 팽개쳐 버리고서 숲속의 오두막에 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가속하라. 로빈 맥케이.아르멘 아바네시안 엮음, 김효진 옮김

그해 겨울,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 안드레이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중부 러시아의 추바시로 긴 여행을 떠났다. 볼가강 연안의 그 소규모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눈과 겨울과 자작나무와 얼지 않는 강과 낮고 단단한 영하의 길들로 잇닿아 있었다. 기차 안에서 보낸 2박 3일, 그리고 엘렉트리치카라고 불리는 낡은 전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과 더불어 나는 춥다, 춥다, 춥다고 중얼거렸고 안드레이는 심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로, 설원은 설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흘러가는 볼가강에 인간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1. 자작나무, 일기

영혼의 물질적인 밤. 이장욱 지음

“고모한테는 골칫거리가 되는 게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일흔 넘은 여자 인생에 뭐 그리 대단한 게 있겠어요? 혼자 하숙집에 사는데 집세는 밀리고, 우리가 준 헌 옷을 입고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들을 하겠다고 종종거리며 다니고, 아무도 실어주지 않는 글을 쓰고, 저녁밥으로 마가린 바른 빵을 먹는 인생에요.”

불쌍한 캐럴라인. 위니프리드 홀트비 지음, 정주연 옮김

비장애중심적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나도 이 행성에서 살아온 반백 년간 많은 일을 해내야 했다. 나는 책, 영화, 텔레비전에서 나와 닮은 사람의 이미지를 거의 못 보고 자랐다. 그런 부재 속에 놓인 사람은 뭔가가 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될까? 2019년에 휠체어를 탄 어린 소녀가 상점 밖에 붙은 화장품 광고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광고 속 여성도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결국 실제로 만났다. 이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했다. 당시 내가 나와 비슷하면서도 매력적이고 당당한 성인을 봤다면 내 세계관은 달라졌을까? 나이가 든 후, 장애인 커뮤니티를 찾아내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점점 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앨리스 웡, 〈들어가며〉 중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앨리스 웡 엮음, 박우진 옮김

그는 필요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많은 것을 말했다. 천재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그의 음악을 정확히 연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커다란 충격을 몰고 왔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했다. 그를 피하거나 그와 함께 연주했다. 그러니까 때때로—아니, 많은 경우—사람들은 그를 싫어하면서도 그와 함께 연주했다. 그는 분노의 재즈맨이었다.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찰스 밍거스. 진 샌토로 지음, 황덕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