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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답사기’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온 유홍준. 길 위에서 역사의 흔적을 더듬고, 길 위에서 문화의 흐름을 찾고,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난 이야기이니, 그가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했다는 게 새로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게다가 유홍준 교수가 30여 년 동안 준비했음에도 여전히 잘 알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겸손하게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그 주인공은 바로 추사 김정희다. 글씨를 직접 본 사람은 드물어도 추사체는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서예에 능했던 그는, 그야말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당대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화 전반에서 활약했던 시대의 천재였다. 여기에서 ‘시대의 천재’라는 말은 그저 그런 관용구가 아니다. 당대 시인 신서희는 “추사는 본디 시와 문장의 대가였으나 글씨를 잘 쓴다는 명성을 천하에 떨치게 됨으로써 그것이 가려지게 되었다.”고 평했고, 차 분야에서는 다산, 초의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다성으로 꼽히고, 고증학과 금석학에 조예가 깊어 일본 학자가 “청조학 연구의 제일인자는 추사 김정희”라고 결론을 내릴 정도이니, 그의 활약상을 일일이 적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쯤 되니 유홍준 교수의 겸손한 시작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물론 이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주변만 살피다 그치는 건 유홍준의 글쓰기가 아니다. 그는 전략을 바꿔 추사의 삶을 문학으로 풀어낸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추사의 전모, 너무 넓고 깊어 끝까지 다다르기 어려운 추사의 세계를 억지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간극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추사의 삶과 당대의 문화를 풍성하게 살려내 오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추사도 놀랍지만, 유홍준에게도 감탄하게 되는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