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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무관심>에서 한승혜 작가는 개인주의를 이렇게 말한다. "개인주의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동등한 존재, 똑같은 욕구를 지니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의 권리가 소중하기에 그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한다." 이 설명에 기대어 소개하자면 <해방자 신데렐라>는 개인주의자들이 단단하고 선하게 자기 삶을 일구어나가는 이야기다.
신데렐라가 구박받는 초반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리베카 솔닛이 다시 쓴 이 동화에선 누구도 착취 당하지 않는다. 대모 요정과 말로 변신한 동물들은 선의에 의한 자발적 의지로 신데렐라를 돕고, 신데렐라를 구박하며 허영을 부리던 언니들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을 찾는다. 구두의 주인을 찾은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뜬금없는 청혼이 아닌, 친구가 되자는 수줍은 제안을 건넨다. 타인의 삶에 편승하는 대가로 자유를 잃는 대신 신데렐라는 자신이 원하는 의미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 리베카 솔닛의 신데렐라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건강한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빛이 난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책 속에서 만난 에너지는 책 밖의 현실로 따라 나온다. 이 책의 자장 안에서 한동안 나는 씩씩하고, 내 몫의 노동 앞에 망설임이 없고, 내 잘못에 대해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타인을 주저 없이 도울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디폴트가 되면 세상이 개인주의자들의 공동체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