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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와 조선은 각 5백년씩, 한반도의 천 년을 양분했던 큰 나라였다. 그러나 우리가 두 나라를 접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왕조사부터 미시사까지 온갖 주제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는 조선사에 비해 고려사는 더 이상 뽑아낼 주제가 없어 보이는 형편이다. 사료의 절대적인 양부터가 크게 다른데, 새삼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선조들의 기록물에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어찌되었든 <조선왕조실록>을 20권으로 마무리한지 9년 만에 <고려사> 시리즈를 선보이는 박시백 화백도 작업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바로 자료의 부실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한 학문적 어려움과는 별개로 우리의 관심 역시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KOREA로 세상에 우리를 널리 알린 나라였지만, 여전히 고려사의 많은 내용들이 새롭다. 사극의 영향인지 태조 왕건과 궁예, 견훤의 이야기가 친숙한 정도랄까. 일반 독자들에게 박시백 화백의 새 출발은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바탕을 둔 전개에 화백 특유의 해설과 위트 있는 대사를 더한 이 시리즈라면, 우리가 어찌 고려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록하고 이어 가는 일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화백같은 작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