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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동익(이선균 분)은 가난을 냄새로 식별한다. 쿰쿰한 반지하의 냄새. 그는 자주 코를 막는다. 현실 세계의 누군가는 가난에서 곰팡이 냄새 대신 돈 냄새를 맡았다. 영화보다 지독한 현실에서 그 누군가는 빈민의 돈을 좇는다.
서울 쪽방의 한 평당 평균 임대료는 18만 원이 넘는다. 강남의 아파트들 중에서도 이 정도 고가는 찾기 어렵다. 난방도 에어컨도 없는 1-2평 남짓한 비루한 방의 월세는 현금으로 돈다. 이 돈들이 모이면 꼬리표 없는 목돈이 된다. 윤리와 상식 바깥의 일이라 범인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어렵지만 실제로 이 돈을 챙겨 제 배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창신동 쪽방촌의 건물 8채는 한 가계의 가족 사업이다. 매월 챙기는 현금 월세만 1400만 원 이상이다. 서울 쪽방촌의 실 소유주들 중 강남 3구에 현주소를 둔 소유주는 25명이나 된다.
이 실태를 처음 취재하고 보도한 저자는 이 문제를 '빈곤 비즈니스'로 분류했다. 공산주의조차 상품화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빈곤 비즈니스의 큰 문제는 쪽방촌에 한번 들어온 사람들이 이곳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쪽방촌 건물주들은 재개발과 지자체의 복지를 막는다. 빈자들이 계속 쪽방촌에 차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쪽방촌의 주민은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이 단 두 가지라고 말한다. 죽거나 노숙인이 되는 것. 숙주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피를 빠는 기생충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