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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 솔 벨로우 등 여러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루시아 벌린의 소설집. 탄광촌에서 보낸 유년, 세 번의 이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거쳤던 청소부, 간호사, 교사, 전화 교환수 등 여러 직업의 체험과 삶의 순간을 작품으로 길어올렸다.
'고양이와 너무 친해지면 주인의 질투를 사지만 강아지는 예외'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미난 팁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떠올려본 상념들을 적재적소에 녹여낸 표제작 '청소부 매뉴얼', 코인빨래방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의 세탁기에 얼마 안 남은 전재산을 집어넣은 후의 비극을 그린 '카르페 디엠', 응급실에서 목격한 다양한 죽음의 모습과 남은 이들을 기록한 ‘응급실 비망록 1977', 단 두 페이지로 강렬한 멕시코 투우사의 이미지를 눈앞에 이끌어내는 '나의 기수' 등 43편의 단편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연민과 후회의 진창 속에서 뒹굴'면서도 절대 놓지 않는 날카로운 생의 감각. 처절한 고통을 그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간명한 문체. 생기와 유머를 머금은 산뜻한 문장. '지금이라도 루시아 벌린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